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K리그가 초반부터 연이은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축구계는 물론 전국민들이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지금, 스포츠로라도 즐거움을 줘야할 K리그가 잇단 구설수로 오히려 팬들의 눈쌀만 더욱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수원시축구협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K리그의 심판 판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K리그 수원FC의 경기에서 잇달아 발생한 심판들의 오심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K리그에서 오심으로 인한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역 단체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수원시축구협회는 "최근 K리그1에서 반복되고 있는 수원FC를 향한 잘못된 심판 판정에 대하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심만 벌써 세 번째다. 성남, 인천전에서 벌어진 수비수 박지수의 퇴장은 사후 오심으로 인정됐다. 7일 열린 광주전에서도 오심이 빌미가 되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승격팀 수원FC를 희생양으로 매 경기 반복되고 있는 오심 판정에 수원의 축구 팬들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협회는 잇단 오심에 깊은 유감을 밝히며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잘못된 판정이 축구판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2위를 달성, 경남FC와 승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2016년 강등 이후 무려 5년만의 감격적인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1시즌 수원은 K리그1에서 1승 3무 4패 리그 12위로 최하위에 머물며 고전중이다. 특히 5라운드 성남전(1-2)과 7라운드 인천전(1-4) 8라운드 광주전(0-2) 등에서 잇달아 결정적인 오심이 빌미가 되어 패배로 이어진 장면들이 뼈아팠다.

특히 하필이면 오심 논란마다 매번 그 중심에 있었던 수원 FC의 수비수 박지수는 올해 최악의 '불운남'에 등극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박지수는 중국슈퍼리그(CSL) 광저우 헝다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병역문제 해결 등의 이유로 K리그로 컴백하며 수원FC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복귀하자마자 성남전과 인천전에서 2경기 연속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K리그 심판소위원회는 두 번 모두 심판의 오심을 인정하며 박지수의 퇴장징계를 번복했다. 하지만 오심과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가 빌미가 되어 수원FC가 잃어버린 승점 6점, 그리고 선수가 받은 상처는 보상받을 수 없었다.

광주전에서도 오심의 희생양은 또 박지수였다. 후반 3분 광주의 선제골 상황에서, 펠리페가 박지수의 목을 손으로 밀치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주심은 이를 놓쳤다. 앞선 두 번의 오심 모두 VAR 판독이라는 수단이 있었음에도 주심은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 심판소위원회는 이번에도 9일 공식 SNS를 통하여 "펠리페의 득점은 박지수에 대한 파울로 취소됐어야 했다"며 뒤늦게 오심을 인정했다.

계속된 오심에 참다못한 박지수는 폭발했다. 광주전 직후 자신의 SNS에 펠리페의 파울 장면과 함께 'This is soccer?(이게 축구냐)'라는 글을 올려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결국, 박지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결과 '심판 판정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300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오히려 박지수가 그럴만했다며 그의 입장을 동정하고 이해하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연이은 오심 논란에도 심판 운영의 주체인 KFA는 그저 '응, 오심 맞아, 미안' 정도의 대응에 그칠뿐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다.

'동업자 의식'이 실종된 K리그의 행태도 문제다. 지난 7일 열린 울산과 서울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울산의 김태환은 서울 고요한에게 격투기에 가까운 거친 태클을 시도했다. 고요한은 부상을 당하며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됐고, 서울은 지난 9일 공식 발표를 통하여 고요한이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4개월간 결장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고요한이 부상복귀 2경기 만에 또다시 장기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되자 서울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울산 김태환은 출중한 기량을 지니고 있지만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던 선수다. 여기서도 심판의 책임이 적지 않았다. 부상이 벌어지기 앞선 상황에서도 김태환은 고요한에게 거친 플레이를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는데 이때도 파울조차 인정되지 않았다. 심판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고요한이 최악의 부상을 당하는 상황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K리그의 명문 전북과 수원은 백승호의 이적 문제로 구단간 감정싸움까지 치닫는 촌극을 빚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뛰던 백승호는 전북을 통하여 K리그 컴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수원과 맺었다는 합의서와 위약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전북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백승호 영입을 결국 강행했고, 수원 팬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북과 수원이 맞붙었던 지난 3일 경기에서는 홈팀 수원팬들이 백승호와 전북 구단 관계자들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걸개를 내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맹은 수원 구단이 경기장 내 질서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300만 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전북도 경기를 3-1로 이긴 이후 공식계정을 통하여 수원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남겨 맞대응한 바 있다.

K리그의 유스시스템과 구단간 상도의를 대놓고 저버린 전북, 도를 넘은 감정적 인신공격과 지역비하성 걸개로 선을 넘은 수원, K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도 구단들 뒤에 숨어 비겁한 침묵한 지키고 있는 백승호 모두 누구하나 잘한 게 없다며 축구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강수일을, 충남아산은 '데이트 폭력' 전과가 있는 일본인 외국인 선수 미치부치 료헤이를 각각 영입하며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부천FC의 문광석과 충남아산의 이재건은 올시즌 음주운전을 저질러 구단에 방출당하기도 했다. 운동선수들의 인성문제와 클린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K리그 구단들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축구는 최근 국가대표팀의 한일전 참패로 정몽규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했다. 여기에 K리그마저 안팎으로 벌어지고 있는 연이은 악재들로 몸살을 앓으며 리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축구만 잘하고 성적이 좋다고해서 용납받는 시대가 아니다. 공정과 상식, 동업자 정신, 팬들에 대한 존중같은 가치를 소홀히 여기는 스포츠는 언제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수 있다는 것을 K리그가 명심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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