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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어머니가 성장할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외할아버지의 완고했던 보수적 여성관이 한몫 했던 듯하다. 그래서 문자를 거의 해독하지 못하고 쓰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주 먼 옛날 어머니는 나한테 당신이 글을 몰라 너무 창피하다 하셨다. 아버지에게 조차 창피하셨던지 아버지가 집을 비울 때면 나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곤 하였다. 

그렇게 어머니에게는 아득하고 막막하기만 한 글 배우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잠깐의 짬도 아버지의 귀가하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너무도 신속히 '일상'으로 후퇴하셨다.

그런 글 배우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농사 일의 한바퀴가 사람의 힘으로 돌아가던 시절이라 허리 펴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허락되지 않았다. 농사 일에서 '해방'되는 시간이 오더라도 당신의 남편이 부재해야 했고 또 글 선생이 되어줄 아들이 시간을 허락해줘야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어머니의 실력은 그때 그 수준 그대로다. 교회에 가실 때 성경책과 찬송가 책을 들고 다니신다. 평안을 누려야 할 예배당에서 조차 어머니는 글자라는 괴물과 끝 모를 싸움을 하고 오시는 듯 했다.

지금도 차를 타고 읍내라도 행차할라치면 도로 위 교통표지판과 상업간판들에 박힌 글자들을 읽어내느라 어머니의 입은 쉴새없이 달싹거린다. 글자에 대한 압박감은 어머니 잠재 의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시로 걸어나와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가는 듯했다. 
 
안내문구  내가 사는 아파트 필로티 기둥에 누군가 붙였다.
▲ 안내문구  내가 사는 아파트 필로티 기둥에 누군가 붙였다.
ⓒ 선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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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 한 구석에 누군가 붙여 놓은 안내문구를 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평생의 원죄처럼 몸 여기저기 들러붙어 수시로 괴롭혔던 문자 콤플렉스. 저 어설픈 안내문구의 반의 반이라도 표현할 줄 알았다면 삶의 무게가 얼마나 가벼워졌을까. 내가 낱말들을 조합해서 의미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면서 얻는 희열은 어머니의 '무지'에서 오는 고통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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