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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중에 50대에 자녀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녀 중에 스무살이 되었을 때 부모로부터 공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독립된 청년을 얼마나 될까?

지난 2월 27일 광주의 한 가정에서 '독립선언식'이 있었다. 스무살 된 딸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 공간적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선언식 일가친척이 모인 가운데 스무살 딸 김다연씨가 독립선언을 하고 있다.
▲ 독립선언식 일가친척이 모인 가운데 스무살 딸 김다연씨가 독립선언을 하고 있다.
ⓒ 김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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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엄마아빠는 응원의 편지를 건넸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남동생은 자기도 스무살이 되면 독립하겠다고 꿈을 밝혔다. 이 독립선언식에 초대받은 이모, 삼촌, 할머니 등 일가친척은 '험한 세상' 속으로 독립의 길을 나서는 스무살을 위해 독립자금을 보태줬다. 아빠의 기타 연주에 맞춰 다 같이 독립기념 축가도 불렀다.

걱정과 우려가 거실 한켠에 자리했지만, 벽에는 가족들이 함께 꾸민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갓 태어날 때부터 스무살 때까지의 사진들과 함께.

"스무살 다연이의 독립선언식, 너의 삶을 응원할게"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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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결심 "독립성을 유산으로 물려주자"

광주의 이 엄마아빠는 어떻게 스무살 딸을 독립시킬 생각을 했을까?
스무살 딸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빠 김혜일(49)씨는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략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물려줄 것도 없는 부모로서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까. 독립성을 키워주는 게 제일 좋겠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독립성 키워주자. 그리고 스무살이 되면 독립선언식 세레모니를 해주자. 그러고 나면 뭔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스무살 딸 김다연씨는 지난 3.1절 독립기념일에 광주를 떠나 서울로 독립의 길을 떠났다. 독립자금은 부모와 일가친척이 모아준 1천만원 남짓. 그것으로 월세방을 얻고,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딸은 말한다 "부모님의 독립권유가 매정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때론 불안하지만 나를 믿고 독립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독립과 해방 스무살 딸을 독립시킨 아빠 김혜일씨 "딸은 독립, 나는 자녀로부터의 해방"
▲ 독립과 해방 스무살 딸을 독립시킨 아빠 김혜일씨 "딸은 독립, 나는 자녀로부터의 해방"
ⓒ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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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독립, 부모의 해방을 위해 필요한 4가지 준비
 

우리 집에서도 한 번 해볼까? 그런데 독립과 해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 4가지가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첫째, 신뢰관계 구축.

딸은 말한다. "엄마 아빠가 전부터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신뢰와 지지를 해줬기 때문에, 이번에 독립할 때도 지지와 응원을 느꼈어요."

아빠는 말한다. "평소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지요. 그것 없이 하루아침에 오늘부터 독립하라고 하면 '이건 뭐지?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둘째, 솔직한 대화.

아빠는 말한다. "일단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그런데 이때 아이가 뭘 원하는지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뭘 원하는지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빠는 50대가 되면 이런 삶을 살고 싶어'. 이런 이야기도 해야 하지요."

셋째, 충분한 시간.

이 가족은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독립'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하지 않은가?

넷째, 독립훈련.

딸은 말한다. "중학교 졸업 후부터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카페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계속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조금 모아보기도 했고, 이렇게 돈을 벌면 독립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빠는 말한다. "저는 아이한테 많은 걸 해주진 않았어요.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딸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가족여행을 많이 했어요. 여행이 주는 어떤 힘들이 있잖아요. 함께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해보면서 생기는 힘. 저는 그게 독립훈련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스무살의 독립 딸 김다연씨는 말한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꼈기에 독립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스무살의 독립 딸 김다연씨는 말한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꼈기에 독립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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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행복해야 자식들도 행복하다
   
딸의 독립은, 부모에게는 '자식으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아빠 김혜일씨는 말한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50대가 되어서도, 자식들이 스무살이 되었는데도, 자식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사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지요.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아빠는 딸이 서울로 독립의 길을 떠난 날,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딸을 독립을 시키고 나서 집을 다 정리했어요. 고1 남동생은 기숙학교에 갔으니, 애들 짐도 다 빼고, 가구도 정리하고. 집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혼자서 음악을 듣게 됐어요. 늦게까지 영화를 보게 됐고요. 이때 느꼈어요. 아, 어차피 삶이라고 하는 건 내가 행복해야 아들도 행복하고 딸도 행복할 수 있는 거다. 진짜 중요한 출발선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행복하지 못하고 내가 즐겁지 않은데 의무감으로, 부담감으로 누군가를 키운다는 건 어폐가 있는 거다."

아빠 김혜일씨는 믿는다. 그의 가족의 선택은 매정한 것이 아니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아빠는 독립의 길로 떠나는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환경들이 쉽지만은 않을거야. 이제 니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해가는 어른이 된거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멋지게 삶을 디자인해 가거라. 실패 또한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과감하게 도전해보면 좋겠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니 마음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너의 왼쪽 가슴이 뛰는 곳으로."
 
아빠의 편지 딸의 독립을 축하하는 아빠의 편지 "너의 길을 응원할게"
▲ 아빠의 편지 딸의 독립을 축하하는 아빠의 편지 "너의 길을 응원할게"
ⓒ 김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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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 보기 https://youtu.be/7WiUKbjkBig
 

덧붙이는 글 | 이 꿈틀인터뷰의 전체 영상은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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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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