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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면 임회면에 있는 남도진성 모습. 돌로 쌓아 올린 석성이예요. 보기보다는 정말로 크고 넓었어요. 고려시대 삼별초가 이곳까지 내려와 진을 쳤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 진도 남도진성 진도면 임회면에 있는 남도진성 모습. 돌로 쌓아 올린 석성이예요. 보기보다는 정말로 크고 넓었어요. 고려시대 삼별초가 이곳까지 내려와 진을 쳤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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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으면 지워진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고대 역사는 물론이고 근현대 역사도 그렇다. 그래야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 그래야 고통의 역사를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역사 유적지를 보존하고 역사의 기념관을 세우는 이유가 그것이다.
 
진도 남도진성 외곽 모습이예요. 석성으로 된 성곽인데 너무나도 크고 웅장했어요. 평지에 세워진 성곽이에요.
▲ 진도 남도진성 진도 남도진성 외곽 모습이예요. 석성으로 된 성곽인데 너무나도 크고 웅장했어요. 평지에 세워진 성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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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우리나라 고대 역사와 근현대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을 찾아갔다. 목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진도가 그곳이다. 선배 목사 두 분이 진도로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해서, 내가 그 길목을 안내했다. 남도진성, 팽목항 그리고 운림산방이 그곳이다. 

남도진성(南桃鎭城)은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삼국시대 성곽이다. 고려 삼별초 배중손 장군이 여몽연합군과 격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탄한 대지 위에 돌로 쌓아 올린 석성(石城)이다. 성곽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동헌(東軒)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아래로 성 밖 개울로 연결하는 수로가 놓여 있었다.
 
남도진성 성밖에 있는 돌다리 모습. 개울가에 설치된 돌다리가 너무나 아담하고 멋졌어요.
▲ 진도 남도진성 남도진성 성밖에 있는 돌다리 모습. 개울가에 설치된 돌다리가 너무나 아담하고 멋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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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진성 입구에 설치된 간판을 보니 그런 설명이 담겨 있다. 고려 원종 때 삼별초 군이 제주도로 건너갈 때 이곳에서 출발했다고. 조선 초기에는 왜구가 침범치 못하도록 이곳에 수군을 설치했다고.

다만 현재 남아 있는 성곽은 세종 20년 이후에 쌓은 것으로 봐야 한단다. 이곳을 보니 흡사 순천 낙안읍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곳의 성 안엔 초가집들이 하나도 없다. 나중에라도 꾸며놓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시절의 역사를 더 기억하고 공감할 테니!
 
팽목항 입구에 있는 학생들 신발, 기억기념물, 세월호 참사 사고지점 알림판. 노란 리본들은 그 당시의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곳을 찾아 추모하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어요.
▲ 세월호 팽목항 입구에 있는 학생들 신발, 기억기념물, 세월호 참사 사고지점 알림판. 노란 리본들은 그 당시의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곳을 찾아 추모하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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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진성을 뒤로 한 채 우리 일행은 팽목항으로 달렸다. 팽목항까지는 10분도 채 안 걸렸다. 팽목항은 현대사의 아픈 현장과 다름 없는 곳이다. 그곳을 찾아 추모하는 동안 다른 추모객들도 발길을 잇고 있었다. 고마웠다. 어디서 그렇게 찾아오는 걸까? 기억은 연대하는 이들이 있을 때 더 깊이, 더 널리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아픔과 고통을 알리는 빨간 등대. 그 앞에 하늘나라우체통이 있어요. 그때 이생의 삶을 달리한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서 하늘나라로 보내는 우체통을 만들어놓았네요.
▲ 세월호 세월호 참사 아픔과 고통을 알리는 빨간 등대. 그 앞에 하늘나라우체통이 있어요. 그때 이생의 삶을 달리한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서 하늘나라로 보내는 우체통을 만들어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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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책임자 처벌을 한다고 했는데? 대통령 기록물도 열람할 수 있게 한다고 했는데? 세월호 기억관도 세운다고 했는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랴! 팽목항 일대에 국제물류터미널, 해양공원, 테마공간, 주거물류비즈니스 단지를 짓고 있으니. 50만 규모의 관광 신도시가 들어선단다. 환태평양시대의 국제무역 요충지로 삼는단다. 그것이 진도 주민들의 상권을 보장해주는 일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세월호 참사 기억관은 기필코 건립했으면 좋겠다. 
 
