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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재보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2016년 총선부터 시작한 민주당에 연승을 국민의힘이 저지한 것이다. 재보선 참패 뒤 초선의원부터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당 2030 의원 5명은 참패 원인을 조국 사태로 규정했다.

그러자 민주당 일부 친문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성 지지자들 또한 해당 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후 일주일 정치권의 흐름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3일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편집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재보선, 주제 파악이 승부 가른 선거였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
 정주식 <직썰> 편집장
ⓒ 정주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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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재보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잖아요. 재보선 어떻게 보세요?
"'주제 파악'이 승부를 가른 선거였다고 봐요. 민주당은 무능한 기득권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고요. 여전히 본인들이 정의로운 개혁 세력이라고 착각을 했어요. 현 정부의 많은 실정이 있었지만, 실정 자체보다는 실정을 대하는 태도가 국민적 공분을 누적시켰다고 보고요. 반면에 국민의힘은 주제 파악에 어느 정도 성공을 했어요. 선거가 끝났지만, 양쪽 모두에게 다시 주제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 그럼 왜 민주당은 주제 파악을 못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너무 큰 매몰 비용을 지불했어요. 이제 와서 그거 주워 담으려니까 고통이 너무 큰 거죠. 조국 사태 이후에 이 당이 급속도로 진영주의 정치에 빠져들었거든요. 그때 망가진 당의 체질을 바로잡는 데 실패한 것이 주제 파악에 실패한 원인이 된다고 봐요."

- 조국 전 장관 옹호하는 측 주장은, 조국 사태는 총선 전이라서 총선 때 180석 의미는 조 전 장관을 지키라는 게 아니냐는 건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의도가 있는 거죠. 조국 사태 당시 강성 지지층의 열망을 등에 업고 국회에 진출했던 사람들이, (조국 지지 집회인) 서초동 민심을 열렬히 옹호했던 자신들의 오류를 이제 와서 인정할 수가 없는 거죠."

- 그럼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코로나 방역이라고 생각하고요. 당시에 코로나 사태가 급속도로 번지는 상황에서 방역을 잘했다는 측면도 있고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되겠다는 민심이 모아진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코로나로 인해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가 1년 유예된 건가요?
"한 가지 이슈로 선거 결과를 설명하긴 어렵고, 조국 사태 이후 당이 강성 지지층들에게 포획되면서 정권이 자기 객관화 능력을 상실한 것이 지속적 민심이반을 불러온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 이전엔 그런 게 없었다고 보세요?
"조국 사태 이전에도 강성 지지자들의 '패악질'은 있었죠. 하지만 조국 사태 이전에는 적어도 청와대 인사들이나 민주당 국회의원 입에서 강성 지지자들 무리한 주장이 여과 없이 나오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박영선 후보의 20대 폄하 발언이라든지 송영길 의원의 '오세훈 찍으면 <뉴스공장> 폐지된다' 식 망언들은 사실 그 당 지지자 커뮤니티 중심으로 돌아다니던 정서거든요. 이런 무리한 주장들이 지지자들이 입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들 입을 통해서 그렇게 직접 전달된다는 건, 정치 세력 자체가 강성 지지자들 정서와 아주 강하게 동조화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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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2015년 새누리당과 2020년 민주당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분위기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봐요. 당시 강성 지지층에 포획되어 있었던 새누리당의 분위기에 반기를 든 소수의 의원이 있었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유승민 의원을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사실상 찍어내기를 하면서 그 당이 급속도로 질식해 갔어요. 그 광경을 보면서 다른 의견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겠다는 공포감을 느꼈고, 또 그 당의 강성 지지층인 아스팔트 보수들은 '아 우리 의견이 이렇게 강하게 반영이 되는구나'라는 어떤 자신감을 얻어 의기양양해졌죠.

지금 민주당의 분위기가 그때와 아주 유사하다고 봐요. 문제는 지금 이 당에는 대안 세력이 없다는 거예요. 이번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인사들이 다양한 반성을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 엉뚱한 소리인 거 같아요. 예를 들면 페미니즘 때문에 졌다거나 검찰개혁을 제대로 못 해서 졌다, 언론 때문에 졌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웃고 있을 거 같아요."

- 그럼 작년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탈당은 어떻게 보셨어요?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를 당이 그대로 수용을 했던 결과라고 보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저 당에서 소신을 피력하던 의원이 나와서 결국에 갈 곳이 저 보수 야당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슬펐어요. 양당제의 비극이에요."

-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폭탄 보내는 건 어떻게 보세요?
"작년 3월 어느 날 민주당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 것이냐를 두고 최고위 회의가 열렸어요. 하루 전 한 친민주당 유튜버가 방송하는 걸 봤는데 실시간 접속자가 4만 명이 넘었어요. 진행자가 '이런이런 사람들이 지금 위성 정당 창당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배신자들입니다' 이러면서 위성정당 창당에 반대했던 의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화면에 띄웠어요. 진행자가 '여러분 화끈한 화력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시청자들이 '당장에 내가 저 의원들을 혼내 주겠다'는 반응들이 나왔겠죠. 실제로 다음날 그 타겟이 됐던 의원들이 당원들 문자 폭탄에 시달렸단 보도가 나왔어요. 그 뒤 별 반대 없이 위성정당 당원투표가 치러졌죠.

