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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역시 내 글에 대한 독자의 피드백이 올 때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메시지를 받고 마음이 철렁할 때가 많다. '제 고양이도 제이처럼 림프종이라고 합니다……' 독자분들의 메시지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 가족의 질병과 달리 반려동물의 질병은 보편적인 공감대의 바깥에 있어 그 고통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받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분들에게 나는 이전의 내가 받았던 응원을 고스란히 돌려드리고 싶어진다.

내 고양이에게 절실했던 기적의 힘

나는 5년 전, 고양이 제이의 암 치료를 했다. 갑자기 밥을 먹지 않고 호흡이 가빠져서 동네 24시 병원에 데려갔더니, 병원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CT 촬영을 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을 옮겨 며칠 동안 각종 검사를 한 제이는 결국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제이의 작은 몸속에 장기를 짓누르는 커다란 덩어리가 또렷하게 보였다.

병원에서는 암 치료를 해도 반드시 재발할 것이고, 오래 살아봐야 1년이라고 했다. 진단을 받는 데까지만 이미 200만 원이 들었는데 천만 원을 들여 치료해도 1년을 장담할 수 없다니, 나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제이를 품에 안고 정말 많이 울었다.

남편과 오랜 고민 끝에 그럼에도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고, 거의 8개월 동안 매주 병원을 오가며 주말 입원 치료를 했다. 쓰다듬으면 털이 한 움큼씩 빠지고 수염이 네 개밖에 남지 않을 만큼 힘든 치료였지만, 놀랍게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이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이제 6살이 된 제이
 이제 6살이 된 제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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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치료의 기록을 글쓰기 플랫폼에 연재했고 이후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라는 책으로도 출간했다. 즐거울 것 없는 치료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은 혹시 모를 이별에 대비해 어린 제이와의 모든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였고, 또 한편으로는 기적을 만들어낼 만한 응원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이의 이야기를 썼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그 순간에라도 '제이가 꼭 나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준다면, 그 찰나의 마음들이 모여서 제이에게 기적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바랐다. 막연하지만 때로 그 위로들이 하나의 운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믿었다. 어차피 의학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실제로 글을 연재하고 책이 나온 이후까지 많은 분들이 댓글이나 메시지로 제이의 회복을 응원해 주셨다. 내 일은 나에게나 중요하지 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인들과 잘 공유하지 않는 나로서는, 모르는 사람이 남긴 '제이는 분명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댓글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는 제이가 건강해진 게 어쩌면 그 응원의 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내가 살아가면서 가져본 믿음 중에 가장 비과학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론 가장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아픈 고양이를 응원합니다

제이의 치료가 끝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메일이나 DM이 온다. 이제는 제이를 응원하는 분들이 아니라, 응원이 필요해진 분들의 메시지다. 나에게 구체적인 병원 정보를 묻는 분들도 있고, 제이의 최근 근황을 묻는 분들도 있고, 그저 제이의 경험담에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분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림프종 확진 판정을 받고 관련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항암치료를 한 제이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고 아직도 잘 지내고 있는 제이의 모습에 희망을 가지고 항암 치료를 결정했어요. 저희 아이도 제이와 같은 기적이 생기길 바라면서 늘 멀리서 제이도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책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받고 나면 나는 그 메시지가 나에게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된다. 고양이가 림프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분들은 당시의 내가 그랬듯 인터넷을 켜고 림프종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고 또 검색했을 것이다. 혹시나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을까, 어딘가 좋은 예후를 겪은 케이스가 있을까, 뭐 하나라도 희망 한 가닥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 절망의 수면 위를 밤새 헤엄쳤을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제이의 암 치료기를 발견하고 생면부지 집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는 것이다. 내가 전문적인 도움을 드릴 수도 없고, 치료의 예후는 어차피 고양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같은 경험을 먼저 한 이에게 무엇이라도 말을 건네고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나는 너무나 이해가 된다.

고양이의 질병 앞에서 보호자는 수많은 결정을 대신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혼자 감당하기에 무겁고 또 두려운 것들이다. 고양이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보호자는 모든 고통스러운 선택을 책임져야만 한다.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내 경험담이 스치는 지푸라기라도 되어 닿길 바랐다.

나 역시 제이의 암을 알게 되었을 때 관련된 정보나 경험담이 너무 없어 막막한 채로, 단 한 문장이라도 참고할 정보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인터넷을 헤매고 다녔기 때문이다. 뭐라도 좋으니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얻고 싶었다.
 
 건강해진 제이
 건강해진 제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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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 고양이도 림프종이래요' 하고 연락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이전까진 들어본 적도 없던 고양이의 암이 오로지 제이에게만 발생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림프종을 겪게 된 많은 고양이들이 그 사실에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는 좋은 집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얼굴도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받았던 응원의 기운을 나 역시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인 것은 안타깝지만, '제이는 이제 괜찮은가요?'라고 물어오는 질문에 '이제는 아주 건강해요'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제이의 기적이 그들의 희망이 되기를, 사랑하는 고양이를 걱정하고 있는 집사들 모두가 자신의 고양이와 함께 일상의 평온을 되찾기를 나는 매번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고 있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미래의창(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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