운림산방 앞 연못. 얼마나 아늑하고 정겨운지 몰라요. 저 멀리 보이는 게 영화 <스캔들>의 촬영지를 알리즌 현수막 모습이에요.
▲ 운림산방 운림산방 앞 연못. 얼마나 아늑하고 정겨운지 몰라요. 저 멀리 보이는 게 영화 <스캔들>의 촬영지를 알리즌 현수막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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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 모습이예요.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저 아랫자락에 소치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네요.
▲ 운림산방 운림산방 모습이예요.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저 아랫자락에 소치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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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雲林山房). 그곳까지는 팽목항에서 30분 가량 걸렸다. 해안가 도로가 아닌 중앙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운림산방은 높은 산 아래에 아담한 집과 연못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아늑하고 정겹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포근했다.
 
운림산방 아랫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소치기념관. 그 안쪽에 전시된 초대 허련 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요.
▲ 운림산방 운림산방 아랫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소치기념관. 그 안쪽에 전시된 초대 허련 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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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 아래 소치기념관 안쪽에 걸려 있는 '오림(五林)' 허준의 그림. 소치 선생의 5대 손이다.
▲ 운림산방 운림산방 아래 소치기념관 안쪽에 걸려 있는 "오림(五林)" 허준의 그림. 소치 선생의 5대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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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 안쪽 산 아래에 한옥으로 지어진 소치기념관이 있다. 허련 선생(小痴 許鍊 1808~1893)이 만년에 기거한 곳이다. 그곳에는 허련 선생과 그의 자손들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소치 선생은 해남에서 초의선사에게 학문과 인격을 수양했고, 초의선사의 천거로 추사 김정희의 문하생에 입문해 서화를 공부했다고 전한다. 42세엔 헌종 앞에서 그림을 그렸고, 49세엔 고향에 돌아와 첨찰산 자락에 화실을 지어 '운림각'이라 이름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 바깥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남도전통미술관. 월요일인데 문이 열려 있다. 참으로 고마웠다.
▲ 남도전통미술관 운림산방 바깥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남도전통미술관. 월요일인데 문이 열려 있다. 참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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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전통미술관 안쪽의 작품들. 전각과 서화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 남도전통미술관 남도전통미술관 안쪽의 작품들. 전각과 서화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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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을 둘러보고 나오면 멋진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문이 나온다. 이름하여 '남도전통미술관'이 그곳이다. 보통 월요일엔 미술관 문이 닫힌다. 그 때문에 소전미술관 진도현대미술관 진도군전통미술관 장전미술관 그리고 나절로미술관을 찾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곳 남도전통미술관은 월요일날인데도 문을 열고 있었다. 전각과 미술품 그리고 현대화가의 그림도 걸려 있다. 너무나 세련되고 좋았다. 
 
남도전통미술관 내에 전시돼 있는 소치 선생의 운림각도 그림이다.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치 선생의 이 작품은 첨찰산과 운림산방의 풍경을 수묵으로 그린 작품이다.
▲ 남도전통미술관 남도전통미술관 내에 전시돼 있는 소치 선생의 운림각도 그림이다.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치 선생의 이 작품은 첨찰산과 운림산방의 풍경을 수묵으로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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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전통미술관 안에 전시된 현대작가의 그림.
▲ 남도전통미술관  남도전통미술관 안에 전시된 현대작가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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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4·19혁명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4월은 우리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다. 제주 4·3사건, 4·19혁명, 4·16 세월호 참사. 근현대사의 아픈 현장이 우리나라 곳곳에 서려 있다. 그 중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이한 진도 팽목항을 둘러본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디 세월호 참사 기억관도 기필코 건립됐으면 좋겠다.

태그:#진도여행, #세월호 팽목항, #남도진성 남도석성, #운림산방, #소치기념관 남도전통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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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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