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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약해졌지만 3월 학교에는 새 학교, 새 학년, 새 담임선생님이 주는 설렘과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선생님들은 이 분위기가 최소한 1년의 교육 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3월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 긍정적인 분위기를 잡기 위해 애쓴다. 선생님들이 잔뜩 긴장하고 감시(?)하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들 서로 간에 일종의 탐색전 같은 눈치를 보기 때문에 3월에는 학교폭력 사고가 적은 편이다. 예년에는 그랬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생활지도를 못해서인지 3월 초부터 탐색전 없이 바로 학교폭력이 시작되더니 4월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아마도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요즘은 내가 학교에 출근하는 것인지 경찰서에 출근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오늘도 제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며 출근해 컴퓨터를 켜니 지역교육청 장학사가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올해 학교폭력 사안 신고 건수와 심의 요청 건수가 지난해 4~5배 이상 폭증하여 지역교육청에서 감당할 수 없어 기한 내 심의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이 충족하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인 자체 해결을 부탁드린다. 올해는 유독 사이버 폭력의 발생 건수가 많고 단체 대화방, SNS 등에서 험담, 사진 전송, 욕설 등을 해 학교폭력 사안 접수된 경우가 많다. 또한 학교폭력에 이르지 않는 사안임에도 학부모의 감정싸움으로 심의 요청되는 경우가 많으니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 힘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학교만 난리가 아니라 다들 난리가 났구나 싶었다. 안 그래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작년에 생활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감안해 학년별로 실시하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학급별로 실시할 정도로 강화했는데 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메시지를 심각한 얼굴로 읽고 있으니 옆 선생님이 물었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학교폭력 또 생겼어요?"
"아뇨,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자체 해결 노력하고, SNS상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폭력과 학부모 간에 감정싸움 예방을 위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라고 하네요."

"우리도 그러려고 하는데... 학부모들이 선생님들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요. 중간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보려 해도 서로 상대방 편을 든다고 하니 어떻게 중재하겠어요. 어떤 학부모들은 학교를 무시하고 학부모들끼리 연락하다 서로 감정이 상해 선생님들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경찰에 고소까지 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더 상처를 받고요. 그럴 땐 전 교사로서 무력감 같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학교폭력 담당자를 하려고 하는 선생님들이 없잖아요. 저도 저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의심하는 학부모들이 내뱉는 말에 받은 상처는 쉽사리 회복이 되지 않더라고요. 심할 땐 내가 교사를 하는 것도 싫어지더라고요."

"저도 몇 년 전에 학부모가 저에게 막말을 해서 한참 동안 힘들었어요. 아이들 앞에 서는 것도 싫어지더라고요."
"선생님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그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저도 얼마 전 또 그래서 '아이를 불쌍하게 보자'라고 속으로 수없이 중얼거렸어요. 그러고 나니 조금 나아지더라고요."

"선생님은 학교폭력 담당자니 더 힘드시겠네요. 힘내세요. 그나저나 사이버폭력이 문제네요."
"작년에 등교해서 만나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채팅방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하면서 휴대폰, 컴퓨터 등을 통한 의사소통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사이버 폭력 문제가 엄청나게 발생할 것은 예측 가능했는데... 학력 저하만 걱정했지 사이버상의 예절 같은 생활지도에 대한 고민과 대책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 결과가 올해 터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네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담임선생님들이 훈화를 한다고 했지만 등교했을 때 진도 나가기 바빠 좀 더 집중적인 교육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참 어렵고 힘든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대화를 한숨으로 끝내고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찾아보기 위해 상담부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도 얼마 전 아이를 때린 학부모에게 주의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 험한 말을 들어 힘들었다고 했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적극 나서 줘야 하는데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선생님들이 위축돼서 잘 나서지 못한다고. 그래도 어쩌겠냐고 우리가 할 일은 해야지 않냐고 했다. 그리고 학생부에서 계획을 세우면 상담부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교무실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학교폭력 문제에 무관심한 선생님들도 분명 있다. 그리고 잘못된 일 처리로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런 선생님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든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들은 신경 쓰지 않으므로 상처받을 일도 없다. 실제 상처받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뭐든 해 보려고 애쓰시는 분들이다.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애쓰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받은 선생님들이 하소연 한 번 못하고, 위로조차 받지 못하다 보니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는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발생한 학교폭력을 학교장 자체 종결을 위해 노력하라고만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 같다. 선생님들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 자식을 위한 것임을 학부모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상처받은 선생님들에 대한 회복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 뭐라도 하라고 교육부에 말하고 싶다.

올해 학교폭력 사안의 폭발적 증가는 작년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해 생활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또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그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우리들이 대비하지 않고 지도하지 않은 것 때문에 피해를 보는 피해자다. 무너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신세 한탄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잘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가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이의 말도 안 되는 말을 웃으며 듣는 선생님의 모습과 잔뜩 찌푸린 내 모습이 대비됐다. 그러다 문득 저 선생님 반에는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겠고 혹시 일어나도 잘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면 학부모가 존경까지는 몰라도 상처 주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거다 싶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을 하는 것은 우리의 노력과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뭔가 거창한 것보다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만남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상황 속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안전한 만남을 늘릴 수 있을까? 참 어렵고 힘든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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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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