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연재를 통해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한때 급등주를 추종하는 불나방 같은 개미였다. 이 테마에 그슬리고 저 테마에 데이고, 그럼에도 이는 다 내가 단단해지는 고난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한 달에 한 번만 들어오는 월급이 아쉬웠는지 매일 벌고 싶었다. 그래서 단타(단기투자)도 즐겼다. 즐거웠다. 돈이 이렇게 순식간에 생겨나다니. 마치 화수분인 양 주식 투자를 찬양한 적도 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무리한 투자는 밑 빠진 독이 되기도 하는 걸 몰랐을 때의 일이다.

테마주에 한창 빠져있던 2017년 말,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와 함께 각종 가상화폐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다소 투기적으로 치우친 유동성이 각종 자산을 지나치게 끌어 올리고 있다는 시기였다. 특히나 코인은 녹아내릴 듯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 열기는 참새에게 새로운 방앗간이 생겼다는 소식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자동반사적으로 손 빠르게 코인거래 앱을 깔았음에도 나는 쉽게 투자에 임하지 못했다. 코인이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주변 사람들의 열광적인 모습이 자꾸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 남희한

관련사진보기

 
주춤거리는 사이, 몇 배가 올랐다는 소문과 앞으로 얼마간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 진작 했어야 했나?' 하루에도 열댓 번은 했던 생각이다. 그럼에도 귀 얇고 자유 의지가 약한 나란 인간이 이런 대세를 따라가지 않은 건, 강력했던 몇 번의 충격으로 '와~ 이거. 내가 하면 진짜 인생 망치겠는 걸...' 하는 방어 본능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새벽에 큰일 났다고 깨우더라고" 

100만 원으로 1000만 원을 벌었다는 코인 투자자. 같은 팀의 형님이었다. 코인의 등락을 보다 '이건 되겠다'는 판단으로 모아 두었던 용돈을 과감하게 질렀다는 그. 엄청난 수익률도 대단하지만, 두세 배씩 오른 상황에서도 팔지 않고 10배의 수익까지 참은 그 진득함이 정말 대단했다.

그 소식이 퍼지며 여기저기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신기해했고 자신들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퍼져나갔다. 매일같이 오르는 코인. 그 형님은 코인 투자 새내기들에겐 밝은 등불과도 같았다.

나 역시 그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정보를 얻었다. 참으로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들. 귓가가 따스해지며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10배가 올랐지만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에 이런저런 뉴스를 찾아보며 시기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들은 일화에 박장대소와 함께 현타가 찾아왔다.

"한밤중에 와이프가 갑자기 흔들어 깨우는 기라. 큰일 났다 길래, 내는 뭐 불이라도 난 줄 알았더만, 코인이 10%나 떨어졌다고 우짜냐고 묻는다 아이가. 내 당황스러워가꼬... 잘 달래가 재우느라 애뭇다.."

밝은 등불 아래 드리워진 그늘이 보였다. 그렇다. 코인 시장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거래가 일어난다. 가격의 변동은 잦고 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온 신경이 코인 시세에만 머문다. 눈을 뗄 수 없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가격도 덩달아 내려갈 것 같다. 금액이 커질수록 정도는 심해진다. 어쩔 수 없다. 돈이 걸려 있지 않나. 당시 '코인 좀비'라는 신조어가 생긴 배경이다.

열 배가 오른 상황에서 10%면 실로 큰 금액이다. 순식간에 원금이 사라졌으니 큰일이 난 게 맞다. 형수님의 그 반응이 충분히 이해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 웃던 나는 점점 선명해지는 내 미래의 모습에 웃음이 잦아들었다. 얼마 후의 내 모습을 누군가로부터 듣는 듯한 느낌. 전혀 설레지도 기대되지도 않는 그 모습이 지나치게 선명해 일말의 두려움이 생겼다.

"오늘 술이 참... 물 같네요"

2017년 12월의 한 술집.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뒤늦게 코인 투자에 참여한 지인이다. 11월경, 파죽지세로 오르던 코인에 제법 많은 돈을 투입하곤 큰 수익을 내던 중이었던 친구였다. 얼마 전까지 대단한 수익에 행복해 보였던 친구, 제법 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친구가 내 앞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크... 술이 물 같네. 왜 맛이 안 나지?"

급격한 코인의 가격 하락에 제법 큰 손실을 내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벤트성 호재를 기다렸는데 무슨 일인지 가격은 자꾸 떨어져만 갔다. 다시 오를 거라는 자조적인 말을 하며 괜찮다고 하는데 어째 더 힘이 빠져 보였다. 그리고 간사하게도 나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너도 나도 코인에 투자해 치킨값, 옷값, 중고차 값을 벌었다고 했을 때의 소외감과 초조함이 개운치 않은 안도감으로 돌아왔다. 간사한 마음 같으니. 역시, 심신이 빈약한 나는 코인과 맞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선택
  
코인. 코인. 코인...
 코인. 코인. 코인...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요즘 다시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웃고 있다. 아, 배가 아프다. 투자하지 않았던 내가 너무 코인의 가치를 몰라보고 겁을 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년 후 이 찜찜함은 안도감이 될까? 또 다른 후회로 남을까? 인생길은 왜 이렇게 자꾸 갈라지는지... 어디를 가든 헤매긴 할 텐데, 어디로 가서 헤매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여전히 자신은 없다, 이것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그래서 하지 않기로 했다. 급등주를 따라다니며 운 좋게 돈을 벌었을 때도, 미소 가득한 얼굴과는 다르게 마음은 늘 편치 못했다. 가격이 오르면 좋긴 한데 왜 오르는지 몰라 다시 떨어질까 불안했고, 떨어지면 떨어져서 또 불안했다. 그랬다. 테마주 투자의 기본 옵션은 불안이었던 거다. 불안에 베팅하는 그런 투자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투자를 하면서 편하기만을 바랄 순 없다. 그럼에도 욕심 때문에 애써 쉼 없는 불안을 사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코인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그걸 파헤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코인, 나라별로 다른 시세, 이해하기 어려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코인의 미래 가치. 주식도 모르긴 매한가지지만 코인은... 정말이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찾아드는 아쉬움과 흔들림을 잠재우기 위해 주식 투자의 명언들을 되뇐다. "투자에선 스트라이크가 없으니 날아오는 모든 공(기회)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아도 된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흠... 아주 조금 도움이 된다. 너무 모르니까 이번 공도 눈을 질끈 감고 그냥 흘러 보내야겠다.

코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뒷동산에 올라보며 에베레스트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언젠간 가보고 싶고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그 고난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뒷동산을 오르면서도 '과하게 헐떡대며' 매번 느끼고 있으니까. 현실은 희망과 기대만으로 만만해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