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1 18:07최종 업데이트 21.04.21 18:07
  • 본문듣기

15일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ㆍ월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민심을 달래겠다며 거론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주택자 보유세 완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상향과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공시가격 상승 속도 조절,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등이다.

홍영표·송영길·우원식 당대표 후보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대체로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감면해주고, 1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1주택은 실수요, 다주택은 투기수요라는 이분법은 틀렸다

우선 실제 사례를 살펴 보자. 다주택자인 노부부는 30대 자녀에게 실거래가 3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하였다. 자녀는 이제 갓 서른살을 넘긴 사회초년생. 증여 대상 아파트에는 이미 보증금 15억원에 전세입자가 거주 중이었다. 15억원 전세를 낀 부담부 증여라 해도 전세금을 뺀 15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 매년 재산세 및 종부세를 내야 하고, 거주 중인 세입자의 15억원 전세보증금도 사실상 채무이니 사회초년생 청년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부부는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증여를 선택하였다. 

용산구와 강남구에 실거래가 약 25억원과 30억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부부는 아직 자녀들이 미성년자라서 증여로는 보유세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은 서류상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다. 실제로 다주택 보유 세대의 경우, 절세 목적으로 서류상 이혼으로 세대분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매년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는 수천만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양도소득세의 경우 수억원의 차이가 나는데다, 눈에 보이는 피해자가 없으니 법적·윤리적 부담도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말 주민등록 세대 수는 약 2309만 세대로, 전년보다 약 61만 세대 증가해, 평년의 증가량인 30만~40만 세대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인구가 감소한 가운데 나타난 결과다. 또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9만1866건으로 2019년 5만9362건 대비, 43% 증가했다. 이는 2006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세대 수 급증을 꼽았다. 하지만 세대 수 급증이 부동산 가격상승의 진짜 원인일까?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라면, 다주택자들은 매도가 아니라 증여를 통한 주택 수 줄이기라는 절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때문에 세대 수 증가를 주택공급이 따라잡지 못해서 가격이 상승했다기보다는 그 반대다. 위에서 본 사례처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세대 분리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1세대 1주택에 대한 과세특례 혜택을 누리기 위하여 전략적인 세대 분리를 한 결과로 매물이 잠기고, 공급이 더 부족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분석이 더 타당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의 기반이 돼온 1세대 1주택 우대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ㆍ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사실 1세대 1주택 우대 정책은 부동산 투자의 제1 공식의 기반이자 최고의 절세 전략으로 기능해 왔다. 부동산 투자 관련 인터넷 까페나 유튜브에는 갭투자와 결합한 1세대 1주택 우대 제도를 이용하여 투자하는 방법이 널리 퍼져 있다. 1세대 1주택 보유라고 해서 모두 실수요가 아니라 차익을 노린 투자 혹은 투기용 구매일 수 있다는 것이다.

2억원에 구입한 주택이 5억원으로 올라 3억의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2년 보유-2년 거주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과세를 하지 않으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만 한다면야 이보다 더 좋은 투자수단이 또 있을까? 때문에 부동산 투자(투기)를 권하는 소위 투자전문가들은 닥치고 아파트를 사라고 권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비과세, 우대 정책은 초유의 세제 혜택이기 때문이다. 

1세대 1주택 우대 정책에는 정부가 각종 면세 혜택을 줄테니 집을 투자 수단으로 삼아서 가계 자산을 불리는 도구로 사용하라는 암묵적인 함의가 깔려 있다. 정부가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내 집 한 채는 가져야 한다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어 내 집 마련이 인생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1세대 1주택은 무조건 '선'이고, 투기가 아닌 '실수요'이므로, 국민의 내 집 한 채 마련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장려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역할처럼 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항상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젠 이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다주택 보유 관료들이 강남 소재 주택을 남긴 이유

