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축구 선수들이라면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꿈을 꾼다. 주중에 열린 그 대회에서 17살밖에 안 된 잉글랜드의 날개 공격수 주드 벨링엄(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멋진 골을 터뜨린 것이 자극제가 된 것일까? 주말 K리그에서도 수원 블루윙즈가 자랑하는 어린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상대 팀이 지난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울산 현대여서 더 놀랍다.

정상빈과 강현묵 포함 U22 멤버들, 총 득점의 15.8%를 넣었다

18일 기준 19살 17일밖에 안 된 어린 선수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골을 성공시킬 줄은 몰랐다. 정상빈에겐 한 마디로 겁 없는 10대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수원 블루윙즈에서 뛰는 자리도 날개 공격수, 자신들의 홈 구장 빅 버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반짝반짝 빛냈다.

일요일 오후 2시 수원의 하늘은 유독 파랗게 물들었고 그 아래 빅 버드 초록 그라운드는 어린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전반전에 김건희의 재치있는 프리킥 세트 피스 헤더 골로 1-0으로 앞서나간 수원 블루윙즈가 후반전에 울산 현대를 꼼짝 못하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울산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절반 이상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 블루윙즈의 어린 선수들을 막지 못했다.

후반전 시작 후 1분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펀칭한 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갔고 이것을 수원 블루윙즈 미드필더 강현묵이 그대로 받아차 멋진 추가골로 연결했다. 20살 생일이 지나고 딱 21일 만에 터뜨린 감격적인 K리그 데뷔골이었다. 울산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밖에서 바로 그 공을 기다렸다는 듯 강현묵의 오른발 하프 발리는 레이저처럼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가 꽂혔다. 국가대표 조현우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한 살 형이 데뷔골을 장식하자 한 살 어린 막내가 더 멋진 쐐기골을 터뜨렸다. 69분에 울산의 노련한 미드필더 김성준의 킥을 가로막은 강현묵이 곧바로 이어진 역습 기회에서 단짝 정상빈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보기 드문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19살 생일이 지나고 딱 17일 된 정상빈이 강현묵에게 밀어준 뒤 울산 센터백 뒤로 돌아들어가는 위치 선정이 탁월했고 이 의도를 정확히 읽은 강현묵이 잡지도 않고 왼발로 부드러운 크로스를 정상빈 앞 공간으로 넘겨줬다. 이 어린 선수들 사이에는 울산이 자랑하는 노련한 센터백 불투이스와 김기희가 있었지만 강현묵의 왼발 크로스는 두 센터백 사이로 날아들었고 이 궤적을 계산한 정상빈이 몸을 날리는 헤더 슛을 꽂아넣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좀처럼 어려운 골을 둘이 합쳐서 39살 38일밖에 안 된 선수들이 해낸 것이다. 특히, 정상빈은 이번 시즌 5게임에 나서서 3골을 터뜨렸는데 그 상대가 모두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팀들(포항 스틸러스, FC 서울, 울산 현대)이어서 더 놀랍다. 

시즌 초반에는 U22 자원을 활용한 바뀐 교체 규정이 여러가지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10라운드가 끝난 지금은 이 어린 선수들 없이 게임을 준비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됐다. 현재까지 K리그 1 공식 득점 기록(자책골 제외)은 133골인데 그 중 15.8%에 해당하는 21골을 22세 이하 선수들이 넣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토요일, 수원 FC도 활짝 웃었다

이번 라운드는 누가 뭐래도 '수원'이었다. 일요일 낮에 동수원 쪽 빅 버드(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매우 신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어쩌면 하루 전 토요일 낮 약 2.6km 떨어진 북수원 쪽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극장 결승골이 터지면서 홈 팀 수원 FC가 이긴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K리그 1 꼴찌에 머물러 있던 수원 FC는 강원 FC를 상대로 전반전에 먼저 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후반전에 대반전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64분에 김승준이 전방 낙법 동작 이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동점골을 넣은 것도 모자라 수원 FC는 종료 직전에 감격의 극장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그 주인공은 한승규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중에서 절반인 2분이 지나는 순간에 거짓말처럼 한승규의 왼발 결승골이 강원 FC 골 라인을 짜릿하게 통과한 것이다.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골잡이 라스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왼발로 낮게 깔아 내준 공을 골문 바로 앞에 있던 한승규가 정확하게 돌려차 넣은 것이다. 

