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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경북 경산시·고령군 등에서 도시가스 검침·점검 안전관리를 하는 여성노동자(공공운수노조 대구지부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소속) 240명이 도시가스 검침기간인 4월 1일부터 8일까지 2차 총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AS기사노동자들과 함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하게 된 배경과 투쟁 과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기자말]
 4월 6일 2차 파업 6일차, 고용노동부 대구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
 4월 6일 2차 파업 6일차, 고용노동부 대구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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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는 원청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점검률 달성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이 각종 산업재해와 고객의 갑질·성폭력·감정노동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수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점검률을 맞추기 위해 모든 위험 요인들을 감내하며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 조심해라, 죽인다. 이런 연락을 받아본 적도 있고요. 술 드시고 나서 일부러 곤조 부리는 사람들도 가끔 있어요. 저희가 체납세대 차단을 하면 밤 10~11시에 전화해 죽이니 살리니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는 차단하라고 해서 정당하게 차단한 건데, 민원은 저희들이 다 받아야 되는 거죠." (안정현[가명], 검침·점검노동자)

노동자들은 가스누출 안전 점검 등 시민안전을 위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일찍 가면 일찍 왔다고 늦게 가면 늦게 왔다고 고객들에게 욕을 먹어야 했다. 밤에 왔다고 고객이 재떨이를 던져 다칠 뻔한 노동자도 있다. 점검률 압박 때문에 노동자들은 세대 방문을 열심히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나이가 있는 고객들은 안전 점검의 필요성을 알고 점검하러 오라고 연락을 하기도 하는데, 안전 점검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고객들도 있다 보니 안 되는 세대는 끝끝내 안 되기도 한다.

기억나는 진상 고객을 물었을 때 노동자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진상 고객을 만난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거 다 기억하고 있으면 이 일 몬한다"고 했다. 그 기억이 완전히 삭제되었다는 게 아니다. 일을 쳐내야만 한다는, 점검률을 맞춰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성희롱 고객도, 갑질 고객에 대한 기억도 제쳐두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질문을 한 지 10초 만에 다시 소환된다.

"제가 신입이었을 때 처음 간 원룸인데, 벨이 안 되 가지고 문을 똑똑 두드렸어요. 문을 벌컥 여는데, 남자분이 옷을 홀딱 벗고 서 있는 거예요. 그러고 들어가더니 왜 자는데 와서 문을 두드리냐고 막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얼어가 대꾸도 못 하고 20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내려왔어요. 근데 그 사람이 회사로 전화해서 다시 점검 오라고 한 거예요. 못 간다고 그러고 기사 분 보냈어요."

"옷 벗고 있는 남자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여성 노동자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여성 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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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근무한 이윤경(가명)씨가 신입 때 일을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했다. 고객의 폭언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도 있다고 했다.

2019년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 기획단)에서 발표한 도시가스 검침·점검노동자의 감정노동 실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고객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노동자 비율이 97.9%이고, 성희롱 피해를 당한 비율은 74.5%였다. 또 괴롭힘은 84%, 폭행은 22.3% 였다(남성노동자가 대다수인 설치수리 현장기사의 경우 81.1%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대처 방법은 회사에 알린다는 비율이 6.4%밖에 되지 않았고, 이야기 해소가 67%, 참는다가 26.6%로 나왔다.

도시가스 점검 노동자들의 경우, 고객의 사적 공간에서 1인 근무를 하기 때문에 고객의 폭언, 성폭력, 갑질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2019년 울산 경동도시가스 점검노동자들은 124일간의 투쟁 끝에 '탄력적 2인 1조'를 합의하여 시행하고 있다. 탄력적 2인 1조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 위험 요인이 있는 세대(남자만 있는 세대 등)의 경우 2인 1조 점검을 하고, 그렇지 않은 세대들의 경우 2명이 각자 업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2인 1조 근무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다. 대성에너지 여성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자보호보법'(산업안전보건법 41조)이나 관련된 매뉴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안전 점검을 하기 위해 방문했더니 남성 고객이 '나도 니 구석구석 점검해줄게', '우리 집에 들어오려면 옷 벗고 들어와야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몇월 며칠 안전 점검 갑니다' 문자를 보냈더니 '이쁘게 해서 오세요'라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악수하자며 손을 쓰다듬거나 포르노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고객들도 있다. 노동자들은 안점 점검을 하다 보면 '옷 벗고 있는 남자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팬티만 입고 문을 열어주는 고객도 많다.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인근에서 시민 선전전을 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
 대구고용노동청 인근에서 시민 선전전을 하는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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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을 하고 와서 내가 올 시간쯤 되면 자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겠다고 해서 들어갔어요. 점검을 다 하고 주방에서 나오니까 침대에서 옷을 다 탈의하고 이불도 다 벗고 누워 계시더라고요. 내가 들어갈 때는 틀림없이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는데, 보여주려고 그랬겠죠. 그런데 반응하면요. 다음에 또 그러세요. 그래서 '이상 없습니다' 그러고 문 닫고 나왔어요."

