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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핑 중인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
 브리핑 중인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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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0만 명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접종 40일째인 지난 6일, 한국은 103만9066명이 1차 접종을 받았고, 3만7533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한국 인구의 약 2.02%가 접종을 했고, 하루 평균 약 2만 6915회 접종이 이뤄진 셈이다.  

접종 13일째까지 한국은 인구의 약 0.97%가 접종을 마치며, 영국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접종이 진행됐다. 그러나 초반 접종 2주간 평일 기준 하루 6만~7만명이 접종을 마친 것과는 달리, 이후에는 평일 하루 2만~3만 명 수준으로 속도가 떨어졌다. (관련기사 : [백신 접종 보름] 0.97... 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 http://omn.kr/1sdzb)  

그 결과 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27일만에 인구의 2%가 접종한 것에 비해, 한국은 13일이나 더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과 비교해 접종 속도가 확연히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난해 독감 백신을 하루에 최대 180만 명까지 접종할 정도로 백신 접종에 관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다. 그럼에도 접종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는 백신 수급 때문이다. 6일까지 한국은 백신 총 337.3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합쳐 168만 6500명분 도입을 완료했다. 지난 주말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3.2만회분과 화이자 백신 25만회분을 공급 받으면서 그나마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속도전'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다.

백신 물량 부족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처럼 자국 제약회사가 백신을 생산하지 않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만든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EU의 경우 지난 3일 기준 백신 접종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2.59%에 불과했다. 반면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46.44%나 됐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도 모두 15%를 넘지 못했다.

한국처럼 2월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의 접종 속도 역시 시원치 않다. 일본은 접종자 수는 한국보다 약간 많지만, 접종률은 1%를 넘어서지 못했다. 호주나 뉴질랜드도 100만회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콜롬비아는 중국 시노백 백신을 도입하면서 지난 3일 기준 238만회의 접종이 이뤄졌다.

[세계와 한국] 코로나19 확진자수와 백신 접종자수의 관계 

백신 접종이 늦고, 초기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은 방역이 상대적으로 잘 돼 백신 확보 필요성이 간과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했던 국가들과 달리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상대적으로 유행 수준이 낮아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었다. 유럽처럼 오랜 기간 록다운을 실시하지도 않아, 백신에 대한 절박감이 떨어진 이유도 있다. 

실제로 OECD 국가중 한국의 확진자 수는 37개 국가 중 30위 수준이다. 인구 수 대비로 따지면 거의 최하위인 35위다. 한국의 백신 접종횟수는 OECD 27위 수준이지만, 한국보다 확진자 수가 적은 나라 중에서 접종자 수가 많은 국가는 핀란드(106만회)가 유일하다.

백신 접종횟수가 OECD 10위권 안에 드는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확진자 100만명이 넘은 국가들이었다. 물론 이스라엘 역시 인구의 약 9.6%가 감염되면서, 사실상 유럽을 포함해 가장 높은 확진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북미, 남미 유럽국가들이 백신 접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그렇지 않은 대륙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미국은 국민의 31.76%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도 18.36%(4일 기준)를 기록했다. 그러나 5일 확진자가 7만 6594명에 이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역에 실패해 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던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의 차이를 간과한 채 단순히 '접종률'만 이야기하는 건 너무 1차원적이다.

영국의 선택 
 
영국 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영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런던 로얄프리 병원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가 설치돼 있다.
▲ 영국 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지난 2020년 12월 8일,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가 설치된 런던 로얄프리 병원.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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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신이 코로나19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는 점에서 백신 확보와 접종은 방역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의 백신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EU의 수출허가제 강화, 미국의 수출규제 행정명령, 인도의 수출제한 등 국제사회의 '백신 이기주의'가 심화되면서 한국 역시 2분기에 예정된 물량공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다만 한국이 초기에 아스트라제네카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계획을 짠 국가라는 점에서, 영국의 사례가 참고가 될만하다. 영국 정부는 지난 12월에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을 12주까지 늘렸다. 심지어 WHO는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는 3~4주 간격을 권고하고, 예외적으로 최대 6주까지는 간격을 둘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영국은 자체 판단대로 밀고 나갔다. 2회 접종시 중화항체가 많아지면서 예방 효과가 커지지만, 일단 1회 접종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걸 고려한 대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두 1인당 2회 접종이 권장된다. 

