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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5일 오후 4시 5분]
 
파주의료원 노동자 건강증진센터에서 작은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고민하는 이진우 동지
 파주의료원 노동자 건강증진센터에서 작은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고민하는 이진우 동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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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까지는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에서 다양한 산별 노동자들에게 교육하고, 집회를 기획하며 법 제정·개정, 대정부 투쟁을 하는 활동가였던 이진우 동지. 어느새 새로운 직장에서 직업환경의학 의사로 또 다른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일터 4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코너는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 저녁 서울의 한 카페에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이자 연구소 회원이기도 한 이진우 동지를 인터뷰하였다.

- 지금은 직업환경의학 의사로 노동자건강증진센터장이신데, 전에는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셨었죠?
"안녕하세요, 이진우입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고 1년 전부터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사회진보연대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다가 2016년부터 4년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에 있었습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사무국장 역할도 했었고, 작년 초부터 현재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 크게 볼 때 노동안전보건 활동이라는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직장의 성격도, 하는 일도 상당히 다른데요. 어떻게 현재의 일을 하게 되었나요?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에서 일할 때 다양한 업종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도 있고요. 하지만 여러 영역 중에서 작은 사업장에서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진행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할 의무도 없고, 노동부의 근로자건강센터도 전국에 23개 밖에 없어서 충분하지 않고요. 그렇게 작은 사업장에 대해 '어떤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터를 찾아보다가 지인의 소개로 여기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진우 동지가 주목했듯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재해 예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2019년에는 국내 산업재해 노동자 10만여 명 중 76.5%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었다는 씁쓸한 통계가 있다.

작은 사업장은 안전보건 규제의 많은 부분에서 제외되고 있고, 노동부는 근로자건강센터 형식으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의 노동자건강증진센터는 근로자건강센터와는 또 다른 운영 형태로 소규모 사업장들을 지원하고 있고, 이곳에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실시하는 사업들은 큰 의미가 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 안전보건 지원 사업

- 파주병원 같은 공공병원 자체가 별로 없고, 또 그 병원에서 노동자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노동자건강증진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어서 노동자의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수건강진단과 사후관리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사업장 위험성평가를 통해 작업장 환경개선컨설팅도 지원합니다. 집중사례관리를 통해 통합적인 노동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는데요. 이 사업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현재 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 경기도 노동자 건강증진조례가 통과되어 사업이 시작되었고, 올해 예산은 약 11억입니다. 현재 경기도 의료원 6개 병원 중 파주병원과 수원병원에서 주치의 사업을 위탁받아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센터 정원은 총 18명입니다. 위험성평가팀에 산업위생기사 2명, 사례관리팀에 간호사·사회복지사·심리상담사 등 4명, 나머지 노동자건강진단팀입니다.

파주센터가 포괄하는 지역은 파주, 고양, 양주, 김포 등 경기 북부입니다. 아무래도 파주가 중점 지역입니다. 파주엔 16개의 산업단지가 있는데요, 많이들 아시는 출판단지 사업장들과 LG디스플레이 하청업체를 비롯한 작은 사업장이 많아요. 그리고 이주노동자들도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진우 동지가 노동자건강증진센터에서 하는 활동은 간간이 기사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작년 여름, 대리기사들이 생애 최초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았다는 기사가 났었고, 그 검진은 바로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에서 진행한 것이었다.

경기도가 도입한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과 특수고용 노동자들까지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사업장에서 건강관리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건강진단을 받게 되어 흐뭇해하던 기사 인터뷰에 나 역시 흐뭇해졌던 기억이 난다.

노동자건강증진센터에서의 노동안전보건활동

- 들어보니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노동안전보건 지원일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노동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자체에서 노동자 건강을 지원해주는 최초의 모델이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년, 올해 일정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다른 의료원에서도 설립이 된다면 서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여러 연구에서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 중에서 실시율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90%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건강진단을 받는 게 중요한데 민간기관에만 맡겨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공공기관이 노동안전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주를 교육하는 역할을 하도록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행 주체 중에서는 지자체가 먼저 나서야 하고요.

그동안 특수 고용노동자는 사업주가 없으니까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이 노동자들을 위한 건강주치의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택배 노동자 같은 경우 CJ, 한진은 계약을 맺은 검진기관에서 건강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건강진단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건강진단 결과가 노동자의 고용을 저해할 우려도 있고요. 공공병원에서 이들에게 건강진단을 수행한다면, 노동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건강관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의미 있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지만, 처음 하는 사업이라 검진 대상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파주는 노동조합 조직화가 경기 남부에 비해 아직 부족합니다. 노조와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파주와 고양시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와 업무협약과 사업논의를 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지역의 상공회의소에도 찾아가서 사업설명을 하고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에서도 상공회의소에 속해 있는 사업장이 많으니까요. 여러 산업단지의 사무국장님들도 찾아가기도 하고, 시의원과 도의원에게 찾아가 설명회도 진행했습니다. 작년 한 해 정말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사업 설명을 하고 홍보를 했습니다. 

일반 노동자들의 특수건강진단은 사업주의 의무라서 진행이 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진단은 그렇지 않아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사업주를 통할 수 없으니 지역의 활동가분들 소개를 통해 진행하기도 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지난 4년간 노동조합에서 활동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대리운전노조, 라이더유니온, 건설노조 특수형태 고용직 노동자 89명에게 건강진단 지원을 했습니다.

레미콘 공장 같은 경우 출장으로 레미콘 노동자들 휴게실에서 건강진단을 했습니다. 사측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특수형태 고용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하루 일당을 빼면서까지 병원에 건강진단을 받으러 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면서 일하다 보니, 함께 일하는 센터 직원들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지자체에서 하는 노동자 안전보건 지원사업이 잘 알려지기만 한다면 더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건강진단을 신청하거나 안전보건 지원을 요청할 것 같지만 지금까지는 사업장에서 직접 문의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듯했다. 혹은 그보다, 사업주들이나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사업장 안전보건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아직 널리 인식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전에 하시던 일과는 달라서 하지 않던 일도 해야 할 텐데요,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을까요?
"새로운 사업이라 아직 홍보가 부족합니다. 기관들뿐만 아니라 사업장 하나하나에 방문해서 설득하는 과정들을 꾸준히 해야겠지요. 센터 내에 다양한 전문 직종 선생님들이 계시고, 각자 전문성이 있어서 각 팀과 각자의 업무들을 조율하는 것도 제가 잘해야 하는 일이에요.

노동자 건강증진센터는 우리회사건강주치의 사업을 하는 것이 기본이고, 파주병원 내에 있기 때문에 병원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파주병원이 코로나전담병원이라서, 방역이나 선별진료 업무 등에 협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사업을 많이 못 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 사업 위탁은 3년마다 갱신되는데, 우리 센터 직원들은 2년 계약만 가능한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확보된 예산으로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에게도 건강증진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자율성이 있는 편이라 좋습니다."

이진우 동지와 인터뷰를 하고 나니 전체 노동안전보건 활동 중에서 예전에는 A라는 톱니바퀴에서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C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리와 역할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고, 더 큰 질병이 나기 전에 예방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다.

쓰지 않던 근육을 써가며 신청을 받기 위해 먼저 사람들에게 제안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일도 하고 있지만, 이진우 동지 얼굴에 활기가 보여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이진우 동지에게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선전위원이자,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장영우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4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작은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안전보건활동, #노동자 건강증진센터, #산업재해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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