10년 동안 경북 경산에서 도시가스 검침·점검 업무를 해온 김학순(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부지회장)씨가 그다음에 그 고객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전혀 입지 않은 경우에는 문을 닫고 "고객님 옷 입고 나오세요"하고 기다리기도 하는데, 팬티 등 일부만 입고 있는 경우는 못 본 척하고 들어간다고 했다. 점검률 때문에 빨리 하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집에서 오래 지체하는 경우 그날 건수를 채우는 데 지장이 있고, 다시 점검 일정을 잡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 검침원들은 벗고 있는 남자 몸을 안 본 사람이 없을 거라예. 어떤 사람은 예의가 있는지 앞에만 손으로 가리고 나오기도 하고. 그라고 젊은 사람들은 팬티만 입고 나오는 거 많아요. 옷의 개념이 다른 건지, 엄마 세대라 편해서 그래 나오는지, 팬티 입고 팔다리 문신 한 거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지... 그래가 나오는 사람 많아요.

한 달에 600세대 내지 650세대 안전 점검하러 들어가는데, 오만 사람이 다 있다고 보면 돼요. 좋으신 분 별나신 분 까다로우신 분 오만 사람 다 경험합니다. 좀 깔끔하신 세대는 비닐 신고 손에도 비닐 끼고 들어갑니다. 죄송한데 좀 그렇게 해달라고 하세요. 깔끔하신 분들 있잖아요.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그런 거는 저희들도 이해해요."


전명주(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부지회장)씨는 그래도 점검에 최대한 협조해주기 위해 고객들이 요청하는 부분은 다 이해한다고 했다. 낯선 사람이 방문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코로나19와 관련해 대면 점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에 대해 노동자들도 이해하고 있다. 전명주씨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10년쯤 하다 보니 '좀 그런 세대'는 눈치가 오기도 해서 방문하면서 따로 메모해두기도 한다. 그런 세대들을 남자 기사에게 부탁해서 방문하게 하면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그래 참아라', '나도 그랬다', '우야겠노. 회사 다니면 이렇다'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욕해주고 울기도 하면서 20년을 참아왔다. 그러나 이제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여성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당하고만 살지 않기로 했다.

"2019년도에 울산 도시가스 성추행 문제가 뉴스에 나오고 했을 때, 우리 고지서 뒷면 광고에 이런 내용이 나왔어요. 도시가스 점검원은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 그게 뭡니까? 도시가스 점검원들을 인간으로 사람답게 대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근데 왜 대성에너지는 우리를 인간으로 대우해 주지 않습니까? 왜 우리를 기계 취급하면서 아파도 산재도 못 하게 만듭니까? 우리가 산재를 당하면 우리가 왜 이 회사를 나가야 됩니까?" (김경아, 검침·점검노동자)
      
"두려울 거 같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어요"
 
 원청인 대성에너지 입구에 걸려있는 ’차별없는일터 우수사업장‘ 등 인증 현판들
 원청인 대성에너지 입구에 걸려있는 ’차별없는일터 우수사업장‘ 등 인증 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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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대성에너지 앞에서 집회 중에 한 노동자가 "이것 사진 꼭 좀 찍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셔터를 내려놓은 대성에너지 입구에 '차별없는일터 우수사업장'(노사발전재단),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고용노동부 등),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보건복지부 등) 3종 인증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에는 '가족친화우수기업'(여성가족부) 현판도 걸려 있다.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이 노동자는 이게 차별 없는 일터냐고 했다.
      
"이 회사는 대구에서 독점을 하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폐쇄적이고 발전성이 없는 거 같아요. 법에 나와 있는 연장수당도 안 주잖아요. 우리가 직원임과 동시에 고객이고 지역 시민인데, 이 사람들은 그것도 간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무슨 지역사회 공헌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두려울 거 같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어요. 이 사람들이 아줌마들을 잘못 본 거 같아요.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죠. 우리 투쟁이 이 사람들을 바짝 정신 차리게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하면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조금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둘째 날 집회를 함께 한 울산 경동도시가스서비스센터분회 한미경 부분회장은 힘을 주기 위해 왔는데, 오히려 힘을 받고 돌아간다고 했다. 조합원 수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와서 너무 놀랐다고 했다(울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날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 에너지라면 충분히 성취할 거라 믿습니다. 사측에서는 분명히 압박들이 있을 겁니다. 하나씩 하나씩 다 밀고 나올 거거든요. 그렇지만 그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기 소신껏 밀고 나간다면 저희들처럼 좋은 환경에서 업무를 하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인 내 권리를 찾기 위해 나온 거잖아요. 조합원들 화합이 너무 좋으신 거 같아서 기분 좋게 돌아갑니다."

땡볕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센터별로 마무리 인사를 나누고 돌아간다. 내일도 모레도 대성에너지 검침·점검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역 특성상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요. 저희가 갔을 때 진짜 반겨주세요. 안전 점검하다가 휴즈 콕이 하나 새는 걸 발견해서 조치하거나 보일러 배기통 빠진 걸 발견하거나 할 때 참 뿌듯해요. 사고는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요. 그래도 그런 집이 몇 달에 한 번씩 나오면 '나 오늘 사람 한 명 살렸네' 그런 마음이 생기면서 기분 좋아요.

저는 이번 투쟁 꼭 승리해서 정년까지 일하고 싶어요. 회사에서는 맨날 적자라고 하는데, 이것만은 알아요. 저희 잘못이 아닙니다. 저희가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제가 다니는 센터에 딸기 언니라고 있어요. 그 언니가 얘기했습니다. 못 먹어도 고라고! 전 못 먹어도 곱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아닌 대성에너지 위탁대행업체 노동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됩니다. 투쟁!" (마주현, 검침·점검노동자)

덧붙이는 글 | <민중언론 참세상>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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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르뽀작업자.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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