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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의 봄을 상징하는 벚꽃의 개화가 평년보다 약 5-10일 먼저 찾아왔다.
▲ 국립서울현충원의 명물 능수벚꽃 국립서울현충원의 봄을 상징하는 벚꽃의 개화가 평년보다 약 5-10일 먼저 찾아왔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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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의 벚꽃은 유명하다. 예년 같으면 4월 초에 절정에 이를 벚꽃의 개화 시점이 열흘 가까이 당겨지면서 많은 혼란도 있지만, 국립서울현충원의 봄도 열흘 정도 당겨서 찾아왔다.

그런데 국립서울현충원 방문객에게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케 하는 것은 벚꽃만이 아니다. 독립유공자 묘역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를 통해 국립서울현충원에 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5·18 계엄군의 묘비를 '전사'에서 '순직'으로 바꿔 설치했던 국립서울현충원이 이번에는 독립유공자 묘역에 있는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를 성평등 관점에서 '전면 교체'한 것이다.

남성 중심이었던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
 
그동안 '배위 이은숙 합장'이라고 새겨져 있던 묘비와 달리 '애국지사 이은숙'이 '순국선열 이회영'과 나란히 새겨져 있다.
▲ 부부 독립운동가 "이회영-이은숙"의 묘비 교체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모습.  그동안 "배위 이은숙 합장"이라고 새겨져 있던 묘비와 달리 "애국지사 이은숙"이 "순국선열 이회영"과 나란히 새겨져 있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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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묘역에 있는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는 이은숙·이회영의 묘, 김학규·오광심의 묘, 오광선·정정산의 묘, 신건식·오건해의 묘, 박영준·신순호의 묘, 신송식·오희영, 신팔균·임수명의 묘, 강무경·양방매의 묘가 있고, 임시정부요인 묘역에 있는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는 이상룡·김우락의 묘, 지청천·윤용자의 묘, 오영선·이의순의 묘가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는 그동안 남성(남편)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같은 독립운동가인데도 '순국선열(또는 애국지사) OOO의 묘'라고 씌어 있는 묘비 옆에 작게 '배위 OOO 합장'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최근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묘비 교체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때도 국립서울현충원 측의 독립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과 성평등 관점의 결여로 묘비 앞면에 부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나란히 새긴 묘비로 교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묘비 뒷면 아래에 있는 '약력란'에 남성 독립운동가의 약력만 새겨 넣은 묘비명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관련 기사 : 독립운동가인데 빠지거나 작게 새겨진 이름, 여성이라서?)
 
 2021년 3월에 교체되면서 박영준과 신순호의 독립운동 이력이 함께 새겨져 있다.
▲ 부부 독립운동가 "박영준-신순호"의 묘비 교체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뒷면 아래 "약력란" 모습.   2021년 3월에 교체되면서 박영준과 신순호의 독립운동 이력이 함께 새겨져 있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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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도 있었다. 김학규·오광심의 묘비에는 철저히 성평등의 관점이 반영되어 묘비 뒷면 아래의 '약력란'에도 김학규의 약력과 오광심의 약력을 이미 나란히 새겨 넣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묘비도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국지사 김학규의 묘, 배위 오광심 합장'이라고 새겨져 있던 김학규·오광심의 묘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이렇듯 여성 독립운동가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죽어서도 수십 년간 차별을 받고 있었는데, 마침내 2021년 3월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혁명적 변화'는 그동안 조사·연구와 탐방에 기초하여 '여성길'을 조성하는 등 동작역사문화연구소와 인권도시연구소의 꾸준한 문제 제기와 활동이 밑바탕이 되었다.

<경향신문>이 동작역사문화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의 문제를 성평등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보도(<독립운동가 부부 함께 안장됐는데, 공훈록·묘비에서 사라진 '여성의 공로'>, 2021. 3. 10)하면서 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꾸준한 활동과 문제 제기가 국립서울현충원에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의 '혁명적 변화'로 이제 국립서울현충원 '여성길' 탐방이 훨씬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묘비도
 
'이상룡-김우락'의 묘비는 지난 2020년 교체하면서 부부 독립운동가의 생몰년을 나란히 새겨넣었으면서도 아래 '약력란'에는 여전히 이상룡의 약력만을 새겨놓은 예전 그대로다. '김마리아-이범석'의 묘비는 '국무총리 이범석의 묘'에 '배위 김마리아 합장'으로 새겨져 있다. 독립운동가 김마리아는 1977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으나 이번 전면 교체 과정에서도 누락되었다.
▲ 임시정부요인 묘역 "이상룡-김우락"의 묘비 뒷면(왼쪽)과 부부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이범석"의 묘비(오른쪽).  "이상룡-김우락"의 묘비는 지난 2020년 교체하면서 부부 독립운동가의 생몰년을 나란히 새겨넣었으면서도 아래 "약력란"에는 여전히 이상룡의 약력만을 새겨놓은 예전 그대로다. "김마리아-이범석"의 묘비는 "국무총리 이범석의 묘"에 "배위 김마리아 합장"으로 새겨져 있다. 독립운동가 김마리아는 1977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으나 이번 전면 교체 과정에서도 누락되었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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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슨 일인지 성평등 관점에서 독립유공자 묘역를 '전면 재정비'했음에도 임시정부요인 묘역의 '이상룡·김우락의 묘'와 국가유공자 제2 묘역의 '김마리아·이범석의 묘'는 여전히 예전의 모습 그대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룡·김우락' 묘비 뒷면 아래 '약력란'은 이상룡의 약력만 새겨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국가유공자 제2 묘역의 '김마리아·이범석' 묘비는 '국무총리 이범석의 묘'에 여전히 '배위 김마리아'로 새겨진 채였고, 묘비 뒷면 아래 '약력란' 역시 이범석의 약력만 새겨져 있는 그대로였다.

특히 김마리아(1903-1970)는 44년 전인 1977년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지금까지도 독립운동가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이범석의 '배위'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셈이다. 만주와 연해주에서 무장투쟁에 참여하고 한국광복군에서도 활약한 김마리아는 무후선열제단에 위패로 안치되어 있는 '혁명여걸' 김마리아(1892-1944)와는 동명이인이다.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방부가 국립서울현충원을 관할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추정해 보지만, 두 묘비만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국립서울현충원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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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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