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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지 주변 도로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번식지 주변 도로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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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실랑이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2호) 번식지 촬영을 놓고 주민과 사진작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
 
A마을은 외지인의 출입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동네였으나, 최근 수리부엉이 서식지로 알려진 데 이어 실제로 새들이 번식하자 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모인 것.
 
사진작가들이 매일 20~30여 명 모이는 바람에 조용한 환경에서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서식해야 할 새끼 수리부엉이가 생육에 방해를 받고 있다도 주민들은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타고 온 차들로 마을 도로가 막혀 농사 준비를 위한 트랙터가 꼼짝 못하게 되자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린 것.
 
'천수만 지킴이' 김신환 동물병원장에 따르면 이곳 번식지는 예전에 바닷가 절벽이었던 곳이다. 원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으나, 지난 1984년 제방을 막으면서 농경지가 됐다. 길가에서 10m 떨어진 이곳의 낮은 야산 바위 밑에서는 새끼 수리부엉이 3마리가 부화해 자라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마을 주민들이 '옛날부터 이곳에서 수리부엉이가 살아왔다. (수리부엉이를) 그만 괴롭히라'며 경찰에도 신고했는데, (경찰은) '저지할 방법이 없다'며 그냥 갔다더라. 이에 주민들이 사진작가들이 못 오게 (수리부엉이 번식지에) 소똥을 뿌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같은 주민들의 항의에 오히려 사진작가들은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오물을 뿌렸다'고 신고해 주민들은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며 "어떻게 하면 수리부엉이를 보호할 수 있는지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5일 경찰 측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리부엉이 서식지와 관련해) 지난주 삼일(3월 31일~4월 2일)에 걸쳐 3번의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당일 출동한) 해당 근무자는 교통 관련(주차 등 교통방해) 신고를 받고 해당 차량을 교통에 방해되지 않도록 정리했다. 다른 신고 건에 대해서는 해당 근무자에게 확인보겠다"라고 답했다.

서산시, 사진작가 출임금지 펼침막 설치... 수리부엉이 보호 나서

3월 29일부터 지난 5일 사이 직접 현장을 찾은 김 원장은 "전국에서 모인 사진작가들이 (촬영에 방해되는) 나무를 훼손하며 종일 진을 치고 있어서, 새끼 수리부엉이는 이들을 피해 번식지에서 약간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어미 수리부엉이가 둥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새끼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새 사진을 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에게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과 국가 적색목록에 취약 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보호받고 있는 종"이라면서 "번식하는 새 둥지 사진을 찍을 경우 최소한의 지켜야 할 도리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3호,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35호에 따라 천연기념물의 보존에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행위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허가없이 위의 행위를 했을 경우 문화재보호법 제101조 3호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서산시는 사진작가들의 출입금지를 당부하는 펼침막을 이날 중 서식지 근처에 설치하고 수리부엉이를 보호할 예정이다.

태그:#서산시,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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