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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5일 디엑스이의 활동가 은영, 섬나리는 서울 영등포구 대형쇼핑몰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외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에 '업무방해' 혐의로 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해당 '방해시위'를 한 활동가 중 한 명인 은영이 두 번째 변론문을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직접행동DxE(Direct Action Everywhere - Korea, 아래 디엑스이)' 활동가들은 2019년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패밀리레스토랑 방해시위에 '업무방해'로 기소돼 지난 3월 3일 1심 재판에 출석했다. 나는 피고인으로 방해시위 영상과 함께 우리가 왜 직접행동을 하는지, 왜 하필 동물해방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론과 자료를 온 마음을 다해 준비했다(관련 기사 : "음식이 아니라 폭력"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친 이유).

디엑스이 활동가들은 우리 모두가 응당 알아야 하는 동물의 현실을 전달하기 위해 법적인 부담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자료 조차 제출하지 못했고 되레 활동가들이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심지어 검찰은 사실과 다른 공소장 제출로 법무부로 부터 공소장 변경 요구를 받았고 1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나는 지난 첫 재판에 이어 두 번째 재판에 출석하면서 법원과 검찰 그리고 사회가 진중한 자세로 고쳐앉아 동물해방의 감을 잡아야 할 이유에 대해 또다시 변론했다. 아래는 변론문 전문이다. 

[변론문 전문] 응당 변화해야 할 사회는 아직도 직접행동을 업무방해라고 한다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감과 피켓을 들고 서있다
▲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감각을 되찾자고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DxE 활동가들이 감과 피켓을 들고 서있다
ⓒ 직접행동DxE 촬영활동가 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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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활동가들이 감과 사진을 들고 서있다.
▲ 동물과 우리의 현실을 온 사회에 전하기 위해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활동가들이 감과 사진을 들고 서있다.
ⓒ 직접행동DxE 촬영활동가 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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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E 활동가 은영 패밀리레스토랑 방해시위 1심 재판 2번째 변론문.

판사님 변경된 공소장을 확인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동물의 현실과 너무나도 괴리되어 끔찍한 폭력에, 그만 무감해져 버렸습니다. 날마다 무감해지고 날마다 끔찍해집니다. 우리는 날마다 함께 고통스러워집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현실을 뒤로하고 우리는 멸종을 앞다투어 이미 죽은 듯 살아갑니다. 자본을 제일의 가치로 삼아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 척도조차 멀리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권력 가진 이들은 진실을 은폐하기 급급하고 땅과 강에는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동물들의 피와 고름과 오물들이 그들의 고통을 대변하듯 흘러넘칩니다. 살해 공장을 더 짓기 위해 밀림은 끊임없이 불태워져 우리로부터 사라집니다. 저항하는 사람들도 동물처럼 쉽게 죽일 수 있도록 범죄 조직이 가담됩니다. 동물들을 병들게 할 사료를 만들기 위해 노역이 투입됩니다.

수 많은 청년들이 노예노동 속에서 살해됩니다. 생태계는 균형을 잃은 지 오래고 우리가 그나마 소중하게 여겼던 동물들 마저도 멸종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산소 없는 땅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서로의 존재에 그저 감사하며 함께 살았어야 할 지구의 온 동료들이 모두 죽어 없어진 땅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지금처럼 모두 죽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최후에 남는 가장 나쁜 동물로서 우리가 만든 업보를 뒤집어쓰고 가장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자멸하게 될 것입니다.

폭력에 무감해지고 죽고 죽이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이 사회는 눈부신 해방운동조차 사실과 다른 그저 '동물애호가들의 난동'으로 전락시켜 버립니다. 이 모든 문제를 뒤로하고 마치 이 모든 문제가 우리의 일이 아닌 양 우리의 삶과 우리의 생명이 아닌 양, 노래 한 번으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그 굳건한 자본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만일 농장에서 끊임없이 죽어가는 저 동물 저 존재들이 우리 가까이 있는 존재였다면. 누구도 특정한 목적에 의해 죽어야 마땅한 존재로 태어나는 사회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행동은 여기 이 자리에 피고인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상을 받아 마땅할 용기였을 것입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정직한 비폭력의 용기를 이 제도는 묵인합니다. 그렇기에 업무방해로 낙인찍기에 급급하여 현장 영상조차 활동가들이 직접 제출하여 되려 '증거'를 입증하고 변론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 평범한 시민들이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서게 되는 것인가, 그 연유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그 이유에 대해서, 왜 이러한 비폭력 직접행동이 전 지구적으로 조직되며 뜨겁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판사님과 사회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습니다.

변경된 공소장과 같이 저는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가 크리스마스에는 사랑과 축복을 나누자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장의 더 많은 시민들에게 직접 제의하였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크리스마스에 온 세상에 울려퍼지는 흔한 캐롤 가사입니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불러주는 축복과 영광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고 온 감추어진 피바다의 현장 경험을 마땅히 나누고 사랑으로 연대하자고 동시대의 한시민된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한 것입니다. 앞서 본 너무나도 폭력적인 비명의 피바다에 대하여 우리는 맹렬히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알렸습니다. 제도와 사회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계산을 하느라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입에 우겨 넣어 삼키고 있는 진실은 모두가 응당 알아차려야 하는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동물들을 몰아넣고 씹어먹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이제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있습니다. 쉴새 없이 우리의 현실적인 종말이 예고됩니다. 그렇게 파괴되는 세상에서도 제도와 권력은 활동가를 치우고 그저 운동을 제거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효율적인 축산을 빌미로 관련 업계와 결탁한 미연방정부는 활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운동을 범죄화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환경 운동가들은 이제 매주 4명 꼴로 관련 업계에 의해 처참히 살해되어 갑니다. 살해되는 것은 활동가 뿐만 아니라 아마존을 지키는 원주민이며 도살장의 동물들이며 우리의 모두의 미래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직접행동이 없는 사회일까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더 이상의 활동가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일까요? 누구도 불의에 뛰어들지 않고 절망에는 절망으로, 묵인하는 미래를 바라는 것일까요, 비폭력 직접행동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전선입니다. 법과 제도가 미처 살피지 못하는 우리의 존엄은 직접행동으로 비로소 구현될 수 있습니다.

이 법정에서 우리는 비폭력적인 해방운동이 고작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를 따져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논의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사멸입니다. 이 엄중한 문제에 대해 논의를 비로소 촉발시키고,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에 대해 고작 업무방해의 낙인을 찍는 것은 활동가를 간단히 청부 살해하듯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권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판사님 제도와 사회를 대변하여 활동가들의 정직한 용기의 내용들을 진중히 살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과 검찰 그리고 사회에 동물해방의 감을 잡게해준다는 스피치와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디엑스이 활동가들이 동물해방의 "감" 잡게 해드립니다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법원과 검찰 그리고 사회에 동물해방의 감을 잡게해준다는 스피치와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직접행동DxE 촬영활동가 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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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활동가들이 감을 건내고 있다.
▲ 디엑스이 활동가들이 동물해방의 "감" 잡게 해드립니다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활동가들이 감을 건내고 있다.
ⓒ 직접행동DxE 촬영활동가 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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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변론을 마친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멈추지 않을 행동의 감을 나누고 있다
▲ 모든 동물이 자유로울 때까지  4월 2일 남부지방법원 앞 변론을 마친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멈추지 않을 행동의 감을 나누고 있다
ⓒ 직접행동DxE 촬영활동가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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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디엑스이, #방해시위, #동물해방, #동물권, #직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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