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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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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이목이 집중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그간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예측됐던 대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였다. 실제 득표 결과는 오세훈 후보 57.5% 대 박영선 후보 39.18%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이유로 해석된다. 혹자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젠더선거'로 보기도 하고, 내곡동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 선거'로 보기도 한다. 또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심판하는 '부동산 선거'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야당에 대한 불신'이 격돌하는 선거였다.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 모두 본인의 경쟁력, 미래 비전, 정책으로 겨뤘다기보다 '정권에 대한 실망'과 '야당에 대한 반감'을 주로 거론하며 싸웠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결과를 보면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훨씬 컸다.

성·연령대별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주목할만한 지점들이 여럿 있다. 먼저 20대 남성들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는데 60세 이상 고연령층(남성 70.2%, 여성 73.3%)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세훈 후보의 청년층 공략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20대 남성들이 정권에 가지는 실망감이 생각보다 컸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거론되는 3050층 중 40대 남성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오세훈 후보의 득표가 과반을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20대 여성의 경우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를 제외한 기타후보에 15.1%가량 투표했다고 집계됐는데, 다른 성·연령층에 비해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한 KBS 뉴스 자료 화면.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한 KBS 뉴스 자료 화면.
ⓒ KBS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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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질 선거였다고?

여권 지지층 내에선 이번 선거가 애초에 불리한 선거였다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박영선에게 결코 불리한 판이 아니었다.

2월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정부가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고, 2월 16일에는 MB 국정원 불법사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월 26일에는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2월 28일에는 가덕도 특별법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3월 1일엔 4차 재난지원금 당정 협의까지 마무리지으며 상승 흐름을 가져가기도 했다.

불리하지 않았던 판을 불리하게 만든 건 대내외적 실책의 연속이 만든 결과로 보인다. 3월 1일 박영선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모든 운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바로 다음날인 2일 LH 내부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됐고, 4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며 야권지지층의 기대감에 불씨를 지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7일)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23일)의 박원순 관련 발언은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불리하게 판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무인슈퍼, 20대 경험부족, AI통역 관련 발언이 잇따른 것도 큰 실책이었다. 9일부터 오세훈 내곡동 땅 문제를 띄우며 공격을 퍼부었으나 성난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보궐선거 패배는 레임덕의 시작? 좀 더 지켜봐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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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0대 총선 승리 이후 승리를 거듭하던 민주당은 5년만에 다시 패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흐름이라고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 이번 선거결과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조사들에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평가보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가 10%p가량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볼 순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를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직 이르다.

사람들이 정치세력을 평가할 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잘못한다(Doing Wrong)'와 '잘 못 한다(Doing Badly)'로 나눠서 봐야 한다. 아직 여러 지표들을 볼 떄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평가가 '잘못한다'로 보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간 정부의 실책이 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정당지지도가 30% 전후로 박스권을 형성했고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나 지지도가 40% 전후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흐름상 국민들의 평가가 '잘 못 한다'에서 '잘못한다'로 점점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3월 보궐선거 정국을 거치며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증가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된 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패배다. 정부여당이 반성하고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보궐선거 패배를 마주한 민주당의 여섯 가지 과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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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2022년 대선은 지금부터다. 이번 선거를 대선 본게임 전에 맞는 '예방주사'라고 여기고, 선거를 통해 주어진 과제들을 얼마나 보완해내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대세하락의 시작이 될지, 죽비를 맞고 정신차리는 계기가 될지는 민주당에게 달렸다.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는 '반성'이다. 누군가는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지만 새로운 당대표를 중심으로 전당적인 내부쇄신이 필요하다. 8일 민주당 지도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당보다 개인을 위해 각개전투를 뛰는 선수들을 바로잡고, 원팀정신으로 개혁완수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온힘을 다해 달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강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특히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장면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이재명 대세론'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재명 견제가 당의 중심 의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둘째, '지지층 신뢰 회복'이다. 민주당은 그간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피해갔다. "1당이 아니라서" "정권을 잡지 못해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를 장악하지 못해서" "압도적인 1당이 아니라서" 등등. 국민들은 끝끝내 민주당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줬다.

하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지층들은 힘을 실어줬으나 힘있게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무기력함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보수언론과 야당의 갖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바로 개혁의 성과다"라고 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놔야 한다.

셋째,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20대가 민주당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사적인 대승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21대 총선 즈음에서도 민주당의 20대 지지율은 60대 이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2020년 4월 3주차 갤럽조사, 민주당 지지율 :18~29세 31%, 60세 이상 31%). 2017년 대선 전후와 비교해봤을 때 큰 차이다(2017년 5월 1주차 갤럽조사, 민주당 지지율 :18~29세 42%, 60세 이상 16%).

20대의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는 단순한 정책 한두 개, 몇 차례 만남 정도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20대가 가지는 분노의 핵심은 '공정'이다. 민주당이 지난 네 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도 공정이었다. 민주당이 다시 승리하고자 한다면 내부적인 일탈에 대해 일벌백계하면서 공정함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 당직자들이 대부분 떠나 텅 비어 있다.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 당직자들이 대부분 떠나 텅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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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누구도 탓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결과가 비등비등하게 나왔다면 패배요인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패배한 경우엔 누구 때문에 패배했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박영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모든 성·연령·지역에서 패했다. 언론 때문에, 검찰 때문에, 2030 때문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진보정당들 때문에, LH 부동산 투기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들 때문에 패배한 것이 아니다.

굳이 패배요인을 찾고자 한다면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주장이었던 로이킨의 명언을 기억하자. "패배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면 그것은 패배한 이유이고, 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패자의 변명일 뿐이다."

다섯째, 유능함을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부터 최근 김상조 전 정책실장까지 수많은 여권 인사들이 도덕성 문제에 휘말렸다. 양당의 역량을 비교하는 여러 조사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도덕성'에서는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도덕성 우위에 대한 어드벤티지가 사라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도덕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유능함으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마침 야권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도 도덕성에 큰 리스크를 안고 있고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덕성보다는 유능함으로 강점을 드러내야 한다. 

여섯째, 미래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남은 2021년을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내년초부터 대선 본선이 다가오고 선거가 임박하게 되면 네거티브나 정치논리가 주목받을 것이다. 붕 뜬 시간 같지만 지금이 미래를 이야기할 최적의 시기다.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전세계적 위기로 대두된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비대면 노동이 강화될 경우 대안은 무엇인지, 인구감소시대를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지,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혁신산업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더 날카롭게 가다듬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후 선출될 대선후보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선구자 이미지'를 필수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낙심할 필요도 없고, 절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실책들을 반추하고 다시 나아갈 길을 모색하면 된다.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정부여당이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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