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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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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검찰 고위급 간부 한 분이 모종의 혐의로 수사 받게 되자, 그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하고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수사 상황이 시시각각 유출돼 수사 결론이 계속 제시되는 상황에서 공정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개월 만에 재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진술 기회를 얻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윽고 법정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2월 인사로 바뀐 새 재판부,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의 첫 심리이자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122차 공판이었다. 

양승태, 한동훈의 수사심의위 언급한 이유

양 전 대법원장은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추정되는 '검찰 고위관계자'를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 검사장은 지난해 7월 13일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위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새로운 재판부에게 우려섞인 당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우리 피고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예단"이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오늘 이 법정에서 심리하는 이 사건이야 말로 당시 수사과정에서 어떤 언론이 이를 실시간 중계방송했다고 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되고 결론이 마구 재단돼 일반인에게 전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사회가 마치 저 사람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행,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새 재판부께서는 이런 상황을 잘 혜량해 사건의 본질이 뭔지 정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는 47개에 달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재판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정운호 게이트 수사 확대 막고자 수사 기밀 수집 지시 ▲공보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 5천 만원 조성 등의 혐의가 해당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선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법관들의 재판에서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3일 사법농단 연루 법관 가운데 처음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재판이다. 당시 1심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당시 사법부 수뇌부를 공범이라 명시했다.

"양승태 공소사실, 전부 무죄 선고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관해 무죄를 선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다", "기억에 없다", "법원 내 관행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을 수집했던 혐의를 두고는 "공소사실에 따르더라도 위법한 지시를 한 것은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라며 "공소사실 자체에도 피고인들(양승태 박병대 고영한)이 위법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혐의에 있어 직권남용죄가 인정된 이 전 상임위원과 선을 그은 셈이다.

법원행정처와도 선을 그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법원의 사법행정은 법원행정처가 주로 담당한다. 대법원장의 결재가 필요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법원장에 대한 정기적 보고는 없었고, 법원행정처에서도 대법원장까지 알고 있는 게 좋겠다 싶은 경우에 사후적으로 상황 내용이 전달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이밖에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지시를 한 기억이 없으며 재판 진행 사건을 자세하게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업무방해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장을 두고는 공모관계가 불명확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공소장에는 불필요한 내용이 기재됐을 뿐더러, 법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런 공소장을 추후 변경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하자는 치유될 수 없다. 이미 법관들의 판단은 오염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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