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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기후· 노동· 인권 악당 포스코 규탄대회
 지난 3월 10일, 기후· 노동· 인권 악당 포스코 규탄대회
ⓒ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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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은 2020년 11월 말 기준 2211만여 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만 158조 원에 달합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돈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내 노후자금이 심각한 환경오염 및 직업병, 산업재해, 비리경영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금부터 이와 관련한 포스코의 사례를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1968년, 대對 일본 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포스코는 철강제조라는 기간산업을 다루는 기업인만큼, 다른 기업에 비해 더욱 사회적 책임 의무가 강한 공공성을 띠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이러한 포스코에 2019년 말 기준 2조 4335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지분율 11.75%의 최대주주입니다. 문제는 포스코가 여러모로 '악당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포스코 원아웃 : 환경오염과 기후악당

먼저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 부문입니다. 작년 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주공급원 전환,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산업계가 배출하는 탄소량의 15%는 철강 산업에서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으로,➊ 기후변화에 큰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철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의한 노동자와 인근 주민의 건강 영향도 심각합니다.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국가산단 지역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 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에 따르면 포항시는 전국 대비 암 사망률이 1.37배로 1위였으며, 제철소에서 장기간 근무한 노동자들은 폐암, 백혈병, 루게릭병, 악성 중피종 등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방영된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철강 산업의 특성상 환경오염이나 노동자들의 직업병, 인근 주민의 건강 문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포스코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관련 실태 조사나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입니다. 포스코는 관련 문제를 보도한 포항MBC 기자 개인을 상대로 5천만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아무 이유 없이 취하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 투아웃 : 산업재해와 사망사고

다음으로 포스코의 산업재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포항제철소에서는 총 22명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스물두 번째 희생자는 제철소 내 포스코케미칼 공장 기계에 머리가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노동자로, 사고가 있던 3월 16일은 제철소 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한 지 불과 나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이나 직업병, 잦은 빈도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 포스코는 마땅히 이사회를 열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포스코 이사회의 중요 의결사항을 살펴본 결과, 관련 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위반으로 포스코 이사회로서 책임을 방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의 쓰리아웃 : 경영진의 무책임·부실경영

뿐만 아닙니다. 포스코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 및 기업인수합병, 신설 등에 49조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로 인해 포스코 부채비율은 2007년 44%에서 2014년 88%로 늘어났고, 종속 및 연결 기업체 수가 2007년 85개에서 2014년 338개 업체로 급증하면서 S&P➋ 신용등급 또한 2007년 A에서 2012년 BBB+로 강등되는 등 우량했던 회사는 부실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경영진의 심각한 경영실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포스코 임원진들이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사익추구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4월 10일, 포스코 이사회는 향후 1년간 1조 원 규모의 자사주➌를 매입하겠다고 의결한 바 있습니다. 1조 원이라는 금액은 2019년 포스코 순이익과 맞먹을 뿐 아니라 포스코 시가총액 약 6%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실제로 자사주 매수 계획 발표 당일 포스코 주가는 13,500원 상승했고, 2020년 4월 10일 178,000원이었던 주가는 2021년 3월 8일 321,5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기 직전 2020년 3월 12일,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이 포스코 주식 1천 주를 매입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중선 부사장은 포스코의 전략기획본부장과 글로벌인프라 부문장을 겸직하는 핵심 경영진이었습니다. 다음날 3월 13일에는 자사주 매입 사건의 실무를 총괄한 임승규 재무실장이 300주를, 3월 17일에는 최정우 회장이 615주를 매수하는 등 무려 임원 64명이 연달아 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렇듯 포스코 이사회는 집단적인 주식매입이 마무리된 후에야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포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 전에 임원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내부자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참여연대와 금속노조가 지난 3월 9일, 포스코 임원 64명을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포스코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서는 중립을, 그 외 사내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는 찬성 결정을 내렸고 모두 3월 12일 열린 포스코 주총에서 선임되고 말았습니다. 포스코가 그동안 저지른 환경오염, 직업병, 산업재해 문제 그리고 수많은 경영 실책을 고려하면 매우 부적절한 인사이며, 과연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문제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 끈질기게 해결을 요구하고 국민연금의 올바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해나가겠습니다.

➊ 2017년 기준 7,100만 톤 배출 
➋ 무디스, 피치 레이팅스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으로 불린다. 세계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신용등급, 지표, 투자연구 및 위험평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➌ 회사가 보유한 자사 발행 주식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지우님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포스코, #환경오염, #산업재해, #부실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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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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