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계의 강백호' 정다운이 옥타곤에서 세 번째 승리를 따냈다.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다운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ABC 2 대회에서 윌리엄 나이트를 만장일치판정으로 꺾었다. 작년 10월 샘 엘비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했던 정다운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나이트를 압도하며 랭킹진입의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메인이벤트로 열린 마빈 베토리와 케빈 홀랜드의 미들급 경기에서는 베토리가 홀랜드의 그라운드 약점을 착실히 공략하면서 판정승을 따냈다. 이탈리아 파이터 베토리는 이날 승리로 옥타곤 5연승을 달리게 됐고 지난 3월 데릭 브런슨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5연승이 끊어진 홀랜드는 베토리전 패배로 UFC 진출 이후 첫 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정다운(왼쪽)은 대회 2주를 남기고 급하게 투입된 신예에게 패할 만큼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정다운(왼쪽)은 대회 2주를 남기고 급하게 투입된 신예에게 패할 만큼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 UFC

 
거침 없이 옥타곤에 진출한 '격투계의 강백호'

중학 시절 권투선수로 활약하던 정다운은 한국의 명문 MMA도장으로 꼽히는 코리안탑팀에 들어가 격투기를 훈련했다. 신장 194cm에 팔길이 199cm라는 축복 받은 신체조건을 가진 정다운은 201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데뷔전을 1라운드 KO승으로 장식했다. 이후 곧바로 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는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하기 위한 작은 시련이었다.

정다운은 Heat와 Art of War, TFC 같은 국내외 크고 작은 단체에서 8연승을 거두며 아시아 무대가 좁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정다운은 지난 4월 TFC에서 함께 활약하던 '아이언 터틀' 박준용과 함께 나란히 UFC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정다운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중량급인 라이트 헤비급 파이터로 UFC에 진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다운은 2019 8월 중국에서 열린 옥타곤 데뷔전에서 러시아의 하디스 이브라기모프를 상대해 초반 이브라기모프의 타격에 밀려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수 많은 유효타를 허용하면서도 정다운은 침착하게 수비를 하며 이브라기모프의 타격을 견뎌냈다. 그리고 3라운드 반격과정에서 스탠딩 길로틴을 성공시키며 이브라기모프의 항복을 받아내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같은 해 연말 부산대회에서 정다운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199cm에 달하는 리치가 장점인 정다운은 209cm의 팔길이를 자랑하는 마이크 로드리게스를 만나 큰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정다운은 침착하게 거리를 재다가 경기 시작 1분 만에 로드리게스의 안면에 강력한 오른손 펀치를 꽂으며 64초 KO승리를 만들어냈다. 격투기 데뷔 후 한 번도 KO패가 없었던 로드리게스에게 데뷔 첫 KO를 선사한 것이다.

나이트의 그라운드 작전 무력화시키며 판정승

옥타곤 진출 후 2연속 피니시 승리로 상승세를 타던 정다운은 작년 5월 에드 허먼과의 경기가 비자 문제로 취소되고 대신 10월 또 다른 베테랑 샘 앨비를 상대로 3연승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정다운은 앨비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고전했고 3라운드 막판 경기 주도권을 가져 왔지만 아쉽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무승부 판정을 받은 정다운은 경기 후 "사실상 내가 진 경기"라며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앨비전 이후 다시 훈련에 매진한 정다운은 4월 무패 전적을 자랑하는 러시아 출신의 샤말 감자토프와 대진이 잡혔다. 하지만 감자토프가 비자 문제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대회를 약 2주 앞두고 상대가 나이트로 교체됐다. 나이트는 175cm로 체급에 비해 신장은 작지만 '데이나 화이트 컨텐더 시리즈'(UFC의 신인 파이터 발굴 프로그램)를 통해 UFC와 계약해 데뷔전을 승리로 가져 간 만만치 않은 신예 파이터다.

하지만 대회 2주를 남기고 급하게 투입된 나이트가 정다운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스탠딩 타격전에서 불리할 거라고 판단한 나이트는 그라운드로 경기를 끌어가려 했지만 정다운은 효과적인 방어 후 반격을 하는 작전으로 나이트의 전략을 무력화시켰다. 승기를 잡은 3라운드에서는 정다운이 먼저 테이크다운을 시도해 상위포지션을 차지하면서 여유 있게 나이트를 판정으로 꺾었다.

UFC전적 3승1무로 여전히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정다운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UFC와 4경기 재계약을 맺었다. 비록 피니시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재계약 후 첫 경기에서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인상적인 승리를 차지하면서 UFC에서 정다운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불과 1년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얀 도화지 같았던 정다운의 UFC 커리어가 조금씩 화려하게 채워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FC UFC ON ABC 2 정다운 윌리엄 나이트 마빈 베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