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선발전원 안타를 때려내며 롯데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10-5로 승리했다. 전날 연장 12회 끝내기 승리의 기세를 이어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한 KIA는 5할 승률을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 SSG랜더스와 함께 공동 4위에 오르게 됐다(5승5패).

KIA는 4회 역전 적시타를 때려낸 김선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원준, 최형우, 한승택, 박찬호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두 좌완 루키 이의리와 김진욱의 선발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두 신인 투수는 야구팬들에게 기대만큼 수준 높은 투수전을 선보이진 못했다.  

10여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좌완 황금세대'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의 신인 이의리가 선발로 등판 1회 초에 투구하고 있다.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의 신인 이의리가 선발로 등판 1회 초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는 10여 년마다 뛰어난 좌완투수 여러 명이 동시대에 등장하곤 한다. 90년대 최고의 좌완투수가 쏟아진 해는 단연 1993년이었다. 한양대 시절 '일본킬러'로 명성이 자자했던 구대성이 빙그레 이글스, 대학시절 14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상훈이 LG 트윈스, 그리고 국가대표 출신 김홍집이 각각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이들은 입단 당시부터 '좌완 빅3'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루키 시즌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세 선수는 2년 차가 된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상훈이 18승 8패 평균자책점 2.47로 다승왕과 함께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12승을 기록한 김홍집도 태평양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특히 김홍집은 그 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말까지 무려 141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를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3승 12패를 기록하며 명성에 비해 썩 대단한 실적을 내지 못했던 구대성은 1996년에 대폭발했다. 구대성은 1996년 18승 3패 24세이브 1.88의 성적으로 다승, 평균자책점, 세이브, 승률 타이틀을 휩쓸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구대성-이상훈-김홍집으로 이어지던 '좌완 황금세대' 이후 10년 넘게 나타나지 않았던 좌완 투수 전성기는 10년이 훨씬 더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다시 한 번 찾아왔다.

2006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대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전수 받아 루키 시즌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석권했다. 같은 해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LG) 역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리그 최고의 전천후 좌완투수로 활약했다. 훗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에이스 투수가 됐고 차우찬 역시 통산 110승을 기록했다.

2007년에도 쟁쟁한 두 명의 특급좌완이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SK와이번스의 레전드가 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통산 136승을 올리며 한 시대를 호령했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로 불리는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KBO리그에서 무려 147승을 기록한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투구수 관리 못한 이의리와 제구 흔들린 김진욱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롯데 신인 김진욱이 선발로 등판 1회 말에 투구하고 있다.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롯데 신인 김진욱이 선발로 등판 1회 말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나란히 프로에 입단한 이의리와 김진욱 역시 고교 시절에는 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선배들 못지않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작년 6월 광주일고와 강릉고의 황금사자기 1회전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빅매치였다. 당시엔 6이닝7탈삼진 무실점의 김진욱이 5.2이닝 9탈삼진 5실점(3자책)의 이의리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프로 무대에서 스타가 될 재목으로 평가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대대로 이의리는 KIA의 1차지명을 받았고 김진욱 역시 2차 1번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KIA와 롯데는 이의리와 김진욱에게 각각 3억 원과 3억7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고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키며 입단 첫 시즌부터 1군 경쟁력을 시험했다. 야구팬들은 두 특급좌완이 2019년의 정우영(LG)이나 작년의 소형준(kt 위즈)처럼 루키 시즌부터 선배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활약으로 리그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와 줄 것으로 기대했다.

두 선수 모두 시범경기에서 각각 7이닝10탈삼진 무실점(이의리)과 5.2이닝4탈삼진 무실점(김진욱)으로 호투했고 양 팀 감독은 이들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의리는 지난 8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 데뷔 첫 등판에서 5.2이닝3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했고 김진욱은 다음날 키움에게 6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15일 로테이션이 겹치면서 두 선수는 프로 데뷔 두 번째 등판에서 선발 맞대결이 전격 성사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야구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좌완 슈퍼루키 이의리와 김진욱의 첫 맞대결은 의외로 시시하게 끝났다. 4이닝 동안 삼진7개를 잡은 이의리가 투구 수 관리에 실패하면서 5회 시작과 함께 서덕원으로 교체됐고 4회2사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진욱은 피안타는 3개였지만 무려 6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두 투수 모두 프로의 매운 맛을 경험한 경기였다.

비록 만18세 루키 투수들의 첫 맞대결은 승자를 남기지 못하고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지만 이날 보여준 투구가 두 선수의 실력과 가능성의 전부를 보여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은 136승, 145승을 따낸 대투수가 된 김광현과 양현종도 루키 시즌 성적은 각각 3승7패와 1승2패에 불과했다. 아직은 여물지 않은 두 신인 투수가 첫 맞대결의 아쉬움을 자양분 삼아 훗날 얼마나 좋은 투수로 성장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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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이의리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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