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21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단(경기도컬링경기연맹, 스킵 정영석·리드 이준형·세컨드 박세원·서드 김정민·플레잉코치 서민국)이 2승 11패, 참전국 14개 국가 중 최종 순위 1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하지만 비실업팀 출신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이후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세계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관련기사: '팀 킴'보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변 일으킨 비실업팀). 

아쉬움은 없다. 200위 이상 차이나는 강호 캐나다를 꺾었을 때는 물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바탕으로 강한 팀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펼치며 한국 컬링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2021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준형, 김정민, 서민국, 박세원, 정영석(왼쪽부터)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에 인사하고 있다.

2021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준형, 김정민, 서민국, 박세원, 정영석(왼쪽부터)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에 인사하고 있다. ⓒ 대한컬링연맹 제공

 
전략싸움 밀리지 않았지만 '결정력' 부족 아쉬워

선수들은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열세 번의 경기를 치렀다.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축에 속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은 압도적 열세가 예상되었던 컬링 강국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매 경기 초중반부에는 기습 스틸을 성공하거나 상대의 득점을 저지하곤 했다. 그런 모습이 가장 결정적으로 드러났던 사례가 지난 6일 열렸던 캐나다전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던 캐나다를 상대로 두 번의 스틸을 기록하는 등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결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극적인 승리까지 거두며 이번 대회에서 최대의 이변을 써냈다.

5일 열렸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여러 번의 블랭크 엔드(점수 없이 엔드를 마치는 것) 작전을 사용하면서 상대의 공격 기회를 최대한 줄였고, 결국 한 점 차이로 승리까지 이루어내는 등 전략 면에서는 다른 팀들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결정력 부족, 그리고 일촉즉발의 순간 터져나온 실수가 아쉬웠다. 특히 이러한 실수로 쉽게 풀리던 경기를 어렵게 하거나, 눈앞의 승리를 뺏긴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5일 덴마크와의 경기가 그랬다. 선수들은 4-4의 접전 상황에서 9엔드 블랭크 엔드 작전을 쓴 이후 10엔드 득점을 가져가며 승리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스톤에서 미스샷을 범하며 도리어 덴마크에 깜짝 승리를 안겨주고 말았다. 

또한 8일 열렸던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5-7의 스코어로 8엔드가 끝나 조심스레 호성적을 예측할 수도 있었으나 9엔드 한국의 라스트 샷에서 미스가 발생해 독일에 무려 다섯 점의 점수를 헌납해야 했다. 선수들의 경험과 결정력 부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실업팀 못지 않았던 성적, 선수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성적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남자 대표팀이 지금의 스쿼드로 꾸려진 것이 올해 초였다. 이들의 과거 성적을 보면, 실업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과거 출전했던 2007년, 2019년의 성적은 최하위였고, 2011년과 2016년의 경우 최하위에서 바로 위 계단이었다. 올해 남자 대표팀의 성적 역시 최하위 중국의 바로 위 계단. 그래서 최종 순위 13위는 '서너 달 맞춘 팀'에게는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이 지금과 같은 팀 구성으로 쾌적환 환경에서 훈련을 받으려면 6월 컬링 한국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를 수성해야 한다. 만일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머쥐지 못하면 이후 야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건 한국 컬링에도 커다란 손해다.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은 지난달 개최했던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의 세계선수권 이후 거취에 대해 "실업팀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 등에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다"며 "꼭 실업팀이 창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의 약속이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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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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