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백승호(24·다름슈타트)를 영입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2019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에서 볼 다툼하는 백승호.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백승호(24·다름슈타트)를 영입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2019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에서 볼 다툼하는 백승호. ⓒ 연합뉴스

 
축구선수 백승호가 결국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전북 구단은 30일 백승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전북은 "선수 등록 마감이 31일 종료되고 수원 삼성 입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K리그 복귀를 희망하는 백승호가 무사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영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선수 등록 자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장결희 등과 함께 한때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백승호는 최근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다름슈타트에서 활약하다가 국내 복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전북 입단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수원과의 정리되지 않은 관계가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백승호는 2010년 수원 유스팀인 매탄중학교에 다닐 때 수원의 지원으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백승호 측은 K리그 복귀 시 수원에 입단하기로 두 차례에 걸쳐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승호가 최근 수원의 동의 없이 전북행을 타진하자 수원 구단은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전북은 백승호와 수원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일단 영입계획을 보류하고 잠시 관망하는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전북이 다시 개입했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스페인축구협회 등에서 백승호의 보유권과 관련 규정들을 검토한 끝에 수원이 백승호에게 어떤 영입 제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렇다면 전북이 백승호를 영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승호가 전북 유니폼을 입는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원이 백승호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장기간의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수원이 출전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할 경우 K리그에서의 경기출전이나 타팀 이적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원만한 대화와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백승호 논란은 앞으로도 여러모로 K리그에 나쁜 선례를 남긴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도의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이런 모양새가 나오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당사자인 백승호에게 있다.

백승호는 2010년 수원으로부터 3억 원이라는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고, 무조건 수원으로 복귀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승호 측은 2011년 바르셀로나 유스 정식 입단으로 국내 복귀가 어려워져 수원 구단과 다시 작성한 2차 합의서에 약속된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만큼 합의서 자체가 무효가 되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백승호의 가장 큰 잘못은 돈 문제보다도,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K리그 구단과 이기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려했다는 점이다. 백승호는 수원에는 전북 입단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고, 전북에는 수원과 합의서를 맺은 사실이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으며 두 구단에 모두 무례를 범했다.

수원 구단과 팬들이 '배신' '은혜를 잊었다'라는 격한 단어까지 꺼내며 반응하는 것은 당연했다. 전북은 전북대로 구단 이미지에 흠집을 남기고 타 구단과의 갈등을 유발할수 있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구단들도 잘한 것은 없다. 수원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수원과 백승호간의 합의서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을 때는 여론도 수원을 지지했고 백승호를 비판하는 반응이 훨씬 우세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대응은 진전이 없었다. 수원이 주장하는 대로 백승호와 2차 합의서를 작성했다면 국내 복귀시 수원 입단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는지, 약속된 지원금은 왜 지불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뚜렷한 출구 전략도 없었다. 합의서를 근거로 백승호의 전북 이적에 일단 제동을 걸었으면 이제는 수원이 백승호를 달래서 직접 영입에 나서든지, 아니면 적절한 보상을 받고 백승호를 풀어주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나았다. 결과적으로 수원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수원은 백승호의 전북행을 막지도 못했고, 위약금 문제는 법적 공방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백승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이적대상으로 분류된 다름슈타트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수원에 영입 제의를 받지도 못한 상황이라 전북행을 밀어붙이는 것 외에는 퇴로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원이 애초 백승호의 전북 이적을 막겠다는 것 외에는, 백승호를 영입할 여력도 의지도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북은 이미 지난해에도 기성용의 영입 과정을 놓고 FC서울 구단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기성용은 결국 스페인을 우회하여 다시 FC서울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전북으로서는 다소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합의서 문제는 선수와 해당 구단간의 관계이기에 전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비슷한 사건을 겪고도 신중하지 못한 일처리로 논란을 또 자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북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백승호를 무리하게 영입하며 K리그의 '동업자 의식'에 위배되는 처신을 했다. 수원과 전북이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어쩌면 K리그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만한 이번 파동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은 것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K리그에서 새로 시작하는 과정부터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백승호는 과연 자신이 얼마나 큰 논란을 초래했는지, 그 책임의 의미와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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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전북현대 수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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