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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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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약 일주일 남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후보 사퇴뿐 아니라 정계 은퇴를 약속할 만큼 큰 이슈가 된 건이다. 내곡동 땅 '셀프 개발 보상' 의혹이다. 이 논란은 경희대까지 확산됐다.

KBS 등 보도를 종합하면, 2005년 6월 13일 문제의 땅 경작자와 측량 담당 팀장은 오세훈 후보가 측량 현장에 동행했고, 일부는 같이 점심을 먹었다고 증언했다. 식당 이름은 안고을식당(보도는 '안골식당'으로 되었으나 실제 이름은 '안고을식당'이다), 메뉴는 생태탕이었단다. '키 크고 잘생긴'이라는 외양묘사와 '선글라스 착용' 증언도 있다.

오 후보는 측량 현장에 간 적 없다고 반박한다. 현장에 간 것은 장인과 처남 송아무개 경희대 교수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토지정보공사로부터 측량 서류를 받아 살펴봤지만, 장인 1인만 '측량 입회인'으로 서명했다. 오 후보 측은 후보의 서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후보가 현장에 없었다는 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는다.

오 후보는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과거 이 땅을 재산신고 내역에 포함했던 사실이 공개되자 '지금 논란이 되는 땅이 그 땅인지 몰랐다는 뜻'이라고 말을 바꿔 논란이 커졌다. 그런데 이번엔 측량 현장에 함께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까지 친 오 후보로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문제다.

[오세훈의 경우] 진짜 스모킹건은 '경희대'

어쩌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오 후보 측이 2005년 6월 13일에 그의 처남인 송 교수가 내곡동 측량 현장에 갔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를 증명하면 끝날 일이다.

측량 당일 오 후보 처남이 경희대에서 열린 행사장에 있었다는 당시 언론 기사가 사진과 함께 존재한다. 오 후보 측은 '행사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행사 전체가 아니라 저녁 행사에 뒤늦게 참석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곡동에서 측량하고 점심까지 먹은 후 다시 경희대로 와서 옷 갈아입고 행사에 참석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건 송 교수의 복무 기록이다. 이날은 평일, 월요일이다. 6월 초면 여름방학도 아니니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후에 학교 행사가 있었다고 하고, 송 교수도 그 행사 주관 교수 중 하나였다고 하니 어쩌면 그 행사 준비로 휴강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종강을 해서 수업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월요일에 수업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좋다. 휴강했거나 연가를 냈거나, 최소한 오전을 개인적인 사무를 이유로 지각했다는 결재 기록(최소 구두 허가라도)이 있다면 송 교수가 측량 현장에 간 것이 넉넉하게 인정된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알리바이, 더 확실한 '스모킹건'이 또 있을까? 송 교수 또는 경희대 측에서 이 자료를 공개하면 '게임오버'다.

송 교수가 스스로 공개하면 제일 좋다. 혹시, 송 교수가 증빙할 수 없다면 경희대가 하면 된다. 기록이 없다면 당시 학생이나 조교 중에 상황을 기억하는 이를 수소문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대학원 학위수여식 정도의 행사라면 총장이나 학교관계자뿐 아니라 졸업생, 학부모 등 수많은 이들이 현장에 있었고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경희대 측도 이런 중요한 행사 사진을 한 장만 찍지는 않았을 테니 그 사진 여기저기에 송 교수의 흔적이 있을 것이다. 없으면 없는대로 공개하면 된다. 무엇이든 공개하면 된다. 이런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의심을 피할 순 없다.

[박형준의 경우] 홍익대가 공개하면 된다
 
30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형준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30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형준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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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더불어 대한민국 제2도시인 부산에서도 선거전이 치열하다. 부산 선거에서도 학교와 관련된 이슈가 있다. 바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딸의 홍익대 입시 과정에서 딸과 배우자가 홍익대 측에 입시 청탁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것.

홍익대 미대 교수였던 김승연씨는 최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평소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잘 알고 있는 박형준 후보의 배우자가 딸과 함께 직접 홍익대를 찾아왔고, 당시 채점 교수였던 자신에게도 눈물을 흘리며 딸을 합격시켜 달라고 부정 청탁을 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에게 학교에서 직접 작품까지 찍어줬고, 구체적으로 점수를 어떻게 줬는지 등 상세 과정을 설명했다.

사실이면 엄청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딸은 홍익대에 다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것은 공개되지 않아서 지원하지 않은 건지, 지원하고도 합격하지 못한 건지,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건지 알 수 없다. 박형준 후보 측은 홍대 입시에 지원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가 '기억이 흔들리고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대학교 지원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박형준 후보 측은 김 전 교수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김 전 교수 측은 박 후보 딸의 입시 청탁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논란 역시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입회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 공방과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는 스모킹건은 홍익대에 있다. 정말로 박 후보의 딸이 홍익대 편입 시험에 지원했는지 여부는 홍익대가 지금 당장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 입시 응시 여부를 알 수 있는 '입학사정대장'은 대학 관련 법령에 따라 영구 보존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딸이 홍익대 입시에서 정말로 부정청탁을 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교육 관련 이슈다. 홍익대에 지원을 했는지 여부는 박 후보의 거짓말 여부, 즉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고, 모녀가 직접 찾아가 부정청탁을 했는지 여부는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이에 대해서 아버지 또는 남편이 거짓 해명을 했다면 이 역시 국민들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박 후보 딸의 홍익대 지원 여부에 대해서 홍익대가 입을 열어야 하는, 교육부가 확인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홍익대 측은 "지금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 정보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교육부 감사관실이나 검찰 쪽에서 (공개가) 상관없다고 얘기해주면 우리도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전날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제기된 여러 입시 의혹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적 절차를 준수해 저희가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유권자의 요구는 확실해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딸의 홍익대 응시를 둘러싼 의혹 관련 자료 공개 여부'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58.4%가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개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26.5%였다.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다.

이번 선거는 전임자들의 낙마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서울과 부산, 아니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이후에 거짓말이 드러나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면 국민들의 배신감은 어찌할 것인가? 치명적일 수 있는 의혹은 투표 전에 검증해주길 바란다. 오세훈과 박형준 후보, 경희대와 홍익대, 아니면 교육부의 심사숙고를 촉구한다.

태그:#오세훈, #박형준, #홍익대, #경희대, #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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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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