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걸스 오브 막시>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걸스 오브 막시> 포스터. ⓒ 넷플릭스

 
록포드 고등학교, 11학년이 된 비비언은 등교 첫날부터 절친 클라우디아와 여학생들을 품평하는 리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기분이 좋진 않은데, 왜 그런지는 알 도리가 없다.

집에 와서 대학 지원을 위한 에세이를 쓰는 비비언, 엄마와 대화하던 중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녀는 소싯적 한껏 반항끼를 풍기며 모든 걸 불살라 버릴 듯 여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새삼스레 엄마의 젊은 날 흔적을 찾아보는 비비언, '세상을 바꿀 여성의 혁명적 힘'을 얼핏 목도한다. 다음 날 학교 행사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성차별, 성희롱의 현장을 참지 못하고 피하는 비비언, 집에 돌아와서는 더러운 기분을 풀 곳을 찾지 못해 배회하다가 엄마의 흔적으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인쇄소에 달려 가서 50장을 복사한 그것은 '막시(용기)'라는 이름의 초소형 잡지, 자기가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그것들을 화장실에 배치하곤 친구들의 반응을 지켜 본다. 오래 지나지 않아 '막시'는 교내 곳곳으로 퍼지고, 모임이자 단체로 발전하며 교내 운동으로까지 나아간다. 평소 순종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비비언도 그 운동의 핵심 멤버가 되고, 학교에 작은 소용돌이가 퍼지는 듯하다. 비비언은 언제까지 익명으로 '막시'를 펴낼 수 있을까? 

누가 봐도 공감할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걸스 오브 막시>는 제니퍼 마티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이틴 영화로, 에이미 폴러가 연출과 조연을 맡아 화제를 뿌렸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2000년대에 SNL에서 크루로 활동하다가 시트콤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메인 주연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활약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메인 주연 '기쁨이'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그녀는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뿐만 아니라 각본과 제작, 성우에까지 활발히 활동했는데, 영상계 활동의 꽃이라고 할 만한 연출까지 섭렵하게 된 것이다. 다재다능한 '끼'를 이번에 어떻게 발산했을지 자못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다분히 여성을 앞세운 듯한 '여성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마냥 전형적이지만은 않을 거란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훨씬 상회했다. 그동안 나온 수많은 하이틴 영화의 결, 페미니즘 기반의 여성 영화의 결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임팩트있게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이틴 영화이지만 하이틴만을 위한 게 아닌, 여성 영화이지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어느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올바름을 지향하고자 하는 영화에서 메시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에이미 폴러 감독이 그 어려운 걸 해낸 덕분이다. 

연대란 이래야 한다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주요 캐릭터들의 면면으로 드러난다. 백인 여성 비비언, 흑인 여성 루시, 중국계 미국인 클라우디아, 아시아계 미국인 세스, 그리고 백인 남성 미첼. 여기에 휠체어를 탄 백인 여성, 몸매에 관한 뒷말을 듣는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들이 있다. 백인 남성 선생님과 백인 여성 교장도 있다. 정녕 다양하지만 도식화되어 있는 듯, 또한 자로 잰 듯한 대립 구도를 형성시켜 놓기도 한다. 

교과서를 보는 듯한 이 부분이 바로 감독이 영리하게 짜놓은 판이라고 하겠다. 누구 하나 이 캐릭터들과 이어지지 않을 수 없을 테고, 소외될 수 있는 생각과 상황들과도 자연스레 이어지며, 공감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이다. 핵심 타깃의 범위를 아주 넓히면서 '올바른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잃지 않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마지막 10분, 영화는 '연대란 이런 것이다'가 아닌 '연대란 이래야 한다'를 명명백백히 보여준다. 연대란 목소리를 한데로 모아 어떻게든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의 목소리든 수렴할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 영화, 참 멋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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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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