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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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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EU, 호주, 몽골, 이스라엘 등 8명의 주한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전달받는 제정(提呈)식을 갖는다. 신임장 제정식은 파견국의 국가 원수가 새로운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을 주재국 정상에게 전달하는 의식이다.
 
최근 나온 한 기사 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문장이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렵고, 상당히 딱딱한 편이다.

국가원수, 봉정, 제정... 봉건적·권위적 용어, 일제의 잔재

기사 내용 중 우선 '국가 원수'라는 말부터 대단히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용어라고 본다. '국가 원수'라는 이 용어는, 독일의 악명 높은 히틀러가 총리와 대통령을 겸임하고 군정 대권(軍政大權)을 독점한 뒤 독일어 중 '원수(Staatsoberhaupt)'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통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이 '원수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리고 한국 헌법에는 박정희의 유신 헌법 때 헌법에 '국가 원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가 원수'라는 이 말은, 과거엔 쓰였을지 몰라도 현재 우리가 사는 현대국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용어라고 본다.

다음으로, '제정(提呈)'이란 용어도 굉장히 낯선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신임장 제정'이란 경우에만 사용되는 특수용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임장 제정'이란 용어 자체가 일본어로부터 비롯된 용어로서, 일본에서는 '신임장 봉정(捧呈)'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무려 '천황 폐하'에게 받들어 올리는 의식절차로써, '받들 봉(捧)' 자를 특별히 사용해 '봉정'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대사에 의한 천황폐하에의 신임장 봉정" 제하의 기사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차마 그런 '봉정'이란 용어까지 사용하지는 않고, 한 단계 낮춰 '제정(提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신임장'도 영어 Credentials를 일본에서 번역한 용어를 우리가 그대로 이어받아 사용하는 용어다.

'외교관증명서 제출' 등 쉬운 현대어로 바꿔야

결국 '신임장 제정'이나 '신임장 제정식'은 봉건적 색채가 너무 짙고 일본어에서 기원한 용어로서 적합한 다른 용어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신임장 제정'이란 말의 대안으로서는 '외교관증명서 제출', '외교관증명서 제출식' 혹은 '주**대사 증명서 제출' 등 현대적이며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그:#신임장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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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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