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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서울지역 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인 3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과 송파지역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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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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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원. 재작년 겨울 저 돈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스무 살 때 서울에 왔다. 서울을 떠나 있던 1년을 제외하고 7년 동안 8번 이사를 했다. 서울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냐고 한탄하면서 짐을 쌌다 풀기를 반복했다.

지난 7년 동안 연일 집값이 올랐다. 집값이 치솟는 동안 고등학교 선배 원룸에 얹혀살기도 하고, 결혼까지 한 친척 언니 집 방 한 칸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빠 친구가 사무실로 쓰는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적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직원 전체 회의가 있을 때 비워주는 조건으로 월세의 반을 부담했다.

1~2년에 한 번꼴로 이삿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동안 이삿짐 싸기와 박스 포장의 달인이 되었다. 5평 남짓 원룸은 비좁았다. 주기적으로 물건을 팔았다. 학교 축제 때 아끼는 옷들을 팔고, 중고마켓에 가구들을 처분했다. 살림을 들일 때마다 이사를 고려했다. 이 물건을 사면 가져갈 수 있을까, 당장 필요하지만 곧 나가야 하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는 식으로 이삿짐을 늘리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보증금 500만 원짜리 집, 결국 구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반지하다. 집주인을 잘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겨울에는 추웠지만 여름에는 시원했다. 햇빛은 안 들었지만 식물은 잘 자랐다.

주거권은 인간의 기본권

나는 계속 서울에 살고 싶다. 고향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1인 가구가 서울시 인구의 33.4%를 차지한다. 그중 청년 1인 가구는 47.8%로 절반에 가깝다. 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거나 갓 일을 시작한 20대는 돈이 없다. 20대가 살기에 서울의 집값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주거 문제는 삶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독립해 서울에 살면서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아르바이트도 학교생활도 연애도 취업도 아닌 집 문제다. 이삿날은 금방 돌아온다. '다음에는 어디로 이사가지?' 이삿짐을 풀고 새집에 눕자마자 생각한다.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서울에 사는 대다수 청년들이 주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그것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주거 안정이 돼야 여러 사회 문제들이 같이 해결된다. 예산은 정말 필요한 곳에 투입돼야 한다. 

친구 커플은 집 문제를 해결하려고 결혼을 택했다. 신혼부부라는 조건이 아니면 살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집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이유가 되어버린 것은 어쩐지 비참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4.7 재보궐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4.7 재보궐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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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랍 속 규제와 막혀 있던 재개발·재건축을 풀어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고 있다. 투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지금 재개발·재건축과 규제 완화 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진 사람들이여, 투기하라!'는 말같이 들린다.

일주일 만에 재개발·재건축을 허가해주면 서울은 다시 투기판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는 수준의 민간 중심 공급은 부동산 투기 활성화 정책에 가깝다. 민간에 맡겨두면 집값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집값을 잡고 주거 문제를 안정화해야 한다. 유치원 무상급식에서 청년 주거권까지 의식주 문제를 언제까지 개인에게 맡겨 둘 셈인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21분 생활권 도시 서울'을 내세웠다. 21분 안에 주거와 직장, 쇼핑몰, 의료, 교육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잘 와닿지 않는다. 21분이 아니어도 좋으니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주거 대전환'을 이뤄줬으면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집을 지어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안 그래도 심란한 강남 땅값만 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당선이 유력한 두 후보는 내곡동 땅과 도쿄 아파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에 붙은 불을 끄려는 듯 제1 공약으로 부동산과 주거 정책을 제시하고, 수십만 호의 아파트 공급을 약속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청년들이 서울에 살기 힘든 이유는 정말 주택이 부족해서인가? 

청년들의 표를 얻고 싶다면

"청년들이 서울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시장을 원해." 

'이런 시장을 원한다'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친구가 한 말이다. 친구는 취업을 하게 되면서 회사 근처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사 첫날이 다가오는데 가진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보증금 문제와 월세로 전전긍긍하며 1~2년 살 집도 못 구하는 현실에서 집값을 잡아야 할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보여준 행태에 청년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청년들의 표를 얻고 싶다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정책을 세우고, 청년 1인 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현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비싼 임대료에 입주할 엄두조차 못 내는 청년들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집에서 독립한 청년들이 부모의 재산 따위의 이유로 입주가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이름만 청년 주택이 아니라 목적에 부합한 주거 공간을 원한다. 선거용 공약이 아닌 1인 청년 가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는 시장을 원한다. 물려받을 집이 없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주거 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서울이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4월 7일, 누가 시장이 되어도 청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란 말을 가슴에 묻으며 기꺼이 투표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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