그 결과 영국은 현재 전체 인구의 46.44%가 접종한 것에 비해 2회까지 접종한 인구 비율은 7.93%(4일 기준)에 불과하다. 독일이 1회 접종자가 11.98%, 2회 접종자가 5.17%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국은 일단 1차 접종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차 접종만으로도 일정 기간 백신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고, 유럽이 재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국은 꾸준히 확진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 후 73%의 백신 효과를 나타냈고, 입원 위험을 37% 줄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2월 26일부터 3월 25일까지 한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 사람과 접종을 받지 않은 일반인 사이의 코로나19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85.57%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차 접종만 할 경우 3개월까지는 효과가 유지되지만, 이후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이자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접종을 12주 간격으로 접종했을때 82%의 예방효과가 관찰돼, 6주 미만이나 6~8주 간격을 두는 것보다 백신 효과가 높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 역시 2차 접종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2차 접종분을 갖고 1차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이 정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간격은 8주~12주고, 화이자는 3주다.
 

그렇다면 영국처럼 화이자도 12주 간격 접종을 검토해야 할까?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영국은 너무 다급하니까 그렇게 한 것이다. 한국은 그 정도 상황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백신 접종의 목표는 집단면역 형성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한 번 접종으로 집단면역은 어렵겠지만 위험집단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도 있고, 수도권 중심 접종을 했을 경우 지역 사회 전파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1차 접종만으로도 감염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1차 접종자 수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라색 부분은 이미 도입이 완료된 물량, 주황색 부분은 도입이 예정된 물량.
 보라색 부분은 이미 도입이 완료된 물량, 주황색 부분은 도입이 예정된 물량.
ⓒ 질병관리청

정세균 총리는 지난 2일 "정부는 상반기 내 1200만명 이상 접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라고 밝혔다.

만약 1200만 명 접종이 가능하다면, 국민의 약 23%가 접종하는 셈이다.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계획대로 접종이 진행된다면 방역에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치다.  정재훈 교수는 "유럽도 재유행이 와도 과거와 달리 고위험군 사망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백신 영향 때문"이라며 고위험군 중심으로 20% 이상 접종하면 중증 환자나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계획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앞으로 6월까지 화이자 604.7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66.8만회분의 공급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6월까지 총 1808.8만 회분으로, 약 904만 4천명이 쓸 수 있는 분량이다. 기존에 2분기 도입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얀센·모더나·노바백스 백신 등은 아직 공급 물량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는 앞으로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66.8만회분을 모두 1차 접종을 위해 먼저 사용할 경우, 1200만 명 접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한 현실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1200만 명이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인프라는 문제가 없겠지만 백신 확보가 관건"이라며 "2분기에 공급받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이 예정대로 들어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중심으로 1차 접종량을 늘린다고 해도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혈전 등 여러가지 이슈가 있어서 젋은 층 접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남아공 변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점, 2차 접종 때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SK 공장 증설, 외교력 등 백신 추가 확보 방안 찾아야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하고 있다.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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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과제는 사활을 건 백신 확보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역량을 동원하거나, 추가로 다른 종류의 백신을 도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SK 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더 증설하든지, 현재 빠르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미국의 백신 수급에 여유가 생길 경우 등을 감안해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라며 "평상시의 시장논리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적인 수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윤 교수는 "물량을 다른 곳보다 먼저 달라고 제약사에 요구해도 소용없고, 우리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안 준다고 하기도 어렵다"면서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된 논문을 통해 백신 효과가 인정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을 들여오는 등 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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