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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을 일컫는 '관혼상제'에는 특유의 종교, 문화와 풍습이 녹아 있다. 그 중, 장례식은 기후, 생활환경과 함께 종교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문화다.

한국에서는 불교의 영향이 컸던 통일신라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장례식장은 절이었지만, 유교가 강했던 조선 시대에 접어들며 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많은 것이 훼손되었다. 또 전쟁, 산업화, 서구식 문화의 유입 및 상업성 등으로 고유 장례문화도 국적불명으로 변질됐다.  

나는 운좋게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다양한 인종, 종교와 문화를 직접 부딪히며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종교의 장례 풍습을 세계 각지에서 찾아봤다. 한국인에겐 불교, 천주교, 개신교의 장례 풍습은 낯익지만,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 도교, 유대교 등 주요 타 종교의 장례 풍습은 국내 외국인 250만인 세계화 시대를 살면서도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첫 번째로 이슬람교를 살펴본다.

① 이슬람교

이슬람교는 서기 610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창시해, 세계 인구의 약 24%인 약 19억여 명의 무슬림이 따르는 강한 공동체적 성격으로 응집된 종교다.
  
작년 10월 이슬람 부국 브루나이 술탄의 둘째아들 장례식. (맨왼쪽부터) 첫째삼촌, 둘째삼촌, 왕세자, 술탄, 종교지도자, 장차관 순이다. 메카의 성스러운 돌 카바를 감쌌던 천을 관 뒤에 덮었다.
 작년 10월 이슬람 부국 브루나이 술탄의 둘째아들 장례식. (맨왼쪽부터) 첫째삼촌, 둘째삼촌, 왕세자, 술탄, 종교지도자, 장차관 순이다. 메카의 성스러운 돌 카바를 감쌌던 천을 관 뒤에 덮었다.
ⓒ Asri A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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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임종이 가까워지면 가족과 친지들이 둘러서서 숨이 멎을 때까지, "샤하다(신은 오직 알라뿐이다)"를 반복한다. 숨을 멎으면, "인나 릴라히 와 인나 일랴히 라지운(우리는 진심으로 알라를 믿고 다시 환생한다)"을 낮은 소리로 반복하며 명복을 빈다.

무더운 중동 지방에서 시작된 연유로 무슬림은 죽으면 24시간 내 즉시 매장하는 관습이 이어진다.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르면, 사망이 확인되면 즉시 바로 모스크에 알리고, 지역공동체는 가족을 도와 즉시 장례절차와 매장 등을 진행한다.

가족은 망자의 눈을 감기고 입을 다물게 한 후 알라에게 떠난 자의 죄 용서를 비는 "두아(간청)"를 하며, 신체를 물수건으로 여러 번 깨끗이 닦아낸다.

염 의식은 배우자와 자녀를 제외한, 망자와 절친했던 동성 가족 친지만 할 수 있다.카판(흰 천)으로 남자는 몸 전체, 상체, 다시 전체를 단단히 감싼다. 여자는 여기에 머리 전체와 가슴과 배를 더 감싼다. 손은 기도하는 것처럼 가슴에 왼손,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 놓는다. 수의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감싼다. 10세 이하 어린이도 같다. 머리 위, 상체와 하체, 발끝을 감싸 끈으로 4번 묶는다. 가족 친지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얼굴은 감싸지 않는다. 
  
고인과 가까운 동성 가족 친척이 카파로 시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싼다.
 고인과 가까운 동성 가족 친척이 카파로 시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싼다.
ⓒ Invitation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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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모스크로 옮겨 살랏 알-자나자(장례식)을 준비한다. 관 위에 수놓은 천을 덮고, 그 위에 메카의 카바(성스러운 돌)를 덮었던 천 조각도 올린다. 약간의 꽃으로 주위를 장식한다.

퀴블라(무함마드의 고향인 이슬람교 최고 성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방향)에 관을 놓고 그 뒤에 이맘(종교 지도자)이나 남자연장자가 서서 음악 없이 장례 의식을 진행한다.

