KIA가 LG를 3연패로 몰아 넣으며 산뜻한 한 주의 시작을 알렸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3으로 승리했다. 시즌 첫 선발승을 기록하며 5할 승률을 회복한 KIA는 공동 선두 NC 다이노스와 LG, kt위즈, SSG랜더스에게 단 한 경기 뒤진 공동 6위로 올라섰다(7승7패).

KIA는 선발 애런 브룩스가 6이닝6피안타2사사구2탈삼진 비자책1실점으로 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수확했고 정해영이 두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이창진이 멀티히트를 포함해 1타점1득점1도루로 활약한 가운데 4번타자의 원맨쇼가 단연 돋보였다. 멀티 홈런을 포함해 홀로 4타점2득점을 쓸어 담으며 KBO리그 역대 12번째 2000안타의 주인공이 된 KIA의 4번타자 최형우가 그 주인공이다.

40년 역사에서 단 12명에게만 허락한 2000안타

지금은 2000안타가 비교적 흔한(?) 기록처럼 느껴지지만 2000안타는 여전히 햇수로 40번째 시즌을 맞는 KBO리그에서 단 12명 밖에 오르지 못한 힘든 고지다. 실제로 현역시절 '야구천재'로 불렸던 이종범(LG 작전코치,1797개)이나 KBO리그 역대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꼽히는 박재홍(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1732개), '두목곰'으로 불리던 김동주(1710개) 등도 2000안타에 다다르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2000안타라는 높은 산을 정복한 선수는 '양신' 양준혁(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이었다. 양준혁은 지난 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해외파 출신의 이승학을 상대로 2135경기 만에 역대 최초로 2000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양준혁은 2010년까지 통산 2318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 2504개)에 이어 역대 최다안타 2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야구선수들 중에는 좌투우타 선수보다 우투좌타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야구가 기본적으로 우타자보다 좌타자에게 더 유리한 종목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통산 12명의 '2000안타 클럽' 중에서도 좌타자가 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우타자임에도 꾸준한 활약을 통해 2000안타 고지를 밟은 3명의 우타자(홍성흔,정성훈,김태균)의 기록이 더욱 대단한 이유다.

LG가 자랑하는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는 2014년 5월 한화 이글스전에서 통산 4번째 2000안타 기록을 세우면서 역대 최초로 단일팀에서 2000안타 기록을 세운 선수가 됐다. 한 팀의 레전드로 군림하면서 2000안타 기록을 세운 것은 팬들에게도 대단히 자랑스런 일이다. 실제로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2000안타 기록을 세운 선수는 이병규를 포함해 통산 5명(이병규, 박용택, 이승엽, 박한이, 김태균)이다.

현역 시절 세 팀을 거치며 활약한 '스나이퍼' 장성호(KBS 해설위원)는 지난 2012년9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34세 11개월 6일이라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반면에 467홈런1498타점 기록을 가진 '국민타자' 이승엽은 2016년 9월 만40세 20일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나이에 2000안타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승엽의 2000안타 기록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8년(2004~2011년)에 걸친 일본 생활 때문이다.

38세에 타격왕 차지한 리그 정상급 좌타자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며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최형우는 지난 2017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 'FA 100억 원 시대'를 열며 고향팀 KIA로 전격 이적했다. 물론 삼성에서의 마지막 3년 동안 3할30홈런100타점을 돌파한 최형우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던 최형우는 KIA에서 35~38세 구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계약 후반기 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부터 타이거즈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형우는 4년의 계약기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치지 않았고 96홈런과 424타점, 677안타348득점을 적립했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아도 엘리트 4번타자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다. 게다가 38세 시즌이었던 작년에는 2016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타격왕에 오르며 여전히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임을 증명했다. 

KIA는 이적 후 완벽한 4년을 보낸 최형우에게 작년 12월 3년47억 원 짜리 계약을 안겼다. 최형우보다 한 살 많은 이대호(롯데)가 2년 총액 26억 원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최형우는 대단히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최형우는 올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타율 .226 1홈런7타점6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4번타자가 본격적으로 '영점'을 잡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형우는 20일 LG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 첫 타석에서 LG선발 정찬헌을 상대로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두 번째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최형우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정찬헌의 7구째를 잡아당겨 우측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벤치에 있던 윌리엄스 감독은 2000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최형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최형우의 대기록을 축하해줬다.

KIA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홈런이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지독한 장타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최형우가 홈런2개를 추가한 후에도 여전히 KIA의 팀 홈런은 3개에 그치고 있다. 최형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아직 단 하나의 홈런도 신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KIA 타선의 장타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지만 이와 별개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 최형우의 건재는 야구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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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최형우 2000안타 멀티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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