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산군이 주차타워를 신축할 계획인 군청 앞 유휴지, 뿌리를 캐내지 않은 핑크뮬리가 월동한 뒤 자라고 있다. 그 옆 노상주차장은 횡단보도까지 주차선을 표시했다.
 예산군이 주차타워를 신축할 계획인 군청 앞 유휴지, 뿌리를 캐내지 않은 핑크뮬리가 월동한 뒤 자라고 있다. 그 옆 노상주차장은 횡단보도까지 주차선을 표시했다.
ⓒ <무한정보> 김동근

관련사진보기


충남 예산군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예산군청 앞 군유지에 '주차타워'를 신축한다.

주민들의 불편민원·도로변 불법주정차 증가·교통사고 위험 등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수년 동안 1억여 원을 들여 꽃밭을 고수하며 땜질식 처방만 해왔던 터라, 지역사회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황당한 행정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교통과가 55억 원을 투입해 주차타워를 지을 땅에, 산림축산과는 2000여만 원으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핑크뮬리를 조성하고 있는 것.

군민에게 주차공간을 확보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무료 공영주차장으로 만들어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주차환경개선사업 일환으로 그동안 꽃밭을 조성한 군청 앞 유휴지(예산리 789·790) 1800㎡에 55억 원을 들여 지상4층, 건축연면적 4000㎡, 200면 규모로 주차타워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주차환경개선지원사업비'로 국비 27억 5000만 원을 신청했으며, 행정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관철시킬 계획이다.

또 다른 지자체를 벤치마킹하고, 유·무인주차관리 등 주차관제시스템도 꼼꼼히 살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건설교통과는 주차타워를 지어 행정기관과 상가들이 밀집해 민원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군청 주변의 주차난과 주민불편을 해소하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산림축산과는 이곳에 군비를 투입해 지난해(2020년) 11월 베어낸 핑크뮬리를 또다시 재배하고 있다.

중앙부처가 볼 때, 국비 수십억 원을 신청할 정도로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면서 정작 주차타워부지는 꽃밭을 만드는 모순된 행정으로 당위성과 필요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여지를 주는 셈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 사이에서 "꽃밭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백년광장은 차량들이 차지한 지 1년이나 지났다. 예산군이 지난해 임차해 공영주차장으로 개방한 예산군선거관리위원회 이전 부지.
 천백년광장은 차량들이 차지한 지 1년이나 지났다. 예산군이 지난해 임차해 공영주차장으로 개방한 예산군선거관리위원회 이전 부지.
ⓒ <무한정보> 김동근

관련사진보기


황선봉 군수도 2017년 2월 27일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군청 앞 유휴지(준주거용지 잔여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지금 신청사 밖에 서 있는 차량이 300여 대다. 신청사를 개방하면 그 차량들이 안으로 들어와 주차장이 부족하지 않겠느냐. 신청사가 개청했을 때 주차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며 여유가 있으면 매각하고, 부족하면 주차장으로 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핑크뮬리(종명 Muhlenbergia capillaris)'다. 군이 2019~2020년 2년 동안 8300여만 원을 들여 새로 심어 관리한 핑크뮬리는 환경부가 2019년 12월 '생태계위해성 2급'으로 지정해 식재를 자제하도록 권고한 식물이다. 생태계위해성 2급은 향후 생태계위해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확산 정도와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제주도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전국의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이를 제거하고 있다.

산림축산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군청 앞 유휴지에 꽃밭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주차타워를 내년 사업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올해까지 핑크뮬리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정이 난맥상을 보이며 혈세를 이중삼중으로 낭비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군청 주차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활용가능한 군유지는 놔둔 채 조형물까지 세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민 천백년광장을 당초목적과 달리 주차장으로 바꿔버렸으며, 돈을 내고 경찰서 뒤 예산군선거관리위원회 이전부지를 임차했다.

또 청사를 이전할 때 법적으로 교통영향평가를 거치며 교통량·흐름·안전을 조사·예측·평가해 설치한 2차로 가운데 1차로를 막아 졸속으로 노상주차장을 만드는 무리수를 뒀다. 주차대수만 늘리려다 보니, 도로교통법이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예방·안전·소통 등을 위해 주정차를 금지하는 횡단보도 주변 등에도 주차선을 그려놓는 촌극이 빚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주차문제, #주차타워, #핑크뮬리, #예산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이 일하고 있는 충남 예산의 지역신문인 무한정보에 게재된 기사를 전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생각에서 가입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