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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경찰서 앞에서 집회 중인 농민들
 보령 경찰서 앞에서 집회 중인 농민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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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민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집시법 위반으로 농민에 수사를 벌인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오전 10시 충남 보령시 농민 70여 명은 보령경찰서 앞에 트랙터 5대를 세워놓고 집회를 벌였다. 농민들은 "경찰이 농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고, 농민을 검찰에 송치까지 했다"며 보령경찰서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여름 40일 넘는 긴 장마로 쌀 수확량이 30% 이상 줄었다. 수확량이 준 탓에 농가소득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초조해진 보령시 농민들은 지난해 11월 12일 "쌀값을 적정하게 보장하라"며 보령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집회를 벌이고 농성에 돌입했다.

문제는 농민들이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농민들은 보령RPC 정문 앞에 천막을 쳤다. 이에 보령경찰서 측은 "천막을 친 장소는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 위험하다"며 RPC 외곽으로 천막을 이동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천막을 RPC 안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두고 경찰은 지난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김영석 보령농민단체협의회(보령농민회) 전 대표를 수사했다. 사건은 현재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농민집회 당시 보령농민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었다.

김영석 전 상임대표는 "정식 집회 신고를 내고 집회를 했다. 경찰은 천막을 친 장소가 위험하다며 천막을 치지 못하게 했다"며 "때문에 우리 농민들은 RPC안에 천막을 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RPC는 농민들이 출자한 농협의 자산이다. 농민들에게 RPC는 우리 집 안마당이나 마찬가지이다"라며 "집안에 천막을 쳤다고 경찰조사까지 받았고 사건화되어 검찰에 송치됐다. 납득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또 당시 집회화 관련해 "지난해 42일간의 긴 장마로 쌀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다.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며 "경찰이 농민들과 RPC 사이의 협상 과정에 지나치게 간섭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경찰은 민생치안에나 힘쓰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벌금형이라도 나오면 항소" vs. "집시법 위반 수차례 경고"
 
농민들이 트랙터를 가져다 놓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가져다 놓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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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의장은 "지난해는 긴 장마와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엎친데 덮친 격으로 힘든 한해였다"며 "벼는 다 쓰러지고 밭작물까지 흉작이었다. 농민들은 집회라도 해서 쌀값을 보장받고 싶을 정도로 절박한 마음이었다. 그게 죄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보령 경찰서 관계자는 "농민들이 천막을 친 장소가 위험했다. RPC를 오가는 차량들의 시야가 확보가 어려웠다"며 "농민들은 집회 장소를 이탈해 천막을 쳤다. 집시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고지를 했다"고 밝혔다.

보령경찰서는 지난 3월 23일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김영석 상임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대해 김영석 전 대표는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모른다. 오늘(20일)까지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만약 약식기소가 되어 벌금형이라도 나온다면 항소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태그:#보령 농민회 , #보령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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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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