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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두렁의 검정 폐비닐 조각들
▲ 폐비닐 밭두렁의 검정 폐비닐 조각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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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촬영한 길가 밭 풍경입니다. 옥수수와 감자를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을 하여 심었습니다. 밭 가장자리에는 검정 비닐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아마 작년이나 재작년 사용한 비닐들일 겁니다.

이런 풍경은 전국 농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농작물 키우는데 비닐 멀칭을 하는 까닭은 잡초 억제, 수분 유지, 거름이나 토양 유실 방지 따위를 위해서입니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는 '잡초 억제'일 겁니다. 비닐 멀칭을 해 두면 잡초들이 올라오지 않기에 김매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비만 왔다 하면 금세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들만 없어도 농사의 고충은 크게 줄어듭니다. 시골 농부 대부분이 고령이라 쪼그려 앉아 김매기를 하기에는 몸이 잘 따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른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처럼 나쁜 줄은 알지만 비닐 멀칭을 합니다. 

하지만 추수한 뒤 남은 폐비닐은 골칫덩입니다. 잘 모아서 분리수거를 하여 쓰레기차가 실어 가게 하면 좋겠지만, 각 지자체 환경미화원들조차 시골 길가에 마구 쌓아 두는 폐비닐 수거에 난색을 보입니다. 더욱 심각한 건 농촌에서는 폐비닐을 함부로 태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폐비닐을 태우면 다이옥신,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 물질이 발생하고 미세먼지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런 오염 물질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가축과 사람의 건강도 해칩니다. 폐비닐은 무려 백 년 넘게 썩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밭이 어찌 변할까요? 폐비닐이 있는 곳에는 각종 미생물이 살기 힘듭니다. 그만큼 땅이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배수로에 걸려 있는 검정 폐비닐 조각
▲ 폐비닐 조각 배수로에 걸려 있는 검정 폐비닐 조각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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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몇몇 나라들은 생분해성 멀칭(종이 멀칭, 액상 멀칭) 사용을 법제화하여 보조금을 지불하며 쓰도록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법령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넋두리만 하고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한 국회의원에게 관련 법령을 발의해 달라고 전자메일을 보냈습니다. 과연 귀담아듣고 법령을 발의해 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가 발의하지 않더라도 더 문을 두드려 볼 생각입니다. 땅이 자꾸 병드는데 이를 막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해 봐야겠지요. 

굳이 생분해성 멀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조금 수고스럽지만 밭작물을 기를 방법은 있습니다. 돋아나는 풀들 베어 농작물 주변에 덮어주는 형태로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 자체가 멀칭 효과를 내고 베어낸 풀들이 차츰 썩어 거름이 되며, 폐비닐 같은 오염물질도 나오지 않으니 일석삼조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비닐 멀칭 농사가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기나긴 세월 이 땅의 농부들은 비닐 멀칭 없이도 농사를 잘만 짓고 살았습니다.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사람도 건강해집니다. 땅은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기계가 아닙니다. 땅을 마구 혹사하면 땅은 그대로 우리에게 돌려주게 마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폐비닐, #비닐 멀칭 농사, #다이옥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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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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