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연재 '일상적인, 치명적인 채용성차별'은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을 계기로 채용성차별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본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한 본 시리즈 기사는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에서 활동하는 서울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함께 했다.[편집자말]
고용노동부가 홈페이지에 내건 비전 중 첫 번째는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차별 없는 일터 조성으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노동자'에 여성노동자가 포함됐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채용성차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고 있으며, 이를 규율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말뿐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여성들이 일상으로 겪는 차별에 이토록 눈 딱 감고 있는 한 '차별 없는 일터', '노동 존중 사회'는 요원한 일이다.

진정 고용노동부가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하고 싶다면, 성차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2020년 동아제약 하반기 채용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 또한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 

"여자 안 뽑는데 그냥 한 번 불러봤어요"

지난 3월 6일, 유튜브채널 '네고왕2' 동아제약 편에 달린 댓글로 2020년 동아제약 채용면접 당시 성차별이 있었음이 알려진 후 나도 성차별을 당했다는 증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SNS와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를 10분 정도 검색하자,  성차별 면접을 경험한 여성들의 수많은 증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채용성차별 범죄가 일어난 날짜와 장소,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2018년 금융권 채용성차별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참가자가 "유리천장이 눈으로 드러나는 분노스런 사건 기가막힌다! 똑바로 하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이 발생한 2021년,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채용성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2018년 금융권 채용성차별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참가자가 "유리천장이 눈으로 드러나는 분노스런 사건 기가막힌다! 똑바로 하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이 발생한 2021년,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채용성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관련사진보기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다면 어떡할래요?", "커피를 타오라고 하면 타 올 거예요?" "상사가 스킨십을 시도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등의 저질스러운 질문을 듣고 답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뿐 아니다. 면접관은 '미투' 때문에 여자는 채용하지 않는데 그냥 한번 불러봤다며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면접 당사자가 미투는 남성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냐고 되묻자, 사전에 미투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은 안 뽑는다는 답이 돌아왔단다. 미투 때문에 회식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하자, 면접관은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하자, 남자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냐며,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한 여성은 대기업 그룹면접에서 남성에게만 주요 질문이 주어지고, 여성에게는 전체 공통 질문밖에 주어지지 않아 내내 병풍처럼 앉아 있다 왔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은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질문을 감내해야만 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공분했다.

나열한 질문과 상황 중 '직무수행과의 연관성', '개별 면접자의 능력치나 이전 경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나? 모두 업무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성차별적 질문'들이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로도 매해 채용성차별 사례가 접수된다. 면접에서 '남성상사와 출장을 가게 되면 어떡할 거냐, 숙소를 두 개나 잡으면 비용이 두 배로 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상담 사례를 통해 연결이 된 한 여성은 '채용공고에서 같은 직무로 인력을 뽑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격차를 둔 걸 보았다. 이런 기업의 행태에 조치나 제지를 가할 방법이 없는지'를 상담해왔다. '남성만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익명제보를 했는데, 채용글만 삭제'되고 이후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나서서 신고한 사례도 결과는 별다르지 않았다. 법적으로 금지된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 채용공고'를 올린 기업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처리는 해당 기업이 채용공고를 내리게 하는 것에 그쳤다.

고용노동부가 채용성차별 관리·감독 안하면 누가 하나

기업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재차 처리과정 및 결과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자 '회사가 제출한 서류상 임금에서 남녀차등이 확인되지 않아서, 채용성차별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채용성차별이 의심되는 사례를 인지하였다면, 회사가 제출한 서류만을 보고 확인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근로감독 실시로 차별임금이 채용공고에 올라오게 된 경위와 또 다른 기업 내 성차별 사안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지도점검을 하는 등 성차별 해소를 위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어야 한다. 권한을 가진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을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나?

우리는 이미 2017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성차별, 금융권 채용성차별, 대기업의 채용서류 폐기 등을 목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점수를 조작하면서까지 일부러 여성을 탈락시킨 기업에 고작 벌금 500만 원, 채용성차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서류를 폐기한 기업에 고작 벌금 300만 원의 처벌이 내려질 뿐이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는지, 성차별 기업에 대한 제재나 관리감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피해당사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과 처리방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었던 채용성차별은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일이기에,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걸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피해당사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과 처리방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었던 채용성차별은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일이기에,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걸었다.
ⓒ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피해당사자 브런치

관련사진보기


한 여성의 용기로 동아제약의 채용성차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채용성차별 기업을 엄벌하고, 성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고유 역할이면서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고용노동부의 역할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하는 때이다.

다행히 고용노동부도 피해자가 요구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채용성차별뿐 아니라 업무 배치, 승진, 임금 등 전방위적 조사가 이루어져야만 특별근로감독이란 단어에 걸맞은 조사가 될 것이다.
 
수많은 여성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이제 여성들은 '네 문제가 곧 내 문제'임을 잘 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역시 '안타까운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다음에 당할 사람은 또 '여성인 나'임을 잘 안다. 그래서 연대하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여성노동자에게도 차별 없는 일터, 여성노동자의 노동도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