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가 이번 FA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소영선배' 이소영을 품었다.

KGC인삼공사 구단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선수 이소영을 계약기간 3년에 연봉 총액 연 6억5000만원(연봉4억5000만원+인센티브 2억 원)의 조건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즌 연봉 상한선 23억 원 중에서 15억4100만원을 소진하는데 그쳤던 인삼공사는 FA시장에서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의 윙스파이커 이소영을 데려오면서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소영은 인삼공사 이적을 확정 지은 후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신 인삼공사 구단에 감사 드린다. 새 시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인삼공사의 이영택 감독도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V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영입하게 됐다"며 "다음 시즌 더 발전된 모습으로 팬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영입소감을 밝혔다.

공수 겸비한 V리그 최고의 윙스파이커
 
 이소영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장으로 '트레블'을 이끌었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장으로 '트레블'을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이소영은 2012-2013 시즌 신인왕, 챔피언 결정전 우승 2회, 컵대회 MIP 2회, V리그 라운드 MVP 2회, 올스타전 스파이크서브퀸 2회, 챔피언결정전 1회라는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V리그 최고의 스타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미 루키시즌부터 남다른 탄력과 과감한 공격으로 이도희 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감독으로부터 '아기용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로 2년 차 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이소영은 일찌감치 GS칼텍스 KIXX의 젊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소영은 지난 2017년 대표팀 연습경기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십자인대 부상은 운동능력과 직결되는 부위기 때문에 배구선수, 그 중에서도 공격수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로 이소영이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을 때 많은 배구팬들은 이소영의 운동능력이 수술 전으로 돌아오기 힘들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소영은 2017-2018 시즌 11경기에서 92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소영에게 재활을 위한 기간은 한 시즌이면 충분했고 이소영은 2018-2019 시즌 471득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게다가 이소영은 2018-2019 시즌 42.35%, 2020-2021 시즌 41.82%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이재영이 무기한 출전정지를 받았고 김연경의 V리그 잔류가 불투명한 현재 리그에서 이소영처럼 공수를 겸비한 윙스파이커 자원은 찾기 힘들다.

이소영은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렸다.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소영은 41.66%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439득점을 올렸고 41.82%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02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높은 팀 공헌도를 과시했다. 게다가 만26세의 젊은 나이에 팀의 주장을 맡으며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GS칼텍스를 '트레블'로 이끌었다.

이소영의 진가는 흥국생명과의 챔프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3경기에서 기록한 42득점은 메레타 러츠(78점)는 물론 강소휘(44점)에게도 뒤진 팀 내 3위였지만 48.15%의 공격성공률은 러츠(46.41%),강소휘(46.41%), 김연경(45.63%)를 능가하는 독보적인 1위였다. 여기에 챔프전에서 양 팀의 리베로들보다 많은 세트당 4.27개의 디그를 기록한 이소영은 러츠와 함께 챔프전 공동 MVP에 선정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디우프 재계약하면 강력한 쌍포 구성 가능
 
 이소영은 다음 시즌부터 최고의 외국인 선수 디우프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이소영은 다음 시즌부터 최고의 외국인 선수 디우프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 KGC인삼공사

 
인삼공사는 투자가 인색한 구단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내부FA 염혜선(2억5000만원), 오지영 리베로(2억6000만원), 한송이(2억2000만원) 등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많은 대어들이 FA 시장에 쏟아져 나왔음에도 외부 영입은 전무했다. 실제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연봉총액(15억4100만원)은 샐러리캡(23억 원)의  67%를 소진하는데 그쳤다. 좋게 말하면 매우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FA시장에서도 인삼공사가 이소영과 강소휘로 대표되는 최대어들에게 손을 뻗을 거라고 예상한 배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지난 몇 시즌 동안 이어지던 고질적인 윙스파이커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소영이라는 스타플레이어를 데려오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만약 인삼공사에서 FA자격을 얻은 최은지와 노란이 팀을 떠나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을 대형 영입이었다.

2021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는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발렌티나 디우프가 참가신청서를 낸 사실이 알려졌다. 안나 라자레바, 헬렌 루소 등이 V리그 재도전을 포기한 가운데 디우프가 드래프트에 신청했다는 것은 인삼공사와 재계약에 대한 교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다. 인삼공사가 최종적으로 디우프와의 재계약을 마무리하면 다음 시즌 인삼공사는 디우프와 이소영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쌍포'를 가동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 4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자랑했던 이소영은 오지영 리베로와 함께 리시브를 전담하면서도 좋은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다. 추가적인 FA영입이나 트레이드 등을 통해 공격력이 좋은 윙스파이커를 새로 영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추가적인 영입을 하지 않더라도 이소영의 존재는 지민경이나 고의정, 이선우 등 인삼공사의 젊은 윙스파이커 유망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에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러츠가 재계약을 포기한 데 이어 이소영까지 팀을 떠나면서 커다란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또 한 명의 FA대어 강소휘 역시 여러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전력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GS칼텍스는 V리그 여자부 최초의 '트레블' 위업을 달성한 후 다음 시즌부터 곧바로 리빌딩에 돌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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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FA시장 KGC인삼공사 이소영 발렌티나 디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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