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안방에서 영남 라이벌 삼성에게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9-3으로 역전승을 따냈다. 오랜 라이벌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롯데는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SSG 랜더스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5승6패).

롯데는 1-2로 뒤지던 7회 말 공격에서 김재유가 주자 3명을 불러 들이는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포수 김준태는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쐐기 3점 홈런을 터트렸다. 8,9번타자가 나란히 3타점을 올렸지만 이날 롯데 선수단에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지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된 지 18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우완 김대우가 그 주인공이다.

해외 진출 집착하다 커리어 망친 특급 유망주

2002년 고교야구에는 동산고의 송은범(LG트윈스)과 성남고의 노경은(롯데), 천안북일고의 안영명(kt) 등 뛰어난 투수 유망주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야구팬들이 입을 모아 그 해의 '최대어'로 부르던 최고 유망주는 따로 있었다. 바로 광주일고의 4번타자와 에이스를 겸하는 야구천재로 대통령배에서 광주일고를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MVP를 수상한 '초고교급 유망주' 김대우였다.

김대우는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돌았고 연고팀 KIA 타이거즈는 김대우 대신 같은 학교의 우완 고우석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대신 롯데에서 2차 1순위로 김대우를 지명한 후 협상을 벌였지만 해외 진출에 욕심이 있던 김대우와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그리고 김대우는 '2년 재학 후 해외진출 보장'을 조건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과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많은 선배들이 비슷한 절차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김대우는 대학 입학 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2년 후 해외리그가 아닌 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전역 후에는 해외 진출 여부를 두고 고려대와 마찰이 있던 김대우는 두 번에 걸친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을 모두 실패하고 2007년 대만 프로야구의 청타이 코브라스에 입단테스트를 봤다. 물론 한국 구단의 지명을 받은 김대우의 대만 진출은 협정에 위배되는 사안으로 김대우는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방출됐다.

롯데 입단을 거부하고 대학을 선택한 지 5년 만에 빅리그 진출의 꿈을 접은 김대우는 2007년 말 계약금 1억 원에 롯데와 입단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롯데 구단과 팬들은 그래도 한 때 전국이 주목하던 NO.1 유망주였던 만큼 김대우가 늦게라도 롯데에서 잠재력을 폭발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김대우는 2009년 KBO리그 사상 최초의 5타자 연속볼넷이라는 불명예기록을 남긴 채 실망스런 성적만 남겼다.

2011년까지 투수로 활약하던 김대우는 2012년 타자로 전향했다. 고교시절 4번타자로 활약했던 김대우는 연습배팅에서 '홍성흔급 비거리'를 선보이며 또 한 번 롯데 팬들을 들뜨게 했다. 김대우는 매년 시범경기에서 대형 홈런을 터트리며 타자로서의 성공을 기대하게 했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정확성에서 약점을 보이며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또래들 은퇴 고민할 나이에 프로 데뷔 첫 승

그렇게 투수로도 타자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30대 중반을 향해가던 김대우는 2017년 6월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투수에서 타자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특이한 이력을 가지게 된 김대우는 2018년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에서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롯데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난타를 당하는 김대우는 롯데 마운드의 '늑대소년'이 되고 말았다.

2019년 퓨처스리그에서의 괜찮은 성적에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김대우는 시즌 후 윤길현, 김문호 등 커리어가 있는 선수들이 방출되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그리고 작년 오랜만에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김대우는 1군에서 46경기에 등판해 49.1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3.10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승리나 세이브,홀드 기록 하나 없었지만 김대우에게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이었다.

김대우는 올 시즌에도 시범경기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무난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는 지난 8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이닝 동안 볼넷2개를 내줬지만 도태훈을 병살로 처리하며 프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작년 46경기에 등판하며 단 하나도 없었던 홀드 기록을 단 두 경기 만에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김대우가 롯데 불펜에서 입지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김대우는 1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드디어 역사적인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선발 댄 스트레일리에 이어 1-2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오른 김대우는 1이닝 동안 9개의 공을 던지면서 1피안타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롯데가 김재유의 역전 적시타와 손아섭의 추가타점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김대우가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1군 데뷔 4374일 만에, 한국나이로 38세에 기록한 감격적인 프로 첫 승이었다.

김대우의 드래프트 동기인 송은범과 노경은, 안영명, 지석훈, 이성열 등은 대부분 팀 내에서 최고참급 노장이 됐다. 전병두와 윤규진, 이대형, 서동욱, 임준혁처럼 이미 현역 생활을 접은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38세의 김대우는 프로에서의 실적이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신예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프로 지명을 받은 지 18년 만에 첫 승을 따낸 김대우는 과연 올해 롯데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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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김대우 데뷔 첫 승 해외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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