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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동산동 도시재생지역. 지난 5일 주민들의 지구단위계획 철회 요구 대형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주민들의 지구단위계획 지정 취소 동의율은 최근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구 중구 동산동 도시재생지역. 지난 5일 주민들의 지구단위계획 철회 요구 대형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주민들의 지구단위계획 지정 취소 동의율은 최근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 백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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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에서 대구 중구 등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현장지원센터장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진행한 문제점 등을 짚었습니다.(관련기사 : '연봉 5천' 뉴딜사업 센터장, 이런 식으로 뽑을 겁니까 http://omn.kr/1sg7s) 

이후 지역주민, 구의원 등이 대구 중구 내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관련해 추가로 제보해왔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내용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짚어보고자 합니다.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기획한 주민은 제외... 뒤늦게 "같이 할 예정"

대구 중구 북성로는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돼 2019년부터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 북성로에 '플라이투게더'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2013년부터 공정여행을 기반으로 청소년 배낭여행을 진행해온 지역 기업입니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7월 현대 정몽구재단의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H-온드림'에 선정돼 북성로·향촌동에서 그림을 활용한 마을 여행인 '드로잉 투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름은 '그리GO(고)'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드로잉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지역을 체험하는 콘텐츠입니다. 이 기획은 대구시가 주최한 '대구 신사(新史)유랑 체험관광상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자, 업체는 간접체험이 가능한 비대면 방식으로 상품을 재기획했습니다. 2020년 8월에는 한국관광공사 특별기획전에 선정돼 펀딩 플랫폼에서 '언택트 여행 그리GO' 드로잉 키트 펀딩을 진행했는데,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드로잉투어 '그리GO'의 북성로 골목길 모습
 드로잉투어 "그리GO"의 북성로 골목길 모습
ⓒ 플라이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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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북성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측에서 2020년 9월경 플라이투게더 사무실을 찾아와 '이런 투어를 앞으로 같이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서 대표는 흔쾌히 승낙했다고 합니다. 당시 서 대표는 북성로 도시재생 사업 주민협의체에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센터의 프로그램 멘토로 활동하는 등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습니다. 센터가 지난 3월 29일 주민협의체 10차 모임에서 발표한 '2021년 북성로 뉴딜사업계획'에 드로잉 투어가 포함됐는데, 상품기획업체인 플라이투게더가 아닌 다른 지역의 강사(또는 업체)를 섭외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서 대표는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센터에 우호적이지 않아 배제됐다, 센터의 누군가 당신과 일하길 원치 않는다'는 식의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황당한 나머지 자세한 경위를 따져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게 서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사업의 책임 주체인 중구청에 사실관계를 물었습니다. 센터에 전후사정을 확인한 중구청 관계자는 "올해 새롭게 공모를 통해 현장지원센터 위탁을 맡은 단체에서 다른 분을 추천해 이분을 뺐다"면서 "결과적으로는 플라이투게더가 같이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위탁단체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입니다. 

혹시나 해서 위탁단체에도 물어봤습니다. 오히려 "센터에서 추천할 분이 없냐고 물어와 전문가를 추천했다"면서 증거자료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요?

북성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측은 15일 서면 답변을 통해 "3월 주민협의체 설명 당시 '신규 수탁법인(위탁단체)가 선정돼 전체 프로그램 예산 미확정 등으로 실제 사업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협의체에 참석한 주민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듯하다는 담당 코디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구청과 담당코디가 서 대표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기존 강사분께는 담당코디가 상황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제기가 들어온 데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덧붙여 센터 측은 '센터에 우호적이지 않아 배제됐다'는 서 대표의 주장에 "오해로 인해 센터에서 본인을 배제했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센터에서는 누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서 대표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서 대표는 변동사항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답을 받은 게 전혀 없다고 합니다.
     
도시재생 사업 가이드라인은 "지역주민과 상인 등 참여 주체 간 유대관계 형성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기회 보장 및 지역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역자원을 도용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며 공동체 갈등을 부추긴 모양새가 됐습니다.

센터장 배우자 채용 논란, 결국 교체... "공채 통해 정식 선임"

바로 옆 동네인 중구 동산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는 '가족 채용' 논란이 불거진 적 있었습니다.

동산동 현장지원센터는 북성로 현장지원센터장 겸 사업총괄코디네이터(아래 센터장) ㄱ씨의 부인을 2019년 2월 활동가로 채용했습니다. 당시 ㄱ씨가 취임한 지 한 달 뒤의 일입니다. ㄱ씨의 부인은 2020년 12월까지 근무하며 매달 18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센터는 사무실을 함께 씁니다. 동일한 센터는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부부가 1년 10개월 정도 함께 근무한 겁니다. 중구는 2020년 당시 비상근인 센터장(총괄코디)에게 연 5천여만 원, 활동가에게 연 2천여만 원을 급여로 지급했습니다. ㄱ씨는 2021년 1월부터 동산동 센터장 역할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구청 등은 현직 센터장의 가족이 채용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혜나 비리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중구청 도시재생과장은 "제가 2020년 7월 인사발령으로 도시재생과에 오고 난 후 사실 파악이 됐다"며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2021년 현장지원센터 위탁단체가 바뀔 때 그만뒀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ㄱ씨의 부인은 현장지원센터가 설립되기 전부터 동산동이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되도록 노력해온 주민이라고 합니다. 

동산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측은 "직원 채용 관련 권한은 위탁단체에 있다"며 "코디네이터 및 마을활동가는 2019년 당시 수탁법인인 한국도시재생학회에서 모집공고 후 서류전형, 면접 등을 거쳐 고용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ㄱ씨의 배우자는) 동산동 뉴딜사업이 선정되기 전부터 2018년 국토교통부 현장실사 당시 도시학교에 참여한 주민으로서 사업내용 발표를 진행했고, 실사위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이후 동산동 뉴딜사업이 선정된 후 마을활동가 공개모집에 참여해 공식적인 공모 과정을 거쳐 활동하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일련의 일들은 본인 위촉(센터장 겸 사업총괄코디) 전부터 진행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ㄱ씨가 센터장으로 취임하기에 앞서 공모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특혜 채용 등의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자리를 제안한 중구청 공무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보인다"라며 "현장지원센터가 가족기업처럼 운영됐다. 공적기관에서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인식이 없어도 너무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 지역(자료사진)
 도시재생사업 지역(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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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센터 관계자는 취재과정에서 제게 "누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냐"고 질문했습니다. 필자는 주민 3명, 센터 전 직원, 구의원 등 총 6명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제보받았습니다. 그분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으나 다 담지 못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도시재생은 주민들과의 협의와 참여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사업입니다. 진행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현장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조율하며 사업을 진행하라고 최일선에 센터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위와 같은 문제로 물의를 빚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재생 사업을 향한 주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껍데기만 남는 토목건설사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태그:#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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