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에이스' 송민규의 결승골과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을 앞세워 수원FC를 물리치고 3연승을 내달렸다.
포항은 20일 밤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1' 11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35분 터진 송민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3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반면 수원FC는 또다시 결정력 부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하위권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 수원FC에 1-0 승리를 거둔 포항 스틸러스 ⓒ 포항 스틸러스 공식 인스타그램
강현무의 선방으로 버틴 포항, 전술변화로 승리 따내
포항은 강현무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강상우-권완규-전민광-신광훈이 수비진을 구축했다. 송민규-신진호-이수빈-팔라시오스가 중원에, 이승모와 크베시치가 공격에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수원FC는 박배종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김상원-조유민-박지수-정동호가 수비진에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박주호를 비롯해 김건웅, 이기혁이 중원에, 무릴로-라스-김승준이 공격진을 구성한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초반 기선은 수원FC가 잡았다. 전반 1분 포항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이기혁이 돌파이후 슈팅을 시도해 골대를 맞춘 것을 시작으로 강한 전방압박 속에 라스를 중심으로 무릴로, 김승준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통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런 포항을 지켜낸 건 강현무 골키퍼였다. 지난 17일 광주FC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상대의 유효슈팅 8개를 막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던 그는 전반전 결정적인 두 차례의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전반 20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수원FC 무릴로가 라스의 패스를 받은 뒤 왼쪽 골대 구석을 노리는 슈팅을 시도했다. 이 순간 강현무 골키퍼는 각을 좁힌 뒤 발 끝으로 막어내 첫 번째 실점위기를 넘긴 데 이어 전반 37분에는 김승준의 슈팅을 안정적인 캐치로 막아내며 전반전 경기흐름이 넘어갈 수 있었던 위기에서 팀을 지켜냈다.
강현무 골키퍼의 활약에도 포항의 전반전 경기내용은 답답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속에 중원에서 볼을 운반해 줄 선수가 사라지자 공격전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고, 위험지역에서의 실수로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결국 전방에 포진한 선수들의 영향력이 감소한 포항은 전반 38분까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홈 경기임에도 상대에게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전반 25분 이승모를 빼고 타쉬 투입을 시작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이수빈을 빼고 이광준을 투입했다. 이러면서 오른쪽 수비수 신광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옮기는 변화를 준 포항은 신진호와 왼쪽 수비수 강상우를 전진시키며 공격의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2분 신진호의 슈팅외엔 제대로 된 공격기회를 잡지 못한 포항은 오히려 수원FC의 역습을 허용하며 후반 5분 라스, 후반 11분에는 양동현에게 슈팅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이러자 김기동 감독은 후반 17분 크베시치와 팔라시오스를 빼고 고영준과 임상협을 투입함과 동시에 왼쪽 윙인 송민규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변화를 꾀했다. 이러자
기동력이 살아난 포항의 공격진은 한 박자 빠른 판단력과 움직임 속에 측면과 중앙에서의 공격이 점차 살아났다.
후반 24분 고영준의 기습적인 슈팅을 시작으로 후반 31분에도 고영준이 슈팅을 시도해 상대를 위협했다. 그러나 박배종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포항은 이후 임상협과 강상우의 크로스를 이용한 공격으로 기회를 만들어 나갔고, 마침내 후반 35분 득점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볼을 받은 고영준이 수비 뒤쪽으로 길게 크로스를 올리자 침투하던 송민규가 몸을 날려 헤더슛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포항이 1대0의 리드를 가져갔다. 이후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전혀 문제가 없음이 알려지면서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렇게 80분간 힘겨운 경기를 펼쳤던 포항은 교체작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게 됐다.
3연승 포항, 돋보인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
포항은 시즌 초 두 경기에서 2연승을 내달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3월 9일 제주 유나이티드전 0-1 패배를 시작으로 4월 6일 전북 현대전까지 6경기(제주-울산-수원-성남-대구-전북)에서 2무 4패의 부진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포항 부진의 원인에는 성남FC전에서 퇴장당해 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시작됐다. 6경기 10실점을 허용한 수비진의 붕괴, 일류첸코, 팔로세비치가 떠난 이후 약화된 공격진 속에 새로이 영입된 용병 타쉬와 크베시치가 뒤늦게 합류한 탓에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FC서울전에서 2-1의 극적인 승리를 기록하며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포항은 광주전에 이어 수원FC전마저 승리를 거두며 올시즌 첫 3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 연승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이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11분 타쉬를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줘 2선에서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결과를 만든 포항은 타쉬의 어시스트를 받은 임상협이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따낼 수 있었다.
지난 주말(17일) 열린 광주FC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광주에게 유효슈팅 8개를 허용하는 등 어려운 경기를 펼친 포항은 강현무 골키퍼의 선방속에 위기를 넘긴 뒤 후반 10분 교체투입된 타쉬가 3분만에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기록해 승리를 따냈다.
이번 경기 역시 교체투입된 선수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전반 25분 투입된 타쉬는 전방에서 버텨준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드필드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을 시작으로 이날 포항의 첫 유효슈팅까지 기록해냈다.
후반전 교체투입된 수비수 이광준은 후반 10분까지 라스를 잘 견제해준 것을 시작으로 양동현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은 가운데 임상협과 고영준은 측면과 중앙에서 기동력을 더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물꼬를 터줬다.
특히 고영준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폭넓고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파이널서드 부근에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든 그는 후반 24분 기습적인 하프 발리슛을 시작으로 후반 31분에는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시도해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록 두 차례 모두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한 박자 빠른 판단력을 앞세운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연 고영준은 후반 35분 송민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빼어난 활약을 보상받았다.
최근 3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포항이지만 경기내용 측면에선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에서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단의 뒷심이 빛을 발하며 승리라는 확실한 결과물을 가져온 포항 선수들은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