주택 보유의 목적이나 가액을 가리지 않고 다주택자는 투기, 1세대 1주택은 실수요라는 이분법에 따른 1세대 1주택 우대는 1주택의 가격이 더 높을수록, 좋은 지역에 소재할수록 더 큰 혜택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더욱 더 수요가 몰리게 되고, 서울과 수도권, 특히 강남의 주택의 수요 집중을 심화시켜 가격을 더 올린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주택자라는 비판에 강남 소재 주택을 남기고, 청주 소재 주택을 매각하겠다고 하여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다주택자인 다른 공직자들 대부분도 서울 수도권, 강남의 주택을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했다. 이들은 모두 고가의 주택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정부의 1세대 1주택 우대 정책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1세대 1주택 비과세 등의 강력한 우대정책으로 인하여 서울 강남·수도권 등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은 더 상승하는데도, 이들은 1세대 1주택이므로 보유세와 종부세를 낮춰달라고 한다. 만약 이들의 요구대로 된다면 강남과 같은 선호지역의 고가 주택 소유자와 비선호지역 저가주택 소유자 및 무주택자 사이의 자산격차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가일수록 여러 채의 고가주택을 소유할 확률이 높은데, 이미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자녀에 대한 증여 등의 세대 분리를 통하여 1세대 1주택의 절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게 된다. 세대 분리는 1세대 1주택 우대 정책에 따른 훌륭한 투자수단이 되고 자산가치 상승의 혜택은 기존의 다주택자에게 온전히 귀속된다.  

대출 규제 완화 위험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처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한, 매물은 절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상환 능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해 준다면, 부동산 가격은 더욱 더 상승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앞으로도 계속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니 무주택자도 얼른 1세대 1주택이라는 황금 마차에 올라타라는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서 내놓은 1주택자 보유세 완화,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과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등의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앞으로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기존 자산 소유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여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및 무주택자간의 자산격차를 더 확대시키는 거꾸로 된 정책이다. 

이제 1세대 1주택에 대한 세제 우대 정책을 공론의 장에 꺼내 놓고 솔직하게 그 부작용에 대해 살피고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거주 요건을 더욱 강화한다든지, 1세대 1주택이 아니라 양도차익의 총량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 일정 가액 이상의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제외 또는 감면·축소, 저소득 노년층의 보유세 감면과 함께, 과세이연제도 등을 통하여 상속이나 매도시 양도세와 함께 이연된 보유세를 부과하는 등의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 

공시가격이라는 또 하나의 난제

민주당은 또 공시지가 상승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공시지가 상승을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부동산 거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전년 대비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해의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 상승한 것은 현실화율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실거래가가 전반적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원(시세 약 9억원)이하의 주택 비중은 92.1%, 공시가격 9억원(시세 12억~13억원) 초과 주택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등 부담이 상승하게 된 가구는 불과 3.7%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40%에 달하는 무주택자가 아니라 3.7%의 고가주택 소유자의 아우성만 귀에 들리는 모양이다. 정부·여당이 공시가격 상승 속도 조절 등 부동산 가격 안정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니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도리가 있겠는가.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은 게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사용가치, 즉 임대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라는 것이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으로 인하여 올해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모든 주택은 임대내역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제 주택가격을 실거래가가 아니라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감정평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주택 매매가격에는 투기수요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만, 임대차 수요의 경우 실거주목적의 수요와 일치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정직하고 투명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세제도와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인하여 임대차 시장이 왜곡되는 면이 있고, 주택가격과 월세(임대료)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월임대료가격을 모두 분석해야 하는 난해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부동산 고유의 가치는 본래 사용가치에서 발생되는 것이니, 향후 공시가격 산정 시 임대료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동산의 사용가치를 반드시 감정평가 모형에 포함시키고, 주택가치가 자본 이득(시세 차익)이 아니라 사용가치에 수렴되도록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와 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보유세의 경우에는 임대료에 기반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가치를 평가하여 과세하되, 사용가치를 초과하여 발생되는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환수하는 장치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