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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받드는 것은 높고 큰 감투를 받드는 것이며, 내가 가난할 때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것은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원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닌 것을 어찌 기뻐할 것이며, 원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 것을 어찌 화를 낼 것인가!"
<채근담(菜根譚)>의 말이다.

정약용의 삶을 생각하며
 
역경에 답하다 역경에 답하다 책 표지
▲ 역경에 답하다 역경에 답하다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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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삶을 생각해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약용은 사실 벼슬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당시 정약용보다 더 높은 벼슬에 올라 '출세'한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다. 또 당시 정약용보다 부자였던 사람 역시 대단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정약용보다 벼슬이 훨씬 높거나 재산을 훨씬 많이 모았던 대부호들을 잘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아니 알 필요조차 없고, 기억할 필요조차 없다. 더구나 그 사람들을 정약용보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역사에 빛을 남긴 인물들은 비록 불우한 삶을 살다간 경우가 많지만, 역사에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강렬한 빛을 남겼다. 그들이 모두 재상의 높은 지위에 있던 것도 아니며, 만석꾼의 부귀를 누린 것도 아니다.

실의태연(失意泰然), 득의담연(得意澹然)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구애됨이 없이 태연자약하다. 그러면서도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한비자(韓非子)> "유노(喩老)" 편은 "삼 년 동안 홰를 치지 않는 새는 이로써 날개를 기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지위와 권세를 지니고 얼마나 으리으리한 좋은 집에서 엄청난 부를 과시하고 누렸는지의 정도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일생 동안 노력을 다하면서 올바르게 살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열흘 고운 꽃은 없고, 또한 천 날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끝이 없는 역경(逆境)은 없다. 실의태연(失意泰然), 득의담연(得意澹然). 뜻을 잃고 실의에 빠졌을 때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견디며, 뜻을 얻어 득의(得意)할 때에도 그것을 자랑하지 않고 담담하게 임한다는 뜻이다.

'모자람'에 집착하지 않고 '남겨 둠'의 여유로 산다면

누구에게나 목표나 꿈을 갖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좋은 일이며 바람직하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때때로 그 목표와 꿈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수많은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서' 고스란히 받고 있다. 존재의 이유지만, 도리어 그 때문에 존재가 왜소해지고 또 그로 인해 큰 고통을 받게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이루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 겪어 나가야 하는 고통과 화(禍)의 많은 부분은 '욕심'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 일을 성취해내기엔 아직 시기가 혹은 여러 가지의 조건이 무르익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때는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자신의 목표와 꿈을 한 단계만 조금 늦추거나 혹은 낮출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만큼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그리하여 '모자람'에 집착하지 않고 '남겨 둠'의 여유를 느끼면서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향유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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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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