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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본 적이 있는가? 수필가 고수리는 이 주제로 여러 곳에 사는 일반인 39명의 글을 받아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집에서 밥을 차려 먹고, 병원에서 책을 읽고, 대전에서 일기를 쓰고,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편지를 보내고, 인도에서 전화를 걸고, 모스크바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의외로 가장 일상적인 시간이었다"고 수필가는 말한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가장 일상적인 시간'에서 기쁨을 찾는다? 생존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팬데믹 시대일수록 가까운데서 스스로 작은 기쁨을 찾는 노력은 절실하다. 사회에서 받은 큰 아픔도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5년 전 대전에서 열린 인생나눔 멘토 연수회 때, 강사가 내건 주제가 생각난다.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5가지'였다. 매일 되풀이 되는 작은 행복 5가지를 찾아내 글로 써보라는 주문이다.

5년 전 '5가지 행복시간'은 무엇이었나? 옆자리 여성분은 '집안 청소 끝내고 커피 한 잔 마실 때. 화분 물줄 때', 대전에 산다는 어떤 분은 '유등천 천변 산책할 때, 친구에게 문자 보낼 때, 책 보면서 낮잠 잘 때'라고 발표했다. 나의 행복시간은 '새벽잠 깨어 누운 채 스트레칭하며 10여분 뒹굴 거릴 때, 아침과 저녁에 일기 쓰기, 저녁시간 집 앞 대학운동장 걸을 때, 마감이 2주 이상 남은 글을 쓸 때'였다. 

지금도 예전 5가지는 유효할까. '행복'은 물질이 아닌 심신이 느끼는 감정인만큼 사람마다 시간마다 천차만별, 변화무쌍이다. 위궤양을 앓았던 사람은 밥만 잘 먹게 되어도 행복하다. 불면증을 앓았던 사람은 잠만 잘 자게 되어도 행복하다. 전립선 비대증을 앓았던 사람은 오줌발만 시원하게 나와도 행복하다.

그러나 병이 나아 1~2년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별로 작은 행복을 못 느낀다. 로또 같은 큰 행운도 당첨되면 3개월 정도 행복감을 느끼다가 이후엔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아니 옛날 일상에서 느끼던 작은 행복을 더 이상 못 느끼게 된단다.

병을 앓지 않고도 작은 행복을 느끼려면 어찌해야 하나. 하루 5가지 감사한 일을 찾아내 기록한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 쓰기'를 다시 찾아본다. '감사일기 쓰기'는 굶주리고 비참했던 흑인소녀를 '세계 토크쇼의 여왕'으로 키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오늘도 침대에서 거뜬하게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토스트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굶주림과 비참함을 거치지 않고 날마다 맞는 새아침, 토스트 한 조각에 감격할 수 있을까.

'걷기명상의 성자' 틱낫한 스님은 <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에서 "자유가 없다면 행복은 있을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대는 행복할 것이다"고 말씀한다. '탐진치(貪瞋痴; 탐욕·분노·어리석음)로 부터의 자유'를 얻는 깨달음, 수행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행복은 인생의 영원한 주제다. '오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써본다. 일기장에 쓸 한 문장을 위해 드론처럼 하늘 높이 올라 산책하는 나를 내려다본다.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도 일기를 쓴다. 책을 읽다 감동받은 문구를 바로 필사한다. 하루 24시간이 일기 쓰는 시간이다. 일기 쓰기는 일상에서 작은 행복, 자유를 찾는 나의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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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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