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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를 겪은 지역은 상처와 회복이 공존합니다. 사회적 갈등을 겪은 안산, 태안, 제주 강정마을의 공동체를 돌아보고, 재난 시 지방정부를 위한 공동체 회복 지원 가이드라인을 네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기자말]
[기사 수정 : 16일 오후 1시 30분]

재난과 참사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는 재난, 참사를 예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민이 겪게 되는 고통을 예측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안산지역의 주민공동체가 '참사' 이후에 겪은 과정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예측할 수 없는 '재난'과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어난 국가폭력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사례 속에서 주민(또는 마을)이 마주해야 했던 분열과 상처,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공동체(각주)의 관점으로 되짚어 본다.

2007년 12월 7일,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 부선(동력이 없는 배)인 삼성 1호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충돌로 1만 900톤의 원유가 유출되는 '재난'이 발생했다.

재난은 인재(人災)로 인해 발생한 사회재난이자 심각한 환경재난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국가의 부실한 대응이 초래한 사회적 갈등과 불명확한 가해자의 책임규명, 피해 배보상을 둘러싼 주민 갈등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당초에 예상했던 피해 규모와 기간을 훨씬 뛰어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재난 발생 직후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와 환경·시민사회 단체들의 방제복구 지원이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태안 주민공동체는 재난 초기에 응집력을 높일 수 있었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어느 정도의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계비 배분 문제와 여러 주민 대책위원회가 난립하면서 태안 주민공동체에는 극심한 갈등의 시기가 찾아왔다.

생계비 지급에 의한 주민의 극단적 선택

피해주민에 대한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성금과 정부예산을 합친 1차 긴급 생계비 320억 원을 마련해 피해주민에게 신속히 지급하려 했다. 그러나 피해지역 시군 간의 갈등으로 생계비 합의가 지연되고, 국가의 소극적인 중재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폭발했다.

특히 제대로 된 의견 수렴 한 번 없이 생계비를 피해 규모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태안군의 결정은 주민의 불복종과 자살 등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갈등이 증폭된 것은 마을 단위에서 균등지급이냐 차등지급이냐를 결정하는 논의에 이를 때였다.

대다수 마을에서는 어업과 비어업 간의 또는 업종별로 피해 규모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며, 차등지급을 결정한 이후로도 주민 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이 시기 마을 주민 간의 신뢰 또한 무너졌다. 피해 규모를 두고 서로 다툼이 벌어졌기에 주민들은 저마다의 업종과 지역, 마을에 따라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대책위원회의 난립으로 주민 간의 대립과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공동체 회복의 발판을 만드는 사회적 자본

한편 생계비로 인한 갈등 속에서도 일부 마을이 지닌 공동체 능력 덕분에 주민 간의 갈등이 완화되거나 회복되는 사례도 있었다. 고립된 섬 특유의 독립적인 향촌 공동체를 유지하거나, 공동어장을 매개로 한 공동경제 활동 경험이 쌓여있는 일부 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생계비 균등지급에 합의한 것이다.

이러한 마을은 차등지급을 결정한 마을보다 비교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었다. 또한, 생계비 지급 이후에는 마을의 단합을 도모하는 등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재난 발생의 책임을 회피하고, 배상을 최소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피해 마을과의 '1사-1어촌 자매결연'을 추진한다.

특히 자매결연 마을을 가해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모순적인 행동 때문에 기존에 연대해왔던 마을들은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과 맺지 않은 마을로 분열하게 되었다.

유류 피해 극복 활동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

생태계 환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하면서 주민의 일상과 생계 또한 회복하고 있으며, 태안의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2017년에는 유류 피해 극복의 상징인 만리포에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을 건립해 123만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포함한 유류 피해 극복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최근 태안 지역사회에서는 유류 피해 극복 활동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재난극복 사례에서 공동체적 대응을 조명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체의 일부 배타적 태도가 회복을 가로막아

피해지역 주민의 원성과 국민적 책임 요구가 커지자 삼성중공업은 2014년 지역발전기금 2900억 원을 출연한다. 이 중 2024억 원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배분되었는데, 이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태안을 포함한 서천, 서산, 당진 총 4개 지역의 피해주민이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해당 기금의 출연은 주민들에게 무너진 지역경제와 마을의 피해, 상처 등의 회복을 위한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금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 중 태안지부에서 태안 주민 간의 합의가 불발되어 대의원 구성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피해 규모에 대해 태안 주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배상 앞에서는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으려는 일부 주민들의 태도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국가와 외부단체의 개입으로 합의를 촉진하는 것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태안 주민공동체 회복의 시기별 긍정·부정 요소
 태안 주민공동체 회복의 시기별 긍정·부정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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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당사자의 회복이 우선이다

재난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행정의 관심이 피해 사실 확인과 지원에만 집중된다면 공동체 갈등으로 야기된 주민의 2차 피해와 고통은 막을 수 없다. 재난 이후에 피해 당사자가 겪게 되는 갈등과 고통에 정부와 지역 행정, 시민사회 등 모든 단위의 연대와 지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또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피해 당사자의 회복이 선결되어야 한다. 피해 당사자 개인이 회복되는 것이 곧 공동체가 회복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각주
1) 해당 글에서는 주민(또는 마을)공동체를 재난피해를 겪은 지역주민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해석하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마을에 존재하는 어촌계, 마을회 등을 의미하거나, 직업과 목적에 따라 구성되는 공동체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관련 연구보고서 ▶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 재난극복 공동체 회복 모델 구축 연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규홍 희망제작소 전 연구원·독립연구자(diltramesh@gmail.com)가 썼습니다.


태그:#세월호, #공동체회복, #세월호참사,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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