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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결혼 축의금을 두 번 받아 2억 원을 벌었다는 지방 공무원 이야기다. 모 시청 사무관이 결혼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덕을 많이 쌓았는지 축의금이 1억 원가량 들어왔다고 한다. 지역 개발 인허가권을 다루는 부처 사무관이라는 직책의 영향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혼인신고도 못 하고 바로 헤어졌다. 상대방이 재산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각각 아이가 있는 중년의 나이에 중매로 만났지만, 자기 재산을 모두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공무원 생활을 지속하자면, 혼인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슬픈 과거는 잊는 것이 상책이다. 바로 선을 보고 1년 만에 새로운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1억 원 가까이 축의금이 들어왔다. 

이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일단, 인허가권을 가진 부서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지역 유지와 업자들은 인허가부서 담당 사무관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주 약간의 정보나 편의만으로도 축의금은 '잭팟'을 터뜨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물론 정말 덕을 많이 쌓아서 그렇다고 믿고 싶다.

또한, 사전 규제의 부작용을 알 수 있다. 지역 개발 인허가를 다루는 사무관이라면 재산 등록은 필요하다. '재산등록'이라는 사전적인 규제 방식은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공직에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배우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이 낱낱이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된다. 결국 결혼식만 하고 헤어지는 비극을 낳았으니까. 

LH 직원 사전 규제, 부작용만 생길 수도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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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많은 규제 방안들이 거론된다. 모든 LH 직원 재산등록, 2주택 취득 금지 등 각종 화끈한(?) 규제방안이 나온다. 토지 개발의 사전 정보로 돈을 버는 것은 국가 행정체계와 시장 질서 근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이러한 중대 범죄행위를 막고자 강력한 사전규제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모든 사전 규제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과잉금지 원칙'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판단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간다.  

특히, 사전적인 규제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단점뿐 아니라 규제의 루프홀을 찾는 사례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친척 이름이나 친구 이름으로 땅 사는 것까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렇다고 LH 직원의 모든 친한 친구 재산까지 등록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전적인 규제가 부작용이 많다면, 사후적인 규제로 전환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개발이익 환수제' 강화가 효과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말 그대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그 유명한 토지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 개발이익환수) 중 유일하게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운 법이다. 현재까지 명목상으로는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개발이익'이라는 법적 용어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내 소유의 토지를 열심히 개발해서 얻은 이익은 개발이익이 아니다. 내가 영업능력을 발휘해서 내 땅 옆에 스타벅스를 유치하고 내 토지 주변을 멋진 문화와 예술의 장소로 개발해서 땅값이 10배로 올라도 이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 개발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 환수제에서 말하는 개발이익이란, 국가나 지자체의 인허가와 면허를 통해 시행하는 택지개발, 산업단지개발으로 발생한 이익을 가리킨다. 이러한 인허가 개발사업이나 지목변경 등의 이익이 바로 개발이익이다. 

개발이익 환수제 강화가 더 효과적

내가 가진 땅의 지목이 변경되거나 택지개발이라는 인허가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선 두 가구가 잠을 못 잔다고 한다. 지목변경이나 택지개발 경계선 바깥쪽에 있는 집은 우느라, 경계선 안쪽에 있는 집은 웃느라 잠을 못 잔다. 자기 노력과 상관없이 단지 우연의 효과에 따라 울거나 웃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미공개 정보를 취득하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웃느라 잠을 못 자게 되는 경우는 더 큰 문제다. 국가 행정 체계의 정당성마저 의심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목변경 등에 따른 이득이 발생하면, 정상 상승분을 제외하고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개발이익환수법은 토지공개념 일환으로 1990년에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지나치게 완화되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제정 당시에는 개발부담률이 50%였다.

그러나 현재는 25%로 낮아졌고 이마저도 50% 경감하는 일이 많다. 사실상 비수도권은 중단되었다. 그 결과 2017년 3250억 원에 이르렀던 부담금 징수금액은 2019년 2978억 원으로 줄었다. 2021년 계획안은 2364억 원에 불과하다. 

미공개 정보든 공개정보든, 지목변경을 통해 얻은 이득을 해당 개인이 온전히 누리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이런 지목변경을 통해 얻은 이득은 토지초과이득세 또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통해 전체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사전 규제보다 더 온건하고 시장 친화적인 규제가 아닐까 한다. 공무원과 LH 직원 등의 사전적 토지거래는 허용해도 지목변경 등의 개발이익의 90%를 환수하는 것은 어떨까?

(토지토과이득세도 미실현이득이라는 이유로 위헌이 된 적은 없으며, 위헌이 아닌 토초세도 이미 설계되고 시행된 바 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호 〈토초세 괴담이 보유세 정책에 미치는 영향〉 기사 참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 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이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입니다. 이 글을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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