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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띤잔(Thingyan)'을 맞아 미얀마인들이 양곤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군부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4월 13일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띤잔(Thingyan)"을 맞아 미얀마인들이 양곤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군부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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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엔 고등학생 오빠에게 폭행을 당한 중학생 은희가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하는 가운데 맞은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은희는 부모님의 개입을 통해 오빠가 잘못을 깨닫고, 태도가 변하길 바랐다. 그러나 부모님은 "너희들 싸우지 좀 마!"라며 일방적인 '폭행'을 쌍방간의 '다툼'으로 치부한다. 할 말을 잃은 은희는 포기한다.

은희와 미얀마 상황을 비교해보자. 중학생 은희보다 신체적, 물리적으로 우월한 고등학생 오빠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같다. 물리적 조건 등 모든 요소에서 불리한 은희는 미얀마 국민들이다. 그리고 일방적인 폭력을 쌍방간의 다툼으로 변질시키는 부모님은 미얀마를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 세계 여론과 언론의 시선이다. 우리가 접하는 미얀마를 다루는 기사들은 미얀마를 전쟁터와 비교하기 바쁘지만 정작 미얀마 시민들은 "미얀마는 전쟁터가 아니다. 전쟁은 적어도 양쪽이 무기를 갖고 싸울 때 가능한 것이다"라고 호소한다.

'전쟁'이라 함은 적어도 양쪽이 대등한 상황 가운데 발생한 대결을 묘사할 때 정당하게 쓰인다. 상대가 맨손이라면 맨손으로 싸우고, 상대가 칼을 들었다면 적어도 각목 하나는 쥔 채 싸워야 대결, 혹은 전쟁이라 할 수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총칼로 무장해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이는 군부와 마주하고 있다. 이들의 대치를 전쟁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양쪽을 대등한 관계로 착각하게 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흐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폭력', '부당한 권력의 만행' 정도로 표현하면 적절할 듯하다.

미얀마 시민들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폭력에 시달리며 세계의 관심과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2월 초,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는 일제히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좌초된 민주주의를 바라보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행보를 이어나갔고, 이에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관심 이상의 '개입'을 원했다. 그래왔던 것처럼, 민주주의와 인권이 탄압받는 곳에 물리적, 정치적, 혹은 경제적 개입을 통해 민주주의를 국민 품에 되돌려주길 원했다. 그러나 600명 가량이 사망하고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체포된 상황 가운데 국제사회의 개입은 '전무하다'. 말뿐인 관심과 의미 없는 경제제재만이 가해질 뿐이다. 군부 세력은 일체의 타격을 입지 않고, 국민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미얀마 상황에 개입함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없다'가 미얀마 상황에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주된 이유다.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하며 질서의 수호자임을 자처했던 미국은 미얀마 상황에 침묵하고 있고, 세계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탄압을 억제하고 방지함으로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세워진 유엔 안보리 이사회 또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대통령이란 호칭을 갖는 유엔 사무총장 또한 미얀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침묵에는 정치적‧경제적 계산이 작용한다. 미얀마 국민들의 생명, 민주주의의 가치는 '계산' 앞에 무너졌다.

결국, 미얀마의 회복은 시민사회의 힘에 달려있다. 미얀마의 상황 앞에 국제기관의 권력과 힘은 작동하지 못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미얀마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알리며 함께 돕는 시민사회의 여론은 미얀마 상황을 변화시킬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 감정과 상황의 공유가 만들어낸 '작은 힘'은 부도덕한 국가 권력 가운데 굳건한 '큰 힘'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작은 힘이 만들어낸 작은 균열은 곧 큰 힘을 무너뜨린다.

미얀마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작은 힘 가운데, 대한민국 시민 공동체가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 '오늘의 행동'과 시사 주간지 <시사인>은 5월 18일까지 #WatchingMyanmar 캠페인을 진행하며, 일상에서 미얀마를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에선 미얀마 시민항쟁을 상징하는 '세손가락' 사진이 #WatchingMyanmar 해시태그와 함께 끊임없이 업로드 되고 있으며, 시사인은 군부에게 탄압받는 미얀마 언론인들에게 소중한 지면을 제공했다.

또한 국내 시민단체 중 일부는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협력하여 미얀마 군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한국기업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미얀마 국민과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 권력의 폭력 앞에 바스라지는 개인'이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공유하며 함께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지만 정신적으로 연대하며, 외로이 투쟁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겨낼 수 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민주주의와 자유는 시민들의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미얀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그리고 삶에서의 실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그 때가 하루라도 일찍 다가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태그:#WATCHINGFORMYANMAR, #미얀마 , #미얀마상황관심, #미얀마군부쿠데타, #국제사회의개입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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