이렇게 극적인 역전 결승골 덕분에 수원 FC는 꼴찌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2시간 30분쯤 뒤에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끝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게임에서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3-0으로 완승을 거뒀기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를 승점 2점 차 꼴찌로 밀어낸 것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수원 연고지 두 팀이 나란히 패한 것(제주 유나이티드 2-1 수원 블루윙즈, 수원 FC 0-1 울산 현대)을 감안하면 10라운드의 '수원' 쾌거는 축구 수도라는 수식어가 다시 어울릴만한 사건이다. 두 팀이 나란히 이긴 라운드가 이번 시즌에 처음 나온 것이니 앞으로 몇 번 더 나올 수 있는지 주목할 일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류승우의 헤더 추가골(63분 30초)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에 들어가는 순간

제주 유나이티드 류승우의 헤더 추가골(63분 30초)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에 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이밖에 토요일에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제주 유나이티드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기록이 나왔다. 후반전 어웨이 팀 교체 선수로 들어온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류승우가 30초만에 벼락골을 터뜨리며 팀의 완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시즌 교체 선수가 터뜨린 골 중에서 가장 빨리 응답한 기록(30초)이 찍혔다. 남기일 감독도 신기한 듯 활짝 웃는 모습이 찍혔다. 교체 선수가 넣은 빠른 시간 골 관련 이전 기록은 지난달 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 공격형 미드필더 고영준이 교체로 들어가 1분 53초 만에 터뜨린 골이었으니 류승우가 1분 23초나 단축시킨 셈이다.

이제 11라운드가 숨가쁘게 다가온다. 먼저 화요일(4월 20일) 저녁에 '강원 FC - 광주 FC'가 가장 먼저 만나고 '포항 스틸러스 - 수원 FC'가 그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 7시 '울산 현대 - 전북 현대'가 문수구장에서 만나는 게임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순위표 맨 꼭대기의 두 팀. 지금은 승점 6점 차이로 벌어져 있지만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 결정 1차전 느낌은 숨길 수 없다.

2021 K리그 1 10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광주 FC 0-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타쉬(59분,PK)]
- 관중 1055명

수원 FC 2-1 강원 FC [득점 : 김승준(64분), 한승규(90+2분,도움-라스) / 김대원(12분)]
- 관중 400명

★ FC 서울 0-1 대구 FC [득점 : 에드가(29분,도움-김진혁)]
- 관중 2750명

★ 인천 유나이티드 FC 0-3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주민규(21분,도움-안현범), 류승우(64분,도움-조성준), 주민규(87분,도움-류승우)]
- 관중 1831명

수원 블루윙즈 3-0 울산 현대 [득점 : 김건희(14분,도움-이기제), 강현묵(46분), 정상빈(69분,도움-강현묵)]
- 관중 2761명

전북 현대 1-0 성남 FC [득점 : 한교원(74분,도움-일류첸코)]
- 관중 3635명

◇ 2021 K리그1 U22 득점 순위(총 133골 중 21골)
1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1999년 9월생) 4골
2 정상빈(수원 블루윙즈, 2002년 4월생) 3골 
2 김민준(울산 현대, 2000년 2월생) 3골
4 강현묵(수원 블루윙즈, 2001년 3월생) 1골
4 엄지성(광주 FC, 2002년 5월생) 1골
4 이성윤(전북 현대, 2000년 10월생) 1골
4 구본철(인천 유나이티드, 1999년 10월생) 1골
4 김진성(FC 서울, 1999년 12월생) 1골
4 정한민(FC 서울, 2001년 1월생) 1골
4 이중민(성남 FC, 1999년 11월생) 1골
4 김대우(강원 FC, 2000년 12월생) 1골
4 엄원상(광주 FC, 1999년 1월생) 1골
4 조상준(수원 FC, 1999년 7월생) 1골
4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2001년 7월생) 1골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6점 8승 2무 23득점 7실점 +16
2 울산 현대 20점 6승 2무 2패 16득점 9실점 +7
3 수원 블루윙즈 15점 4승 3무 3패 12득점 8실점 +4
4 제주 유나이티드 15점 3승 6무 1패 11득점 7실점 +4
5 성남 FC 15점 4승 3무 3패 7득점 5실점 +2
6 포항 스틸러스 15점 4승 2무 4패 11득점 13실점 -2
7 FC 서울 12점 4승 6패 11득점 12실점 -1
8 강원 FC 12점 3승 3무 4패 11득점 14실점 -3
9 광주 FC 10점 3승 1무 6패 10득점 12실점 -2
10 대구 FC 10점 2승 4무 4패 9득점 15실점 -6
11 수원 FC 9점 2승 3무 5패 8득점 16실점 -8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7점 2승 1무 7패 9득점 20실점 -11

2021 K리그1 11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강원 FC - 광주 FC [4월 20일(화) 오후 7시, 춘천 송암]
☆ 포항 스틸러스 - 수원 FC [4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 스틸야드]
☆ 울산 현대 - 전북 현대 [4월 21일(수) 오후 7시, 울산 문수]
☆ 성남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4월 21일(수) 오후 7시 30분, 탄천 종합]
☆ 대구 FC - 수원 블루윙즈 [4월 21일(수) 오후 7시 30분, DGB대구은행파크]
☆ 제주 유나이티드 - FC 서울 [4월 21일(수) 오후 7시 30분, 제주 월드컵]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정상빈 K리그 수원 블루윙즈 수원 F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