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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승 대통령비서실 신임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호승 대통령비서실 신임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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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는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의 주인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전세금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신속하게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그가 물러난 자리를 메운 이호승이라는 인물은 정책의 큰 물줄기를 얼마나 바꿔낼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이호승은 대통령이 말한 '적폐 청산'과 '촛불 정신' '부동산 불패 신화 붕괴'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인물일까? 그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노동과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노동민생 시민단체 '더불어삶' 회원들이 나서서 '이호승' 하면 떠오르는 사실들을 모아 봤다.

① 일자리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으로서 경제·고용정책 실무를 담당하던 이호승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청와대 비서실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임명된다.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강조된 분야였다. 이호승은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밑에서 고용정책을 책임졌고, 1년 반 정도 청와대에 있다가 2018년 12월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2019년 6월에 다시 청와대로 갔는데, 이번엔 경제수석에 임명된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호평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민간 고용이 급감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주로 활용한 방법은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이름으로 예산을 대거 투입해서 단기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일자리 예산을 투입한 결과 수치상의 취업자는 증가했으나 공공 단기 일자리만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뿐이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청 '고용동향'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과 2019년에 20대(공공인턴 등)와 60대 이상(공공 노인일자리)는 고용이 증가했지만 경제의 허리라 불리는 3040의 고용률은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가 많았고,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고용의 질이 악화된 탓에, 2019년 6월 이호승이 경제수석에 임명됐을 때 시민사회에서는 "경제정책 운용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내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컸던 2020년에도 문재인 정부는 재정 투입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60대 이상 취업자는 37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다. 그밖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이나 한국형 뉴딜 같은 '정통 관료'다운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없어지는 직업" 발언 논란

톨게이트 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하고 청와대 앞에서 장기 투쟁 중이었던 2019년 10월 13일,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이호승은 기자들과 경제 브리핑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이른바 '없어지는 직업'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탄력근로제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중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의 수납원들이 농성 등 투쟁을 하지만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폄하로 해석되어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호승의 발언은 노동 폄하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톨게이트 수납원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었다.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집단해고를 당하기 전에 법원은 이미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상태였다(2015년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으로 변질되면서 도로공사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즉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판결 내용보다 못한 자회사 고용 방침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표현 자체도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도로공사는 영상 인식률 등의 이유로 스마트톨링 도입을 2022년 이후로 연기했기 때문에 요금수납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을 당장 해고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또 향후 스마트톨링을 도입하더라도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차량을 담당할 요금수납원 500명은 계속 필요하며, 고객 민원 대응이나 차량번호 인식 보정 등의 업무를 담당할 인원도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기술의 발달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것은 흔한 담론이다. 그러나 정책 담당자가 업무 전환, 노동시간 단축 등의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대량해고가 당연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호승의 발언 직후 민주노총은 "청와대 고위 관료쯤 되는 인사가 노동과 고용 정책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이들의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악담하며 본질을 왜곡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당시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었던 도명화 톨게이트 지부장은 "우리는 정부가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에 또다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 이호승은 YTN과 인터뷰에서 "빠른 기술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맥락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는데 톨게이트 노조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상황이 있었다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주요 당국자의 입에서 노동 폄하 발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③ 기본주택
 
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수석이던 지난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수석이던 지난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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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야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나 입주 가능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다. 기존의 10년 임대 후 분양주택이나 민간에게 특혜를 안겨주는 역세권 청년주택 등에 비하면 진일보한 모델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경기도 기본주택의 임대료가 결정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7월 26일,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에 "로또분양처럼 로또임대가 되는 것도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과도하게 낮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이어 "적정하게 낮은 임대료가 지나치게 낮은 로또 임대료보다 오히려 집값 안정에 낫다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적도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바로 이호승이었다.

그러니까 이호승 당시 경제수석은 경기도가 기획하고 있었던 기본주택의 임대료가 '시세보다 많이 낮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지사가 동조함으로써 기본주택의 임대료(월세)는 당초 구상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로 경기도 기본주택의 임대료는 3인 가구(전용 59제곱미터)의 경우 월 48만5000원, 5인 가구(전용 84제곱미터)의 경우 월 63만40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토지 조성원가를 평당 2000만원으로 가정할 때). 청와대가 개입하기 전에 설계되고 있었던 임대료는 어떤 수준이었는지 궁금하지만 알아낼 길이 없다.

경기도 기본주택에 대한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자. 문제는 당시 이호승 수석이 말한 '시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폭등한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을 출범 이전으로 원상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호승 수석과 이재명 지사는 시세와 차이가 많이 나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은 '로또'라서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었다.

이호승의 주장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과 전월세 폭등에 날마다 신음하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힘든데 '로또는 안 된다'는 말까지 자꾸 듣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이 먼저 나서서 로또를 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해놓고 오히려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시세가 폭등했고, 시세가 폭등하니 신규 분양주택이나 공공주택이 로또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④ 3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2018년에 이호승은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의 해명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는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고,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은 이호승 본인의 실거주를 위해 취득한 것이고, 배우자 명의의 다른 아파트는 장모의 주거를 위해 취득한 주택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의 다수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주목을 받게 되자 2019년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도권에 2주택 이상 보유한 참모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7개월 후인 2020년 7월 경실련이 자체 조사해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참모들이 여전히 다주택 상태로 남아 있었고 상위 10명의 재산가액은 50% 이상 증가했다.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이호승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매각해 2주택자가 돼 있었다. 그의 재산평가액은 2017년 5월 시세 10억1500만원에서 2020년 6월 16억4500만원으로 6억 원 이상 증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호승은 1주택자라고 한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다룬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가 다주택자로 지냈던 것은 분명하다.

⑤ 결론

이 글에는 객관적 사실과 함께 우리의 주장이 섞여 있음을 인정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이호승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장점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을 종합해 보면 이호승은 특별히 개혁적인 인물도 아니고, 경제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목표로 삼을 것 같지도 않다.

4년 전 촛불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열심히 일만 하느라 부동산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무주택자나 월세 내기도 벅찬 2030세대의 분노를 그가 이해할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정부 정책의 전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http://www.livewithall.org)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더불어삶은 노동·주거·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태그:#이호승, #톨게이트노동자, #이재명 기본주택,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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