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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봄이면 동네 냇가에서 캐온 돌미나리와 겨우내 땅속에 묻어 뒀던 무를 꺼내 새콤매콤한 생채를 해주시곤 했다. 쑥이 먹기 좋은 이즈음엔 감자를 뚝뚝 잘라 넣고 들깻가루를 조금 풀어 넣은 쑥 된장국을 끓여주시곤 했다. 달래장에 쓱쓱 비벼 먹던 밥도 잊을 수 없다.

햇볕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봄마다 먹곤 했던 엄마의 음식들이 그리워지고 입맛이 다셔지곤 한다. 해마다 봄은 이렇게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시작되곤 했다. 엄마의 음식들은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든 것을 이겨내는 힘이 되곤 한다.

그래서 힘든 날 더욱 먹고 싶은 엄마의 음식들이다.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것들을 많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런데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아쉽게도 함께 밥 먹는 일이 거의 없어 아쉽다. 제 밥벌이를 하느라 어쩔 수 없다지만 섭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쑥국이나 쑥버무리처럼 봄 한때 잠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한 날이면 더욱 섭섭해지곤 했다.

코로나19로 지난여름부터 아이들이 집에서 밥 먹는 날이 많아졌다. 함께 밥 먹는 일이 잦아지면서 건강하고 맛있는 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이런 내게 어느 날 '들깨쑥밥'이 눈에 들어왔다. 주부로 살아온 30여 년. 봄이면 쑥으로 음식을 해 먹곤 했는데 해마다 같은 음식들만 되풀이 해 먹고 있었기에 신선하게 와 닿았다.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는 들깨쑥밥
 
들깨쑥밥과 달래장.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매일 먹는 밥에 반찬만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밥에 큰 변화를 주면 밥맛을 잃지 않는다.
 들깨쑥밥과 달래장.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매일 먹는 밥에 반찬만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밥에 큰 변화를 주면 밥맛을 잃지 않는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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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기로 유명한 쑥과 들깨로 짓는 밥이라니 더욱 끌렸다. 하지만 막상 가족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처음 해본 밥을 달래장으로 비벼 먹던 아이들이 "오홍! 봄마다 생각날 밥이야!", "응 응" 주고받으며 경쟁이라도 하듯 단숨에 그릇을 비웠고,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 즐기는 밥이 되었다.

들깨쑥밥은 레시피까지 굳이 적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밥이다. '①밥 짓기 30분 전쯤에 쌀을 미리 불려뒀다가 ②압력밥솥이 아닌 냄비(혹은 뚝배기나 무쇠솥 등)에 불려뒀던 쌀을 넣고 ③씻어둔 들깨도 넣고 밥을 하다가 ④뜸 들일 때 미리 손질해둔 쑥을 넣어 마무리해 ⑤양념장 혹은 달래장으로 쓱쓱 비벼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간단하게 지어 먹는 밥도 더 맛있게 지을 수 있는 그런 노하우가 있다.

①솥밥은 쌀을 30분가량 먼저 불려뒀다 해야 한다. 미리 불리라니까 밥을 짓기 전까지 물을 넉넉하게 부어 불려두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처럼 불렸다 밥을 지으면 쌀이 부서져 밥에 힘이 없다. 탱글탱글한 밥알의 식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영양도 빠져나갈 것이다.

쌀을 씻어 3~5분 정도 담가뒀다가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 후 30분가량 뒀다 하면 된다. 마지막 헹굼 물을 따라내고 쌀과 함께 조금 남게 되는 물만으로 불려 지어도 맛있다.

②들깨는 가벼워 물과 휩쓸려 버리기 쉽다. 그러니 볼에 들깨를 담은 후 다른 그릇으로 물을 받아 조심스럽게 붓는 방법으로 세 번 정도 씻으면 된다. 깨끗하게 보여도 티끌 같은 것이 있다.

쑥은 잠깐 담갔다 씻는다. 깨끗해 보여도 먼지 등이 많이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쑥이 크면 손질한 쑥 전체를 도마에 모아 놓고 칼질을 두세 번 하는 정도로만 대충 잘라준다.

③솥밥 혹은 냄비 밥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 조절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강불로 몇 분'과 같은 설명은 참고만 하자. 집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접 해보는 것으로 우리 집 조건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자.

이런 설명이 너무 막막할 것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제시하면 '뚜껑을 덮어 팔팔 끓으면→뚜껑을 열어 중불로 잠시(3~5분) 끓이다가→밥물이 완전히 잦아들기 전에 뚜껑을 덮은 후→약불로 잠깐 뜸 들인다. 그런 후 불을 끄고 5분~10분 정도 두면 된다.

경험상 '주물솥'이 솥밥하기 제일 좋다. 쌀이 다 익지 않았는데 물이 없을 경우 물을 보충해줘도 질퍽거리지 않는 밥이 될 가능성이 많다. 누룽지도 맛있게 된다. 뭣보다 뚜껑이 무거워 밥이 촉촉하게 잘 된다.

날치알처럼 톡톡 터지는 이 맛
 
지난해 텃밭 한 귀퉁이에 쑥 뿌리 몇개 옮겨 심었더니 이 봄 풍성하게 주신다.
 지난해 텃밭 한 귀퉁이에 쑥 뿌리 몇개 옮겨 심었더니 이 봄 풍성하게 주신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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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어서 옛날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다.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작용이 뛰어나 혈압이 높아도 혈관이 터지지 않게 하고, 눈이 충혈되었을 때나 핏발이 섰을 때 쑥 잎을 달여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핏발이 사라진다. 쑥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데 이는 위장 점막의 혈행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 덕분이다. 또한 대장의 수분 대사를 조절하여 장운동을 촉진하고, 점액 분비를 도와 변을 부드럽게 하므로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알칼리성 식품인 쑥을 먹으면 체질을 개선할 수 있고, 잘못된 식습관 탓으로 산성 체질이 된 현대인들이 혈액 속 백혈구 수치를 늘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 <내 손으로 만드는 산야초 차>에서.
 
봄을 대표하는 쑥은 고맙고 믿음직한 음식 재료다. 이런 쑥은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이처럼 남자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쑥이나 냉이 같은 봄나물 이야기를 하면 "자연에서 자란 것이어야 몸에도 좋을 것인데 하우스에서 자란 것이 과연 좋을까?"와 같은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봄이면 친구들과 쑥을 캐러 다니며 자라 야생의 쑥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그런데 야생 채취 쑥도 판매된다. 1kg 1만 5천 원 정도다.

들내, 즉 들깨 냄새를 싫어한다면 넣지 않아도 되는데 들깨 또한 쑥처럼 우리 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 재료이니 가급 넣는 것을 권한다. 사실 쑥 때문인지 들깨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즐거움을 준다. 쑥과 궁합도 좋다고 한다. 귀리를 섞어 지으면 톡톡 터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먹는 내내 쑥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데다가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이라 좋다. 뭣보다 몸에 좋다는 쑥과 들깨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좋다. 쑥의 약간 질긴 듯한 식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어린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양념장으로 비벼 먹으면 맛있는 밥인데, 그냥 밥반찬들과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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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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