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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자칼럼
 1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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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15일자 A14면에 '혁신학교 반대했다고 경찰서로 불려간 학부모들'이란 제목의 기자칼럼에 대해 경찰이 '오보'라고 항의하자 인터넷기사 제목과 본문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신문은 '기사수정' 사실을 인터넷 기사에 따로 알리지 않고 있다.

소환된 초등 학부모가 반포동 거주?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통해 서울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운동 과정에서 교권침해 혐의로 고발당한 주도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인물 A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기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A씨는 지난 주말 서초 경찰서에 불려갔다"면서 다음처럼 A씨의 발언을 실었다.

"내 아이가 갈지 모르는 학교(경원중) 일인데 모르는 척할 수 없다."

하지만 반포동에 산다는 A씨의 초등 자녀가 경원중에 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배정학구를 파악한 결과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경원중은 잠원동 지역 초등학교 졸업생만 신입생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A씨의 설명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더 나아가 A씨는 '현재 반포동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경찰로부터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인터넷 판에서는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A씨"란 내용을 "초등학생 학부모 A씨"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칼럼에서 쓴 다음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를 비롯한 일부 학부모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 규모가 거의 800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범죄인 취조하듯 몰아붙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경원중 사건 주도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도 제대로 안했으며, (첫 번째로 부른) A씨는 출석했다가 조사를 안 받고 그냥 갔다"면서 "<조선일보> 기사에 오류가 많아 정정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원중 사건 주도자 일부만 조사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정정 요구 뒤 조선일보는 해당 내용을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다음처럼 바꿨다.

"A씨는 '나를 마치 범죄인 취조하듯 몰아붙였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의 규모만 거의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를 비롯한 일부 학부모가 경찰조사를 받았고, 그 규모가 거의 8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을 바꾼 것이다. 이 신문은 '혁신학교 반대했다고 경찰서로 불려간 학부모들'이란 지면 제목도 '혁신학교 반대했다고 경찰서로 불려간 학부모'라고 고쳤다.

해당 칼럼 가운데 "(마을결합혁신학교가) '혁신학교'의 한 형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는 내용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경원중은 이 학교 학부모들에게 보낸 '지정 동의서'에 '혁신학교'란 글귀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제목과 본문 내용 고쳤는데 수정 표시 없어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 기사 제목과 기사 내용은 변경됐는데 수정 내용이 표시돼 있지 않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 기사 제목과 기사 내용은 변경됐는데 수정 내용이 표시돼 있지 않다.
ⓒ 조선일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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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공모신청 당시 가정통신문 찬반 동의서에 분명히 혁신학교라고 명시해 학부모들 다수가 찬성했다"면서 "조선일보가 '혁신학교의 한 형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적은 건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신문이 서울시교육청이 마치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열린채팅방' 소속 800명 전원을 고발한 것처럼 보도했는데 우리가 고발한 대상은 '교권침해'와 '현행법 위반 행위' 주도자"라고 짚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해당 기자칼럼 내용을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수정해놓고도 자사 인터넷 판에는 수정 일시를 기사 입력 일시와 같은 '2021.04.15. 03:00'로 해놨다. 

태그:#조선일보, #경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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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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