그때 당시에 위성정당 창당에 반대했던 민주당 사람들이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박주민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박주민 의원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서 어떤 반대의견도 내지 않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는 거 자체도 문젠데 이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도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문자 폭탄 등 지지자들의 격렬한 린치에 정치인들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굉장한 효능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안방에 앉아서 문자만 몇 통 보냈더니 이 사람들이 입장을 바꾸네?' 이런 효능감을 맛본 사람들은 앞으로 더 격렬한 문자 폭탄 등의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점점 지지자들의 린치 행위의 빈도가 많아지고 수위가 높아지는 데에는 이걸 수용하는 정치인들의 태도도 한몫 한다고 봐요."

-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던데요.
"선거 다음 날 김종민 최고위원이 방송에 나가서 바로 언론 탓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부터 정리하는 게 쇄신의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1년 사이에 이렇게 갑자기 돌아섰나요? 그러면 작년 180석 승리는 언론이 밀어준 덕인가요? 오히려 문제는 본인들이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언론 탓 혹은 반대 세력 탓으로 돌려 왔던 정부·여당의 태도가 문제에요.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오만한 남 탓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쌓인 것이죠. 언론의 오보나 정파적 보도는 언제나 있었던 건데, 그게 이번 정권에서만 유난하게 더 특별하게 크게 작용했다는 건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고요. 오히려 이 정부가 언론에 대한 과도한 피해 의식 때문에 본인들의 성찰 기회를 날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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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자기들이 국민의힘보단 깨끗하니 자기들 찍어야 한다는 건데.
"정치를 그런 시궁창으로 몰고 가는 행태가 비극적이라고 봐요. 내가 쟤보다는 낫다는 우월감이 그 이번 정권을 지배하는 정서인 거 같은데, 고작 박근혜 정부보다 조금 나은 정치를 하라고 국민들이 촛불 들었던 건 만들어 준 건 아니잖아요. 직전 정권은 말도 안 되는 국정농단을 했던 정권이고 본인들 손으로 끌어낸 정권인데, 본인들 입으로 박근혜 정권과 비교하는 건 정말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해요."

"민주당, 후보 안 내긴 어려웠을 것... 기존 관성에서 벗어날 지도부 필요"

- 만약 민주당이 후보 안 냈다면 어땠을까요? 민주당은 여당이 서울 시장이란 큰 선거에 후보 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후보 내지 않으면 내년 대선도 어렵다는 논리였는데.
"소탐대실이라고 봐요. 그렇게 무리하게 후보를 냈으면 이겼어야죠. 저는 그 관점보다는 선거는 잡(job) 메이킹이라는 말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직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서울시장 당선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수백~수천 이상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직업 정치인들 입장에서 볼 때는 이걸 해보지도 않고 그냥 포기하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당의 미래와 승리 확률까지 고려했을 때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지만 직업 정치인들에게 그걸 설득하는 건 어려웠을 거예요."

- 적폐 청산을 오래 해서 피로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단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피로감이 있다는 지적보다는, 본인들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자꾸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면서 구호 자체가 본인들의 정치적 책임을 면피하려는 용도로 변질된 측면이 있어요. 문재인 정부 후반부의 가장 큰 적폐 청산 과제였던 '검찰개혁'만 봐도, 이게 윤석열 찍어내기가 목적아닌가 싶죠.

검찰조직에 대한 어떤 강한 그 개혁을 추진했던 명분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조정이었는데 윤 총장은 사실 두 개혁과제를 반대한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무리하게 윤석열을 찍어내려 했던 추미애 장관의 과도한 방식에 대해서 피로함을 느낀 거 같고요.

윤 총장이 옷 벗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중수청 설치만 해도, 애초에 6대 중대 범죄에 수사는 검찰이 계속 맡겨 준다는 게 기존의 방침이었는데 갑자기 그 말을 뒤엎으면서 그것마저도 검찰에게 맡길 수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게 중수청 설치 법안이었잖아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계속 검찰 개혁 실체가 무엇인지, 결국 '윤석열 찍어 내기'가 검찰개혁의 실체이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던 것이 피로감을 만들었다고 봐요. "

- 윤 전 총장이 공수처 반대한 거 아닌가요?
"윤 전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한 번도 명시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어요. 속으로는 불쾌했을 수도 있죠. 검찰조직 수장으로서 본인이 몸담은 조직의 힘을 뺀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겠으나, 임명 전부터 윤 전 총장은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도 단 한 번도 공수처의 반대한다고 말한 게 없어요."

- 재보선이 끝난 다음 날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어요. 민주당은 16일 원내대표 선출할 때까지 일주일 비대위를 하잖아요. 비대위를 굳이 띄울 필요가 있었겠냐 목소리도 나오는데.
"형식론보다는 기존의 강성 지지층에 포획됐던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해요. 쇄신의 핵심은 기존 진영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에요. 그게 누가 될지, 그런 대안 세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어요. 개혁파라고 할만한 소장 그룹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쇄신이 잘 될 것이냐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분명한 건 내년 대선에서도 주제 파악이 승패를 가를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국정운영 동력을 상당히 상실한 상태에서 남은 1년 동안 어떤 놀라운 치적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4년간의 과오와 오류에 대해 겸허하게 성찰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내년 대선 해서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승리를 오판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 선거 결과가 오세훈이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이 당이 여전히 자숙과 반성의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선거 결과를 두고 '와 우리가 이제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안도하면 위험해질 거예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반성문 잘 쓴 정당이 내년에 집권할 거라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됩니다.


태그:#정주식, #재보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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