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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27일 한 남성이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자 자전거를 타고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을 지나가고 있다.
 2020년 5월 27일 한 남성이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자 자전거를 타고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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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대기는 더없이 청량합니다. 아침 출근길, 도심 한복판의 널찍한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어요. 선글라스에 헬멧을 쓰긴 했지만 드러난 얼굴에서 밝은 표정이 읽힙니다. 자전거 모양이 그려진 초록불 신호등이 켜지자 자전거 행렬은 썰물처럼 도로 위에서 조금씩 멀어집니다. 마치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리듯 이동하는 모습은 익숙한 아침 풍경입니다.

자전거 행렬이 지나간 자리에는 자전거 표식이 도장처럼 찍힌 붉은 포장도로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새로운 자전거들이 속속 그 자리를 채웁니다. 신호가 바뀌고 이번엔 전기 버스가 출발합니다. 그 안에는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타고 있지요. 전기 버스 뒤로는 승용차들이 느린 속도로 따라 움직입니다.

주차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시속 3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니, 도로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자동차 전용 도로는 언제나 한산합니다. 차도와 주차장을 걷어낸 도심 곳곳에는 숲이 들어섰습니다. 숲이 생기니 점점 많은 새들이 찾아와 도시는 지저귀는 새소리로 정겹습니다. 이런 상상 어떤가요?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자전거 도로 비중이 공유자전거의 격을 가른다

작년 1월,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재선에 출마하면서 여덟 가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파리 시내 샹젤리제를 비롯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겠다, 주차장의 절반 이상을 걷어내고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요.

과연 안 이달고를 파리시장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파리시민들은 이 멋진 공약을 선택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삶의 질에 대한 성찰을 파리시민들은 제대로 했던 걸까요? 파리시는 지금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대신 자전거 도로를 늘리며 2024년까지 모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15년 파리에 갔을 때 전철역마다 즐비한 공유자전거 '밸리브(Velib)'를 보고 무척 부러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에도 '따릉이'가 생겼고 이제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유자전거는 트렌드가 되었어요. 하지만 공유자전거에도 격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격을 가르는 척도입니다. 

네덜란드는 이동 수단 1위가 자전거일 만큼 세계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심지어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나라니까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위트레흐트는 세계 자전거의 메카 도시입니다. 출근 시간 암스테르담에는 자전거 물결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택시조차 자전거에 밀려 거북이 운행을 하지요. 위트레흐트에는 세계 최대 규모 자전거 주차장도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그린 웨이브'라는 자전거 속도를 고려한 반응형 신호등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벨기에 헨트 역시 자전거 친화 도시입니다. 헨트시의 경우 1996년부터 교통 체증, 보행자 안전, 그리고 대기 오염, 온실가스 배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으로 일반 차량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작년 1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는 클라우디아 로페즈 시장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로페즈 시장은 집에서 취임식장인 공원까지 7km를 자전거로 갔습니다.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보로 해석됩니다.

자동차 한 대 주차하려면, 자전거 주차공간 20배 필요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하려면 자전거 주차 면적의 20배 공간이 필요하다.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하려면 자전거 주차 면적의 20배 공간이 필요하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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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들은 왜 이토록 자전거에 열광하는 걸까요? 자전거는 인류의 놀라운 발명품입니다. 인간의 동력으로 움직이며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입니다. 6㎡ 면적이면 자전거 열 대를 세울 수 있지만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하려면 적어도 자전거 주차 면적의 20배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을 때도, 도로와 주차장은 그 넓은 공간을 24시간 점유하고 있습니다. 

겨울부터 봄까지, 일 년 내내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돼버린 일상이지만 자동차 숫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7만 대로 국민 2.7명당 한 대꼴로 소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이유로 자동차 개별소비세➊를 인하하면서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등록 대수가 증가한 나라입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자동차 대수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데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도로에 비하면 굉장히 협소합니다. 코로나 기간 서울시 따릉이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자전거 도로 사정은 너무나 초라합니다. 도로 일부를 자전거 전용으로 만든 곳도 있지만,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좁은 인도를 갖고 사람과 자전거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오염물질 없는 깨끗한 대기를 위해서도 자전거 이용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자전거로 어디든 막힘없이 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요구하는 것은 이제 생존을 위한 우리의 권리입니다. 함께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지요?

➊ 지난해 12월, 정부는 자동차 구입시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를 2021년 상반기까지 연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원형님은 환경생태작가입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착한 소비는 없다> 등을 썼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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