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두산이 LG와의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6안타를 때려내며 9-1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16일 포수 박세혁(헤드샷)과 중견수 정수빈(갈비뼈)이 부상으로 이탈한 두산은 잇몸으로 싸운 토요일, 일요일 경기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공동 1위 NC 다이노스, LG와의 승차를 한 경기로 좁혔다(7승6패).

두산은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5이닝 2피안타4사사구7탈삼진 무실점으로 2승째를 챙겼고 김명신, 홍건희, 김민규가 남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허경민이 결승타를 포함해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호세 페르난데스가 3안타 2득점, 김재환과 양석환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토요일부터 중견수 자리에 들어간 조수행은 2경기에서 5번의 출루에 성공하며 정수빈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 갖춘 두산의 4번째 외야수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부분의 구단들은 1차 지명이나 2차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 지명을 선호한다. 야수는 키울 수 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투수는 타고나야 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물론 야수가 1차 지명이나 2차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을 때도 있지만 이는 그 해 마땅한 투수 유망주가 없거나 강백호(kt 위즈)처럼 누구나 인정하는 초대형 유망주가 나왔을 때 뿐이다. 특히 대졸 야수가 1차지명이나 2차 상위라운드에 뽑히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두산 역시 전통적으로 즉시 전력감으로 불리는 대졸선수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졸, 특히 투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두산이 마지막으로 대졸야수를 1차 지명 또는 2차 1라운드로 선택한 경우는 이 선수를 제외하면 무려 1999년의 홍성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리드오프 홍창기,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전상현보다 먼저 지명된 '퀵수행' 조수행이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 시절 4년 동안 90경기에서 92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주력을 자랑하던 조수행은 김현수(LG)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해 두산이 2차1라운드로 선발한 '즉시 전력감' 외야수였다. 하지만 조수행이 프로에 입대한 2016 시즌 두산의 외야에는 김재환과 박건우라는 신데렐라가 한꺼번에 둘이나 등장했다. 결국 조수행은 1군에서 66경기에 출전해 타율 .276 8안타 16득점으로 대주자, 대수비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정수빈이 군에 입대하면서 조수행은 두산의 4번째 외야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7년 차의 정진호(한화 이글스)가 역대최단이닝(5이닝)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97경기에서 타율 .283 5홈런31타점으로 활약하면서 조수행의 입지는 다시 좁아졌다. 그나마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루키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80경기)에 출전한 것이 2년 차 시즌의 수확이었다.

조수행은 2018년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이적과 외국인 선수 지미 파레디스의 극심한 부진을 틈 타 붙박이 1군 선수로 활약하며 119경기에 출전했다. 비록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장타력 때문에 주전보다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한 시간이 더 많았지만 조수행은 51개의 안타와 9개의 도루, .279의 타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6월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정수빈 부상으로 기회 얻자마자 위닝 시리즈 견인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상황 두산 허경민의 동점 적시타 때 2루 주자 조수행이 홈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상황 두산 허경민의 동점 적시타 때 2루 주자 조수행이 홈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에서 3년을 보낸 조수행은 2018 시즌이 끝나고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조수행은 상무 입단 첫 해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94경기에서 타율 .292 2홈런45타점64득점40도루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도루왕을 차지했다(올 시즌부터 팀 동료가 된 내야수 양석환 역시 그 해 조수행과 함께 상무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작년 8월 27일 상무에서 전역한 조수행은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포함돼 44경기에서 타율 .263 4타점12득점3도루를 기록했다. 조수행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꾸준히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한 타석 삼진으로 물러났을 뿐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두산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조수행이 군복무를 하던 사이에 정진호라는 포지션 경쟁자가 한화로 이적했고 외국인 타자도 지명타자 페르난데스가 자리 잡으면서 조수행은 올 시즌 무난히 두산의 4번째 외야수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백업 외야수로 시즌 초반을 보내던 조수행은 지난 17일 주전 중견수 정수빈이 내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출전 기회를 잡았다.

17일과 18일 LG와의 경기에서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조수행은 공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7일 경기에서 3루타 하나를 포함해 5타수2안타1타점을 기록한 조수행은 수비에서도 8회말 홍창기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멋지게 잡아냈다. 조수행은 18일 경기에서도 볼넷2개를 골라내며 4타수1안타2득점1도루로 두산의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조수행은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 4안타3볼넷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조수행이 입단한 후 두산은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조수행은 루키 시즌이었던 2016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2019년에도 군복무 중이라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우승 반지를 차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올해 두산은 우승을 노리기 힘들 거라고 입을 모으지만 조수행은 올해 자신의 첫 우승반지를 따내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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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조수행 퀵수행 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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