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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작업 중인 구조목
 오일작업 중인 구조목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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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져서 아쉽다는 사연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산골인 우리 동네는 요즘 꽃잔치가 벌어졌다. 마당 벚나무는 지난해엔 몸살을 앓아 꽃이 볼품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기운을 차렸는지 흐드러지게 피었다.

날이 좋다. 공사하기 좋은(?) 계절이다. 미루고 미뤘던 차고를 짓고 있다. 재정 사정이 변변치 않으니 건축업자에게 모두 맡기지 못하고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수 하려고 노력 중인데, 그중 하나가 목재에 오일스테인을 바르는 일이다.

필자 남편은 취미가 목공이다. 집안의 웬만한 가구는 직접 만들었으니 그 덕분에 필자도 목재를 접하는 일이 흔하다 할 수 있겠다. 가끔 남편이 만드는 가구에 마감작업도 도와준다. 차고 제작용 구조목재와 가구에 오일을 입히는 마감 작업을 하다 보니 목재마다 나무의 결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나뭇결의 간격이 크고 무른 구조목과 촘촘하고 선명한 가구용 목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단단한 나무와 무른 나무. 일반적으로 활엽수를 주로 하드우드로, 침엽수를 소프트우드로 구분한다. 참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와 같은 활엽수는 성장이 거의 멈추는 겨울을 나면서 선명한 나뭇결을 갖게 된다. 말 그대로 단단하다 보니 나무가 무겁고 강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주로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는 가구나 인테리어용 고급 내장재로 많이 쓰인다.

반면 소나무, 편백과 같이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갖는 침엽수는 성장이 빠르다 보니 손톱으로 누르면 자국이 쉽게 날 정도로 무르고 비교적 나뭇결이 뚜렷하지 않지만, 곧은 나뭇결과 질긴 성질로 인해 목조주택의 골조용으로 많이 쓰인다. 가구재로 쓰이더라도 색이 밝다 보니 색을 칠해 마감하기도 한다.
 
소나무로 만든 책장
 소나무로 만든 책장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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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사부작거리기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겉으로만 봐왔던 나무의 속을 구경할 기회가 많은데, 그 겉과 속이 상상하던 것과 매우 다른 반전을 주는 경우가 많다. 외관만 보면 뾰족뾰족한 나뭇잎과 키가 커 무척이나 강해 보이는 침엽수 대부분이 사실은 소프트우드다. 반면, 풍성하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마을 어귀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했던 따듯한 느낌의 느티나무는 너무 딱딱해서 대패질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길 들었을 땐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처음 본 벚나무(체리)는 다른 하드우드에 비해 나이테 무늬도 강하지 않고, 그 색도 옅은 선홍빛으로 밋밋함에 이름값을 못 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점점 진해지고 나중엔 암갈색으로 변하면서 매우 깊은 색감이 드러나 오히려 애정을 갖게 해줬다.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느낌의 월넛이라 부르는 호두나무는 진한 갈색으로 무늬가 멋지게 도드라져 있고, 만졌을 때 촉감도 매우 부드러워 소유욕을 부른다. 하지만 목재 가격을 보면 소유욕은 금새 사라진다.

딸이 태어나면 마당에 심어 시집갈 때 가구를 만들어준다는 오동나무는 활엽수 임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보다 가볍다는 점에 놀라고, 그 겉을 태워 수세미로 문지른 후 나무결의 모습은 매우 선명하고 아름다워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참죽나무는 나물을 만들어 먹는 새순과 같이 나무도 붉은색을 띠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윽해지는 참죽나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좋아했던 나무로 전통가구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벚나무로 만든 테이블
 벚나무로 만든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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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을 보고 모든 걸 판단할 수 없다. 무른 듯 보이지만 단단한 나무와 단단한 듯 보이지만 무른 나무, 겉과 속이 한결 같은 나무, 재질뿐 아니라 색깔도 추측하기 힘들다. 나무의 겉모습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색깔이 속에 감춰져 있기도 하다. 사람도 그렇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과 겉과 속이 한결같은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 같은 사람. 나는 어떤 색깔과 향기를 가진 사람일까? 어떤 모습으로 익어가고 싶은가? 나무를 보며 반추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송미란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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