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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지형 작가를 만났습니다. 등단 이후 31권의 동화책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첫 소설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소설의 작가 소개에 '장르가 임지형'이란 말을 들을 만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매일 읽고, 쓰고, 달리며 산다고 소개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신간 <나는 동화 작가다>란 소설은 동화를 쓰지만,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리안이란 작가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해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첫 소설을 출간한 동화작가 임지형
 첫 소설을 출간한 동화작가 임지형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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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동화를 쓰다가 소설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동화작가라고 말하면, 저를 만난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작가님. 어른들을 위한 성인동화를 좀 써 보시면 어떨까요?' 그것이 굉장히 새로운 생각이고, 다른 사람은 시도하지 않은 일인 것처럼 제안을 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성인들을 위한 동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 역시 성인들을 위한 동화이고, 드라마, 영화, 웹소설, 웹툰 등 동화작가인 제 입장에서는 모두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나는 동화작가다>는 그런 요구에 대한 제 나름의 응답이었어요. 어른들을 위해 쓰는 동화이죠.

이 이야기를 먼저 하죠. 저는 동화가 동화답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이야기를 하자면 동화를 쓰면서 늘 제 안에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음을 느껴요. 동화를 읽는 어른들도 비슷한 말씀을 많이 하시고요.

<나는 동화작가다> 주인공 유리안도 마찬가지예요. 어른이지만 아직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여전히 남아 있어요.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유리안이, 어린이들과 생활하면서 변화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지은이)
 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지은이)
ⓒ 가치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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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왠지 임지형 작가의 모습이 소설 속의 유리안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삶을 모티프로 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봐야할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아무래도 주인공이 동화작가가 되는 과정이나, 책을 쓰는 장면, 고민하는 모습 등은 제가 투영될 수밖에 없어요. 제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있으니까요. 유리안이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동화를 알게 되고 동화의 매력에 푹 빠져서 동화작가가 되었다거나, 글이 써지지 않아서 초조해하고 미칠 듯이 답답해한다거나, 작가들하고 수다를 떠는 모습들 그런 부분은 자전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아이들을 끔찍이 싫어한다거나, 방송국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거나 한 것은 소설의 장치일 뿐이지요. 진짜 방송국에서 인기 동화작가라고 섭외요청이 한 번 들어왔으면 하는 욕심도 있네요. 그리고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저 아이들 좋아해요. 아이들도 저를 좋아하고요. (웃음)."

- 이번 책을 동화와 소설의 어떤 애매한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경계를 지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어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소설과 동화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가 순수문학이나 장르문학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해도 될까요? '장르가 임지형'이란 소개가 그런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지우겠다는 무슨 그런 거창한 시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은 전혀 없어요. '장르가 임지형'이라는 말은 어떤 거창한 선언이라기보다, 어떤 글을 써도 임지형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제 바람을 말씀 드린 거예요. 동화를 쓰든,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하다못해 SNS에 글을 쓰더라도 임지형다운 글을 쓰고 싶어요. 읽는 분들도 이 글은 임지형답다고 느끼시면 좋겠고요."

- 저는 문학을 비유와 상징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 점점 문자보다 이미지나 영상을 더욱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미지나 영상에서도 비유나 상징의 표현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문학을 해석하는 능력이 점점 줄어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음. 비유와 상징은 작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나 도구라고 생각해요. 문학 자체를 비유와 상징이라고 표현하면 그건 문학을 가둘 수 없는 틀에 가두고 정의하는 것이 되겠지요. 사람들이 문자보다 이미지나 영상을 선호하는 것은 인터넷 이전에도 그랬어요. TV가 나올 때도 그랬고, 영화가 나올 때도 그랬고요. 그 전에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연극으로 표현했지요.

그러고 저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 논리, 이야기 같은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글로 표현하는 재능이 있으니 문학을 글로 표현한 것이지요. 화가는 자신의 문학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음악가는 노래와 연주로 표현하는 것이고요. 영상이나 이미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별하는 논쟁은 정말 오래되었잖아요? 하지만 독자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자기가 읽고 싶은 이야기, 보고 싶은 작품을 찾고 있어요. 이미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고요. 그런 고민이 가치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죠.

요즘 제가 느끼는 것은 문학을 해석하는 능력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문학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다양해졌고, 그것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더 다양해졌다는 거예요. 문제가 있다면 작가로서 그것을 따라가거나, 아니면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한다는 것이겠네요. 요즘의 독자는 독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생산자이기도 해요."
 
자신의 첫 소설 <나는 동화 작가다>를 출간한 동화작가 임지형
 자신의 첫 소설 <나는 동화 작가다>를 출간한 동화작가 임지형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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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논리로 생각해보면,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문학소설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판매도 되지 않는다면 과연 그 작가는 계속 글을 쓸 수 있는가?' 유용성과 실용성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시대에 문학의 길도 실용성을 따라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볼 시기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서 익명으로 웹소설을 연재하는 순수문학 작가가 있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것은 뒤집어서 이야기를 해보지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글을 쓰는 작가가 대중에게 외면 받고 그 작품이 판매되지 않는 것이 과연 대중의 잘못인가요? 과연 그것을 대중이 우매해서, 독자들이 문학적 해석 능력이 낮아서라고 단순하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소비자예요. 각자의 이유로 자기가 힘들게 번 돈을 문학 작품을 위해 사용하지요. 작가는 그런 독자들에게 자기의 방식으로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부분에서 유용성과 실용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저는 독자들이 '재미'를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하는 지적인 재미, 주인공의 모험을 함께 하는 재미, 악이 무릎 꿇고 정의가 이루어지는 카타르시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 뒤에 따라오는 자기의 추억 등 독자는 이것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느냐에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재미있는 작품은 살아남는 것이고, 재미없는 작품은 독자들에게 외면 받겠지요. 그래서 저는 재미있는 동화를 계속 쓰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밥 딜런의 노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대예요. 인기 소설가가 예능에 출연하고, 무명의 일반인이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인기를 얻어 소설책으로 나와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그런 시대에 순수문학가가 생계를 위해 익명으로 웹소설을 쓰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요?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웹소설을 쓰는 순수문학가라는 말씀이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 (지은이), 가치창조(2021)


태그:#임지형 작가, #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 소설, #동화작가 임지형, #도서출판 가치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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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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