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반중시위에 '수박' 등장한 이유

[미얀마에서 온 사진 - 4월 13일] 반중정서 확산 중 국경지대 불공정 담합 사건도

등록 21.04.14 13:29l수정 21.04.15 12:07l소중한(extremes88)

군부 쿠데타와 독재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4월 13일 양곤 흘라잉(Hlaing)에서 반중시위를 벌였다. UN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얀마에서 벌어진 일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위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함께 수박도 등장했는데,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미얀마-중국 국경지역에서 중국 유통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미얀마산 수박을 나눠먹기도 했다. ⓒ MPA

 
4월 13일 미얀마 양곤에서 벌어진 반중시위에 중국 국기 오성홍기와 함께 미얀마산 수박이 등장했다.
 
오성홍기는 그동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위에 자주 등장했었다. 쿠데타와 유혈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중국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같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함께 미얀마 제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도 미얀마인들은 오성홍기를 불태우며 중국에 항의 의사를 내보였다. 미얀마인들이 수박을 가지고 나온 이유도 비슷하다. 최근 미얀마-중국 국경지대에서 중국 유통업자들의 불공정 담합 사례가 발생했는데, 쿠데타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와 함께 이 이슈에도 많은 미얀마인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그롭 '미얀마투데이'는 "중국 유통업자들이 미얀마산 수박의 매입 가격을 터무니없이 깎는가 하면 갑자기 구매계약을 철회하는 등 불공정한 집단행동을 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미얀마 상인들과 농민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인들은 'X'자 표시를 새긴 오성홍기를 미얀마산 수박에 꽂고 "학살자 반란세력에 끝까지 저항하자", "새해 첫날을 달콤한 수박과 함께"라는 피켓을 들었다. 또 시위 마지막에 미얀마산 수박을 나눠먹으며 '국내에서 미얀마산 수박을 소비해주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이날 시위는 전날 양곤에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던 시위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전날 시위에선 그동안 미얀마 민주화에 지지를 보내온 국가들에 감사 메시지를 담은 피켓이 여럿 보였다. 미얀마인들은 "우리는 당신의 지원과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등 한국어로 적은 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관련 기사 : "당신은 정말..." 한국어 피켓 든 미얀마인들 http://omn.kr/1su21). 
 

군부 쿠데타와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인들이 4월 12일 양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R2P'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R2P는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약자로 집단학살·전쟁범죄·인종청소·반인륜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 그리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시위대의 피켓엔 한국에 감사를 표하는 메시지가 한국어와 영어로 담기기도 했다. ⓒ MPA

 
 

군부 쿠데타와 독재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4월 13일 양곤 흘라잉(Hlaing)에서 반중시위를 벌였다. UN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얀마에서 벌어진 일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위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함께 수박도 등장했는데,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미얀마-중국 국경지역에서 중국 유통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미얀마산 수박을 나눠먹기도 했다. ⓒ MPA

 

군부 쿠데타와 독재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4월 13일 양곤 흘라잉(Hlaing)에서 반중시위를 벌였다. UN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얀마에서 벌어진 일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위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함께 수박도 등장했는데,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미얀마-중국 국경지역에서 중국 유통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미얀마산 수박을 나눠먹기도 했다. ⓒ MPA

 
한편 미얀마인들이 피켓에 "새해 첫날"이라고 적은 이유는 4월 13일부터 '띤잔(Thingyan)' 연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띤잔은 우리의 음력설처럼 미얀마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보통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띤잔 기간 동안 미얀마인들은 고향을 찾고 물 축제에 참여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시위에서도 "행복한 띤잔이 아닌 혁명의 띤잔"이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다른 피켓엔 "파다욱(Padauk) 꽃이 시들어간들 우리 젊은이들은 혁명을 멈출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파다욱은 미얀마인들이 사랑하는 노란 꽃으로 띤잔을 상징한다. 띤잔 무렵인 4월에만 꽃을 피운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미얀마 최대 명절인 띤잔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주도하는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피켓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미얀마인들은 "행복한 띤잔이 아닌 혁명의 띤잔"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미얀마에서 온 사진 http://omn.kr/1sql0
   

4월 13일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띤잔(Thingyan)'을 맞아 미얀마인들이 타난타리(Tanintharyi)주 다웨이(Dawei)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군부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띤잔 기간 동안 미얀마인들은 물 축제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 MPA

    

4월 13일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띤잔(Thingyan)'을 맞아 미얀마인들이 타난타리(Tanintharyi)주 다웨이(Dawei)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군부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띤잔 기간 동안 미얀마인들은 물 축제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 MPA

     

4월 13일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띤잔(Thingyan)'을 맞아 미얀마인들이 양곤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군부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통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띤잔 기간 동안 미얀마인들은 물 축제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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