조문객은 3줄로 나누어, 첫째 줄은 고인과 가장 가까웠던 남자들, 둘째 줄은 그다음 남자들과 아이들, 셋째 줄은 여성들이다. 비 무슬림이나 고인을 잘 몰라도 조문할 수 있다. 대부분 고인 앞으로 조의금을 보태고, 가족은 명부를 작성한다.

유가족 및 조문객은 추모 의미로 흰색이나 어두운색 옷을 입는다. 남자는 노출이 적은 긴소매와 긴바지, 여자는 머리와 목 가리개를 쓰고 얼굴과 손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릴 수 있는 달라붙거나 비치지 않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는다.

추도사가 끝나면 남자 넷이 관을 메고, 추모객들이 뒤를 따라서 묘지로 간다. 전통적으로 매장은 가까운 남자들만 참석하지만, 요즘은 여자와 조문객들이 무덤 주위에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고인 머리를 퀴블라 방향으로 향하게 무덤에 안치한다.

고인을 매장하며 가족 친지들은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관 위에 흙을 세 번 뿌리며, '당신은 여기에서 태어나, 다시 여기로 돌아간다, 이제 우리가 당신을 다시 환생시킨다"라며 추모한다. 추모객들이 "비스밀라 왈라 밀라티 라수릴라(알라의 이름과 알라의 메신저의 믿음으로)"를 낭송하면, 한편에선 봉분에 꽃을 뿌리며 "아멘(진실로)" 추임새를 넣는다.  
  
추모객들은 봉분에 꽃을 뿌리며 고인의 환생을 기원하고, 또 “아멘!(진실로)” 추임새를 넣는다.?
 추모객들은 봉분에 꽃을 뿌리며 고인의 환생을 기원하고, 또 “아멘!(진실로)” 추임새를 넣는다.?
ⓒ Eizairi Shamsu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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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추모객들은 울거나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통곡, 비명, 실신, 옷을 찢고 물건을 깨는 등 이슬람 교리에 반하는 과격한 행위는 안된다.

무덤 위에 큰 비석이나 정교한 장식을 하지 않고, 작은 돌이나 물건을 올려 가족만 알 수 있게 표식만 한다. 사치스러운 무덤이나 묘비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기념일에만 꽃, 촛불 등을 무덤에 놓는다.

장례절차가 끝나면, 이웃과 친인척은 고인 가족과 추모객에게 3일간 음식을 대접해 슬픔을 나눈다. 보통, 추모 기간은 최대 40일 정도다.

미망인은 4개월 10일, 약 130일간 남편과 살던 집에서 화려한 화장이나 장신구를 하지 않고 추모한다. 비상시나 병원을 제외하고는 외간 남자와 접촉도 금한다. 홀아비는 추모 기간이 단 3일, 그 기간 재혼도 가능하다.

이슬람 경전 '꾸란'은 "무슬림이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은 고인의 장기를 기증, 이식할 수 있다. 무함마드는 자기 시신을 치장, 오래 보관, 기념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그래서 무슬림은 방부처리, 부검과 화장은 신성모독으로 유언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 기관이 요구하면 가능하다. 무슬림은 보통 땅에 매장하지만, 육지와 먼 공해상에서 사망하면, 수장도 허용된다.  

무슬림들은 죽으면 자기 고향에 묻히길 원한다. 무슬림이 타국에서 죽으면 가능한 한 빨리 고국으로 이송한다. 그러나, 무슬림 이민자가 많은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이슬람식 장례식장과 전용묘지도 등장했다.

주요 종파인 수니와 시아,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등의 장례관습에도 차이가 있다. 무슬림 묘지는 검소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자들은 진한 화장은 피하고 밝은색 립스틱이 허용되는 등, 추모객 옷차림과 묘지 분위기가 전에 비해 많이 세련되고 자유스러워졌다. 

무슬림은 선행을 하면 죽어도 얌앗딘(최후 심판의 날)에 반드시 부활해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최후 심판의 날, 선행을 행한 이들은 묘지를 떠나 천국으로 향한다는 것. 그러나, 악행한 이들은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는 믿음이다.

그러고 보면, 장례식은 남은 가족과 친지들이 세상을 떠난 가까운 이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그들의 종교를 통한 가장 슬픈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태그:#조마초, #마초의 잡설 , #이슬람교, #장례식 ,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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